과도한 민챙이 잡이 갯벌생태계에 악영향
과도한 민챙이 잡이 갯벌생태계에 악영향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3.09.22 10:25
  • 호수 1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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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구간 안에서 제한된 양만 잡도록 해야
▲뜰채로 민챙이를 잡는 사람
▲뜰채로 민챙이를 잡는 사람

서천갯벌을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는 조류 조사를 하러 해안가를 돌아다니는데 송석리 앞 갯벌에 다다랐을 때 갯벌 위에서 서성거리는 30여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뜰채 같은 것으로 갯벌을 훑어서 마대자루에 담고 있었다. 송석항에서 새들을 관찰하면서 혹시나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잠시 기다렸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마대자루에 끈을 매달고서 힘들게 끌고 나왔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모양이다. 마대자루를 힘겹게 들어 올려서 주차해 놓았던 1톤 트럭에 실었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잡은 것이냐고 질문에 민칭이입니다라고 답변해 주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잡았냐고 물으니, “중국 수출용으로 판매해요. 중국 사람들이 민칭이를 삶아서 잘 먹는다네요고 대답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민챙이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된장국에 민챙이를 넣어서 삶아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챙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 대신에 낚시 미끼 정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 이 분에게 직접 잡은 것이냐고 묻자, “나는 직접 잡지는 않아요. 민칭이를 잡는 사람들에게 구입해서 중국인 판매상에게 넘기네요면서 중국인 수집상이 군산 비응도항에 위치한 ○○수산이라는 곳에 상주해 있는데 그 사람이 중국에 있는 다른 도매상에게서 주문을 받으면 중국으로 가져가서 그 도매상에게 넘겨줘요라고 말했다.

▲갯벌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민챙이
▲갯벌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민챙이

그렇다면 갯벌에 나가서 민챙이를 잡는 사람들이 송석리 마을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아닙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잡고 있어요. 내가 송석리 주민인데 송석리 어촌계로부터 민칭이 잡는 것을 허락받고서 저 사람들에게 잡는 일을 맡긴 것이네요. 민칭이 잡는 것을 허락받은 것 대신에 일정 금액을 송석리 어촌계에 내놓죠.”라고 말했다. 민챙이를 잡는 사람들에게서 1킬로그램당 얼마를 지불하고 하루에 얼마씩 잡느냐고 물으니, “3천원이고, 한 사람당 하루에 20킬로그램 짜리 2자루 내지 3자루씩을 잡는다.”고 답변했다. 생각보다 상당한 양을 잡아내고 있었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들어오자 민챙이를 잡는 사람들이 마대자루를 들고서 해안가로 모두 나왔고, 민챙이를 바구니에 담더니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서 도매상인이 가져온 플라스틱 통에 넣고 이 통을 1톤 트럭에 차곡차곡 실었다.

갯벌의 청소부 역할

▲자루에 담아놓은 모습
▲자루에 담아놓은 모습

민챙이(학명 : Bullacta exarata)의 생태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민챙이는 모래가 약간 섞인 갯벌에서 펄을 뒤집어 쓰고 다니면서 기어다니는 고동류이다. 패각은 달걀 모양으로 끝자락이 뒤집어져 안으로 말려들고, 퇴화하여 몸 안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하였다. 패각은 흰색으로 반투명한데 겉에는 담황색의 각피가 덮혀 있다. 아주 넓적하고 미끈한 근육성의 튼튼한 발을 가지며, 각구는 아주 넓고 각구를 막는 뚜껑이 없으며, 나탑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패각이 매우 얇아 조금만 세게 만지면 부서진다. 몸에서 미끈한 점액을 많이 분비한다. 갯벌을 걸어다니면 발에 밟혀 패각이 깨져서 죽는 경우도 많다.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물속에 잠겨 있을 때에도 바닥에 얇게 잠입하여 온 몸에 저질을 덮고 있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갯벌을 뻘배처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지렁이나 플라나리아가 그렇듯이 암수 한몸이면서도 짝짓기를 한다. 갯벌 표면의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갯벌 청소부 역할을 한다. 봄철 산란기가 되면 갯벌 위에 작은 알을 낳아서 물컹물컹한 알덩어리를 만든다. 이 알은 젤리 같은 끈에 매달아 진흙에 올려놓거나 해초에 달라붙게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행정기관 규제 필요

▲민챙이를 잡는 사람들
▲민챙이를 잡는 사람들

이같은 생태적 특성을 생각해볼 때 민챙이를 너무 많이 잡아낸다면 갯벌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챙이를 잡아낸다 하더라도 일정 구간 안에서 제한된 개체수만을 잡도록 제한해야 한다. 갯벌에 플라스틱 통발과 그물을 설치해 놓고 과도하게 잡아내는 칠게 잡이도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적 이득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갯벌생태계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생각해서 세심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장항에서 어느 어민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지난 달 강화갯벌에 나갔을 땐 잡은 민칭이가 1kg5천원한다고 하더라구요. 몇 년 전 보령갯벌에서도 잡던데 중국으로 수출한다 하더라구요.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인천의 어느 중국집에서는 요리도 했는데 요즘은 없어졌어요. 강화도 분오리의 어느 선장님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이 강화갯벌에서 몇 년 전부터 민챙이를 잡는 바람에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하네요. 민칭이 한 마리당 천원이나 한다고 합니다. 법으로 규제할 방안이 요청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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