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최종회)
■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최종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9.22 12:19
  • 호수 11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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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토사퇴적
하굿둑 개방 등 재자연화에 눈길 돌려야…

뉴스서천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보성.순천만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과 그 주변에 있는 갯벌을 답사하고 보전상태를 그동안 9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다시 정리합니다.<편집자> 

갯벌은 지구의 자궁이며 콩팥이자 허파

▲갯벌의 유기물을 정화해주는 칠게
▲갯벌의 유기물을 정화해주는 칠게

바다 생물의 70%가 갯벌에서 산란을 한다고 한다. 강물이 육지에서 발생한 영양염류를 모아 육지와 가장 가까운 갯벌에 풀어놓아 알이 성장하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이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갯벌은 육지에서 내려오는 온갖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새만금갯벌이 살아있을 때 하루 10만톤 처리 규모의 전주 하수종말처리장 40개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처럼 갯벌은 독소를 걸러주는 콩팥과도 같다.

갯벌은 수심이 얕고 게다가 썰물 때면 뭍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햇빛을 충분히 받는다. 따라서 갯벌에는 무수한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 등이 살아간다. 싱싱한 펄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육지에서 내려온 유기물을 먹어 치움으로써 정화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인체에 비하면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와 같은 존재이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아질산화물을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예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생태적 지식이 부족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갯벌을 조개나 파다 먹은 검은 땅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갯벌은 지구의 허파요, 콩팥이요, 자궁이다. 지구생태계 평형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서해갯벌 파괴의 역사

▲한국의 주요 간척사업
▲한국의 주요 간척사업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생명의 근원인 물이 골짜기를 빠져나와 내를 이루고 들판을 적시며 다시 큰 강을 이루어 서해로 흘러든다. 그곳에 온갖 바다생물의 모태인 갯벌이 있다. 우리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이러한 갯벌을 지속적으로 파괴한 역사였다.

고철환 교수의 <한국의 갯벌>에 따르면 1917~1938년에 걸쳐 매립된 면적이 405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시기에 중요한 갯벌은 다 매립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당시 매립된 갯벌은 소위 말하는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부분이었다.

19615.16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일제가 만든 공유수면매립법을 부활시키고 집권 18년 동안 지속적으로 갯벌을 논으로 만드는 간척사업을 벌여왔다.

1980년 이후 서해갯벌은 보다 대규모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1998년 해양수산부에서 펴낸 <우리나라의 갯벌>을 보면 1987년 이후에 사라진 갯벌 면적이 810.5이며 이는 전체 면적의 29%에 달한다.

이 무렵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30%에 육박함으로써 토건국가로 전락했다.. 토건국가란 건설업 혹은 토건업이 팽창하면서 이를 둘러싼 거대한 먹이사슬이 정치권력을 형성하고 나아가 국가의 성격을 여기에 맞도록 변형시킨 국가유형을 말한다.

이러한 간척사업은 갯벌만 없애는 것이 아니다. 99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농어촌진흥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과 당진군, 완도군 등 9개 자치단체가 20개의 간척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 106.3km 길이의 둑을 축조하기 위해 150개의 산을 토취장으로 이용하여 이 150개의 산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거나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깎여 나간 토취장의 면적은 서울 남산의 4배나 되는 1194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채취된 토석량은 15t 트럭 483만대 분량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 갯벌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197211월 제17차 정기총회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이에 따라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자연 유산을 지정하기 시작했다.

세계유산 지정은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파괴의 위험에 처한 유산의 복구 및 보호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중에서 자연유산은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이거나 그러한 생성물의 일군으로 이루어진 미적 또는 과학적 관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지닌 것, 과학적 보존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곳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과학·보존·자연미의 관점에서 탁월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역 등을 말한다.

서천군에서는 고창군, 신안군, 보성군, 순천시 등 5개 지자체와 함께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해 마침내 지난해 7월 서천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한국의 갯벌은 1961년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훼손되어 그 가치를 크게 상실한 상태이다. 서해로 흐르는 강마다 하구를 틀어막은 간척사업이 원인이다.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만나며 천혜의 황금어장을 이루었던 서천갯벌도 예외는 아니다. 1991년 하굿둑이 막혀 안쪽은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있고 바깥쪽은 토사가 쌓이고 어족자원이 줄어들어 재앙을 맞고 있는 중이다.

죽어가고 있는 한국의 갯벌

▲토사가 쌓이고 있는 서천갯벌
▲토사가 쌓이고 있는 서천갯벌

이에 뉴스서천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 갯벌, 보성·순천만 갯벌, 신안 갯벌, 고창 갯벌과 그 주변의 갯벌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5월부터 현장을 답사하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성·순천만 갯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여자만 안쪽에 있는 갯벌이다. 순천시에서는 순천만의 갈대에 주목하고 그동안 관광지로 개발해왔다. 그러나 여자만 전체에 토사가 쌓여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인 꼬막과 바지락 채취량도 급감해가고 있다. 모래펄갯벌에서 펄갯벌로 바뀌어가며 여자만 어딜 가나 짱뚱이들이 우점종이었다.

토사 퇴적의 원인은 고흥반도 동쪽 해안과 여수반도 동쪽 해안에서 무분별한 간척사업이 이루어져 조류의 흐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에 천사대교가 개통되며 주요 섬들에 둘러싸인 신안 갯벌 역시 개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섬 곳곳에서 도로를 넓히고 직선화 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관광지로 개발되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도의 관광단지이다. 수변공간을 넓히기 위해 쌓은 축대로 해안침식이 발생하고 있었다.
고창 갯벌이 있는 곰소만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1930년대와 비교할 때 수역면적이 크게 줄었으며 해안선도 대부분 콘크리트 해안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조류의 흐름이 약해져 토사가 쌓여가고 있다.
연평도, 흑산도와 함께 서해 3대 파시로 유명했던 위도에서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해 섬 주위에 진펄이 쌓이며 인근 어장도 황폐해져 고기잡이 어선을 볼 수 없었다.
금강하구를 배후에 둔 서천 갯벌 역시 전역에서 진펄이 쌓여가고 있다. 금강하굿둑과 새만금방조제가 원인이다. 이같은 토사 퇴적은 갯벌이 갖고 있는 어족자원의 산란장 기능을 상실케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해안과 남해안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을 이번 기획취재에서 확인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해산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다. 지금도 1인당 해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이다. 갯벌은 우리 민족의 식량창고였던 것이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해산물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 강 하구마다 막혀있는 하굿둑을 개선하고 재자연화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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