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시를 탄생시킨 우리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무대’
‘세모시를 탄생시킨 우리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무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10.17 11:38
  • 호수 1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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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세모시’ 공연, 22일 오후 문예의전당 대강에서
▲‘중고제 우리소리 한마당’ 강습 시간에 박성환 명창의 지도를 받으며 창극 ‘세모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서천 주민들
▲‘중고제 우리소리 한마당’ 강습 시간에 박성환 명창의 지도를 받으며 창극 ‘세모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서천 주민들

2회 중고제 축제를 맞아 박성환 명창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한 창극 세모시공연이 22일 오후 3시 문예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린다.

충남문화관광재단 2023 지역특화문화브랜드 기획지원 선정작인 창극 세모시에서 한산모시와 서천, 그리고 장항의 옛날과 오늘, 땀과 눈물어린 핍진한 삶 속에서 피워 올린 실낱 같은 희망을 볼 수 있고, 희생과 헌신의 손끝에서 세상 제일 고운 세모시를 탄생시킨 우리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출연자 대부분이 충남 서천과 공주 사람이다.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충청의 소리, 중고제 판소리와 인연을 맺고 수련과 공연을 함께해 온 단원들이 구수하고 정겨운 충청도 말로 해학과 익살, 눈물과 애환을 풀어낸다. 서천창극원, 서천의 극단 예인스토리, 공주의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 단원 등 20여 명이 출연한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미곡창고)에서 시작된 중고제 우리 소리 한마당강습 시간에 박성환 명창으로부터 중고제 소리를 배운 서천 주민들이 다수 출연한다. 창극 중간 중간에 나오는 중고제 소리는 이 강습을 통해 배운 것들이다.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나실인은 최근 국악계에서 주목을 받는 작곡가다. 2022년 국악계의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국립극장의 명색이 아프레걸’, 2022년 백제문화제의 공산성 달 밝은 밤을 비롯해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막이 오르면 한산 모시장은 모시를 팔고 사려는 사람들로 새벽부터 북새통이다. 유독 세모시를 잘 짜는 화양댁은 억척스럽기로 소문난 과부인데, 하나뿐인 노총각 아들 천방이 장가를 못가는 게 한이다.
제련소가 흥행하던 장항의 술집에 살고 있는 미모의 여인은 기생 어미의 사생아로 주막에 팔려 뭇사내들의 유혹을 받는 신세이다.
바다로 조기 잡으러 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학업을 중단한 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천방은 마침 춘장대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가 시작되자 현장 인부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된다. 그 보상금으로 화양 들판의 열 마지기 논을 산 기쁨도 잠시, 장항 술집에 들렀다 주막 처녀를 두고 남자들끼리 쟁탈전을 벌이다 홧김에 논문서를 주고 그 여인을 각시로 맞이한다.
시집 온 각시는 내막을 알게 된 시어머니 화양댁에게 모진 구박을 받으며 농사와 모시 일을 배운다. 방랑벽이 있는 천방이 집 밖으로 나도는 가운데 딸만 둘을 낳자 고부 갈등은 더 심해진다.
세월이 흘러 며느리도 시어머니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되고, 한산모시조합의 홀아비 나주사는 며느리를 연모하게 된다. 드디어 시어머니의 모시를 제치고 최상등급을 받은 며느리의 세모시...
이를 두고 수군대는 이웃들이 나주사와 며느리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소문이 퍼진다. 명절이 되어 돌아온 천방은 이 소문을 듣고 아내를 죽이려 들고, 큰 딸 대학등록금으로 마련해 놓은 모시 판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이에 큰 딸이 서울 공장으로 돈 벌러 간다며 가출하자, 며느리는 길산천에 빠져 죽으려고 하는데...
모두 떠나버리고 시어미와 며느리 둘만 남아 여전히 모시를 삼고 고향을 지키며 자식들을 기다린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박성환은 중고제 판소리의 맥을 잇고 있는 소리꾼이자 30여 편의 창극을 발표한 바 있다. 다년간 한산 모시체험관과 모시 짜는 장인들을 찾아 모시짜기 과정을 조사하고 인터뷰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그는 모시짜기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그들의 생애에 대한 증언과 구술을 정리하면서 그중 흥미로운 한 여인의 일생을 중심으로 극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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