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취미이면서 습관이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취미이면서 습관이어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3.10.06 10:53
  • 호수 11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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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서천서당 훈장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공부는 쉬기를 하루에 세 시간을 넘기면 위태롭고 칠일에 사흘을 넘기면 위험하다. 문장궤범文章軌範은 이를 편찬한 첩산疊山 사방득射枋得의 공부법으로 전한다. 문장궤범은 중국 송대宋代의 산문 선집으로, 문장 학습의 정궤正軌이며 전범典範이 되는 69편의 고문古文 문장을 엄선 채록한 것이다.

사대부가의 자제라면 논어나 맹자를 읽기 훨씬 이전의 나이인 9-11세 무렵이면 고문진보古文眞寶와 더불어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양손에 들고 다니며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의미의 협서진挾書盡 양서율兩書律로 칭하는 책이다.

사대부가의 자제 중에 딸의 경우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사서만 읽으면 되지만 아들의 경우는 17세를 정점으로 늦어도 15세 이전까지는 고문진보古文眞寶나 문장궤범文章軌範은 물론이려니와 당시唐詩와 송사宋詞는 순간과 찰라라도 손에서 놓아서는 아니 되는 책 중의 책이요, , , 사를 짓거나 할 때 없어서는 아니 되는 보석 같은 책이다.

어려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공부를 날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마는 어려서 공부가 부족하다면 언젠가는 일생에 한 번은 지옥을 만나게 되어 있다. 공부하지 않고 낙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아니라, 아예 소가 제 발로 나간 격이다. 그만큼 어려서의 공부는 아무리 강요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려서는 공부가 취미요, 습관이요, 버릇이 되어야 한다. 공부라는 것은 몰입의 정도에서 만족할 게 아니라 집착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공부 좀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곧 공부는 집착이다. 물론 집착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이다. 그럼에도 공부는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기에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

젊은 날 과거시험을 장장 아홉 번씩이나 합격했던 율곡 이이는 40대 후반에 이르러 남들은 일생에 한 번도 붙을까 말까 한 과거를 장장 아홉 번씩이나 합격을 했으니 과거시험 한 번도 못 붙은 사람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는 듯한 제자의 물음에 어머니께서 너무 기뻐하셔서 자꾸만 합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한다. 엄마는 아들이 공부하는 것을 가장 기뻐한다.

사실 어려서의 공부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논어 옹야편에서 하루는 공자님의 운전수격인 마부 번지가 앎에 대해 물었다.<번지문지樊遲問知>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자왈子曰> “백성으로서 공부에 힘쓰라<무민지의務民之義>”

여기서 의는 연의衍義를 하는데 백성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도 해석하는가 하면, 더 완곡하게 표현해서 공부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곧 앎이란 백성으로서 힘써야 할 공부라는 말이다.

처음 공부의 문을 연 사람은 공자님이시고 그의 제자들을 거쳐 맹자에 이르러 공부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전범으로 보여주셨으며 후학들은 늘 공부의 기준을 삼을 때는 두 분 성인을 기준으로 세워 공부한다고 율곡 이이는 12자경문에서 밝히고 있다.

공자님의 공부법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것으로 그의 70자서自序에 따르면 논어 위정편의 나는 열다섯에 공부에 뜻을 두었다고 밝힌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이 될 것이다. 논어 공야장편에서는 십실지읍十室之邑 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라 했다. 풀어쓰면 열 가구쯤 정도의 마을도 반드시 충성과 신의가 나만 한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나만큼 공부를 좋아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15세에 공부에 뜻을 두신 이후로는 평생을 공부로 일관하신 분이 공자님이시다. 가끔이지만 정사에도 관여하시어 오늘날에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 직위에 해당되는 대사구大司寇의 직을 행하기도 했지만 그건 잠깐의 일 인거고 대부분 공부로만 평생을 사셨던 분이시다. 본디 사람의 명성이라는 것은 나무의 그림자 같아서 나무가 굽으면 그림자도 굽고, 곧으면 그림자도 곧듯이 어려서부터 바르게 공부해온 사람이라면 평생을 곧고 바르게 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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