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1주년 기고 시
■ 이태원 참사 1주년 기고 시
  • 김여옥 시인
  • 승인 2023.10.25 16:49
  • 호수 1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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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은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김여옥 시인이 이날을 되돌아보는 시를 보내왔습니다.<편집자>

 

어느날 159개의 우주가 사라졌다
  —국가가 두 번 죽인 이재현 군*

 

김 여 옥

 

초승달은 끝내 보름달이 되지 못했다

그날 나는 거기서 친구들과 함께 이미 죽었고

43일 뒤, 죽은자도 산자도 지켜주지 않은 국가에 의해 또 죽었다

 

간신히 자아올린 가느다란 생명의 씨줄

친구들을 잃고 1주일 만에 학교도 가고 헬스도 끊었다

살아보겠다고, 기껏 15분에서 20분 상담해주는

형식적인 심리치료센터에도 다섯 번이나 갔다

 

우린 어릴 때부터 늘상 하던 대로 놀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10시 반까지 들어오라는 엄마 말씀에 전철을 타러 가던 길이었다

40분 간 인파에 깔려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된 나는

고통 속에 죽어가는 친구들을 보았다

 

윤석열 정부는 희생자들의 명단공개도 끝내 거부했다

도리어 희생자들을 향한 모욕과 2차 가해로

모멸감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함께 깊어만 갔다

 

그곳에 국민의 경찰은 없었고

입만 열면 국민타령하는 정부의 책임자 또한 없었다

정권의 하수인들은 연일 유가족들을 갈라치기로 능멸했고

세월호 참사처럼 온갖 프레임을 덮어씌웠다

 

해 뜨기 전 사라지고 말 권력자들아

우린 너희가 유린할 수 있는 영혼이

- - - -

 

숨이 턱턱 막히고 울분이 터졌지만, 무기력했다

자살예방센터에도 문의해봤다 살려고, 살겠다고

 

단지 숨을 쉬고 싶었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세상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 국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마침내 보름달로 차오르는 상현달이고 싶었다

 

<작가의 말>

▲김여옥 시인
▲김여옥 시인

40분 간 인파에 깔려있다 의식을 잃기 직전 구출된 이재현 군은, 심리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치료해야 했지만,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된다며 장례식 참여를 원해 이틀만에 퇴원했다. 야간자율학습 후 귀가하지 않은 아들을 부모가 실종신고 했고. 1212일 밤 1140분 숙박업소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휴대폰에는 곧 친구들을 보러가겠다는 메모와, ‘엄마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달라는 동영상을 남겼다. 일국의 총리라는 한덕수는 말했다. :본인이 치료생각 강했다면 좋았을 걸.“

국가 행정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희생된 20221029 이태원 희생자 159명의 명복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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