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지팡이
■ 모시장터 /  지팡이
  • 신웅순 칼럼위원
  • 승인 2023.10.06 10:56
  • 호수 1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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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순 칼럼위원
신웅순 칼럼위원

아이구우, 아이구.”

앉을 때나 설 때나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를 낸다. 다리가 힘들어서인지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온다. 구부러진 산길, 들길이며 외나무다리, 벼랑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 세상 끌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지구 몇 바퀴(?)는 돌고 또 돌았을 다리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리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해주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서운했을꼬. 달리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이게 사람이다. 오십대 중반까지는 달렸다. 육십쯤부터는 걷기 시작했다. 칠팔십이 되면 서거나 앉게 될 것이다. 이때면 지팡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무릎에 손을 짚고 일어나니 좀 수월하다. 지금까지 다리 힘으로만 일어났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은 아닌 것 같다. 손을 짚고 일어나니 아이구구.” 앓는 소리가 없어졌다.

힘의 분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은 우둔한 나에겐 큰 발견이었다. 소소한 것들, 작은 것들이 위대한 것이라면 틀린 말일까.

나이 들면 함께 같이 가야할 지팡이!

에잇, 무슨 지팡이가 필요해. 그까짓 없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어.”

당해봐야 알고 해봐야 안다. 자만하지 말라. 행하지 않고서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한번 삐끗하면 영원히 일어서지 못할 수 있다. 일어설 수 있다면야 무슨 지팡이가 필요할 것이냐.

정작 우리는 힘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는가를 생각해본다.

어르신들에게만 지팡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그립고 외로울 때가 있다. 진정 필요한 것은 이럴 때의 친구이다. 정작 옆에는 위로해줄 친구가 없다. 나이 들면 건강이 제일이요 돈이 다음에요 마누라, 친구가 그다음이라고. 흔히 하는 얘기이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만이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 아픔을 분배해주는 지팡이도 치료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의사는 신체의 병을 치료해줄 수는 있어도 마음의 병까지 치료해줄 수는 없다.

임금이 장수한 신하에게 하사하는 청려장도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낸 것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삶의 지혜에서 나온 명약들이다. 지금까지 지팡이도 치료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소소한 것들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을까. 걸어온 내 지난날의 먼 길들을 되돌아본다. 살면서 나는 고마운 눈물을 몇 번이나 흘렸는가.

지팡이는 만들 수 있어도 친구는 만들 수가 없다. 잘 사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새삼 생각해본다. 지팡이! 이쯤에 와 인생의 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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