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67) / 금구와 쇠북
■ 박일환의 낱말여행 (67) / 금구와 쇠북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3.11.02 11:09
  • 호수 11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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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로 만든 북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페이스북에 한 페친이 금구 모형 사진을 올린 다음 어떤 용도로 쓰는 물건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금구라는 물건을 접해 본 이들은 드물 테고, 요즘은 절에 가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글을 올린 이도 진짜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모형을 찍은 거라고 했다. 실물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만큼 귀하고, 보물로 지정된 것도 여럿이다.

금구보다는 금고(金鼓)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나온다.

금고(金鼓): 1. <불교> 절에서 쓰는 북 모양의 종. 여러 사람을 모을 때 친다. 2. <역사> 고려ㆍ조선 시대에, 군중(軍中)에서 호령하는 데 사용하던 징과 북.

북 모양의 종이라고 했지만 종과는 다르므로 제대로 된 풀이가 아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쇠붙이로 얇은 북처럼 만든 것’, ‘쇠북을 이르던 말이라는 풀이가 달려 있다. 두 사전 모두 금고를 북 모양에 빗대었지만 그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북은 양 면을 막았으나 금고는 한 쪽만 막혀 있는 모양새라 오히려 징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징은 사람이 들고 다니며 치게 되어 있는 반면에 금고에는 고리가 달려 있어 그곳에 줄을 걸어 매달아 두고 친다. 금고는 징에 비해 쇠가 얇은 편이며, 다양한 무늬를 새겨 놓았다.

풀이에 있는 것처럼 금고는 절에서 사용하는 것과 군사용으로 쓰던 것이 있었다. 송춘희라는 가수가 1965년에 발표한 노래 <수덕사의 여승>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기 나오는 쇠북이 범종을 가리키는지 금고를 가리키는지 확실치 않으나 시간이 밤인 것으로 보아 범종이 아닐까 싶다. 이상하게도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에는 쇠북이 올라 있지 않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쇠북: 예전에, 쇠로 된 북이라는 뜻으로 ()’을 이르던 말.

()’을 이르던 말이라는 풀이가 또 걸린다. 북과 종은 엄연히 다른 종류의 물건이다. 그런데 왜 이런 풀이를 달았을까? 그건 이라는 한자의 훈과 음을 흔히 쇠북 종이라고 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쇠북과 종을 같은 의미로 썼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북과 종을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없으므로 그런 현실에 맞게 풀이해야 한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홈페이지에 가면 중요한 유물들 소개가 나온다. 보물로 지정된 것 중 예천 한천사 금동 자물쇠 및 쇠북(醴泉 寒天寺 金銅 鎖金 金鼓)’이 있다. 설명 자료에서 반자란 쇠북, 금고(金鼓)라고도 불리우며 절에서 대중을 불러 모으거나, 급한 일을 알리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일종의 불교 의식구이다.”라고 했다. 금고를 반자라고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거니와, 여기서는 쇠북을 종이 아니라 금고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했다.

금구는 또 어디서 온 말일까? 지금까지 발견된 금고 중 가장 오래된 건 보물로 지정된 함통6년명 청동북(咸通六年銘 靑銅金鼓)’이다. 함통6년은 신라 경문왕 5(865)에 해당하며, 이 금고의 명문(銘文)에 금구(禁口)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다. 초기에 사용하던 금구(禁口)라는 명칭이 후대로 가면서 금고(金鼓)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금구는 표준국어대사전에만 나오는데, 한자 표기가 없다. 기록에 나오는데도 한자 표기를 안 해 주면 금구가 마치 금고가 변해서 된 말 혹은 금고의 방언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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