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 (71) 삼신과 삼줄
■ 박일환의 낱말여행 / (71) 삼신과 삼줄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3.12.07 10:57
  • 호수 1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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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점지하는 신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아기는 어떻게 해서 생기고 태어나는 걸까? 아직도 삼신할미 혹은 삼신할머니라고 하는 신령이 점지해 주신 덕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삼신을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삼신(三神): <민속> 아기를 점지하고 산모와 산아(産兒)를 돌보는 세 신령.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하는 신령이 할머니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삼신의 풀이에서 세 신령이라고만 했을 뿐 각 신령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앞에 석 삼()이 붙어서 그렇게 풀이했겠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신과 삼신할머니를 여러 백과사전에서 찾아봐도 세 신령이 각각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셋을 가리키는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아래 낱말들을 살펴보면 그런 의구심이 괜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 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 태보.
삼불: 해산 후 태()를 태우는 불.
삼방(): 낳은 아이의 태를 묻기 전에 보관해 두는 방.

항목 아래에는 () 가르다라는 관용구가 달려 있으며, ‘아이를 낳은 뒤에 탯줄을 끊다.’라는 풀이를 달았다. 그런 다음 산파는 삼을 가르고 아이를 씻겨 주었다.’라는 예문까지 제시했다. 유의어로 제시한 태보는 한자어이며, ‘胎褓로 표기한다. 삼불이라는 낱말에서 해산 후 딸려 나온 탯줄을 불에 태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나 꼭 그래야 했던 건 아니다. 왕실에서는 왕자나 공주가 태어나면 탯줄과 태반을 항아리에 담아 묻었는데, 이 항아리를 태항(胎缸)이라고 한다. 태항아리도 많이 쓰는 말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우리말샘>에서만 보인다. 태항을 묻는 석실(石室)을 태실(胎室), 안태소(安胎所), 태소(胎所) 등으로 불렀다. ()는 한자임이 분명하지만 위에 제시한 세 낱말에서는 에 한자를 표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삼신(三神)은 한자로 표기하면서 같은 계열로 보이는 위의 세 낱말은 왜 고유어로 처리했을까 하는 점이다.

삼신의 어원에 대한 몇 가지 설이 나와 있다. 삼신을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 환웅, 환검(단군)의 셋과 연결시켜 해석하기도 하는데, 신빙성이 부족해서 받아들이는 이들이 별로 없다. 출산을 맡은 신을 가리키는 말로 산신(産神)’도 국어사전 표제어에 올라 있으며, 이 산신이 변해서 삼신이 되었을 거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추론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민족이 셋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그랬을 거라는 설도 있으나 마찬가지로 신뢰할 만한 주장은 못 된다.

내가 보기에 가장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건 삼기다에서 왔을 거라는 설이다. ‘삼기다생기다혹은 생기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던 옛말이다. 이 말에서 을 취한 삼신이라는 낱말이 나왔을 거라는 얘기다. 어떤 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독자들 판단에 맡기겠지만 삼신의 을 한자로 표기하는 건 타당한 처리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삼줄이라는 말도 있는데, 국어사전에서는 탯줄의 비표준어로 처리했다. ‘삼을 가르다대신 삼줄을 가르다라는 표현도 썼지만, 요즘은 ’, ‘삼불’, ‘삼방을 비롯해 삼줄탯줄에 밀려 거의 쓰지 않는 말이 되었다. <우리말샘>삼줄의 옛 표기인 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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