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들이 모여 큰 힘 이루었다”
“작은 사람들이 모여 큰 힘 이루었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12.07 11:18
  • 호수 1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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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극 전태일-네 이름이 무엇이냐’ 서천 공연
▲‘2023 연극 전태일-네 이름이 무엇이냐’ 서천 공연 한 장면
▲‘2023 연극 전태일-네 이름이 무엇이냐’ 서천 공연 한 장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이는 22살의 청년 전태일이 19701113, 근로기준법전과 함께 자신의 몸을 불태우면서 외쳤던 말이다.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로 만들어진 비영리 문화예술단체 함께하는 연극 전태일은 전태일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시민들의 순수한 모금으로 음악서사극 연극 전태일-네 이름은 무엇이냐를 제작하고 지난 2년간 전국 순회 공연을 가졌다.

2023년 들어 더욱 업그레이드된 ‘2023 연극 전태일-네 이름이 무엇이냐서천 공연이 지난 1129일 서천 문예의전당 대강당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서천군위원회(대표 강성진)가 주최했으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서천축협지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천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서천지회, 세종충남지역노조 남부지부, 서천군농민회, 서천사랑시민모임, 뉴스서천 등 22개 단체가 후원했다.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300여명의 주민들이 문예의전당 대강당을 찾아 성황을 이루었다. ‘나무닭연구소함께하는 연극 전태일이 제작한 이날 연극에 4명의 서천 초·중학생이 특별 출연했으며 월드뮤직그룹 예인스토리의 허훈 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다음은 제작팀에서 보내온 이들의 서천공연 소감이다.

‘2023 연극 전태일서천 공연 소감 모음

<서천 시다역을 맡은 청소년들 (4) 명단>
김소연 서림여자중학교 14
곽이수 오성초등학교 5학년 12
김수언 오성초등학교 5학년, 12
박예린 서림여중 14

서림여중 14살 김소연 : 처음 제의를 받고 선뜻 학원, 숙제 등 생각에 잠시 망설여 졌지만 한번쯤의 경험도 좋을법해 승낙했었네요.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연습시간이 부족하여 다소 아쉬움은 있었으나 연습 시간 양에 비하여 우리 시다친구들 열심히 임해주는 모습에 기특·대견함을 느꼈답니다.

무엇보다 제작 및 출연배우님들 정말~ 열정을 다해 연극하는 모습에 반했고 감명 받았답니다. 또한 시다가족들의 지정석까지 마련해 주셔서 무한 감동을 받았지 뭐예요~.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견문을 넓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주신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서천의 좋은 모습 간직해 주세요.

오성초등학교 5학년 12살 곽이수 : 공연 연습을 하기 전 엄마로 부터 전태일 열사에 대해 간략하게 들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 속 시다에 대해서는 그렇구나 하면서 들었습니다. 그 시다를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해보니, 그렇구나가 아니었습니다. 대사 중에 형광등 설치’, ‘엄마를 볼 수는 있기는 한가?’가 있습니다. 그 시다는 캄캄한 공간에 있었을 것이고, 엄마를 볼 수도 없는 막막함이 들었을 것입니다. 캄캄하고 막막함이 있는 그 곳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감정을 대사와 노래로 표현하니 연극보다는 좀 더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사와 노래가 있는 뮤지컬에 출연해 보아서 좋았습니다. 다음번에도 뮤지컬에 출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또 해보고 싶습니다.

오성초등학교 5학년 김수언: 저는 이번에 '전태일' 연극에서 어린 시다 역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공연 전에는 무대에 서는 게 너무 무서워서, 엄마에게 "왜 나 연극한다고 했을까?" 라고 말한 적도 있었지만 공연 연습 내내 배우 언니, 오빠들이 잘 챙겨줘서 재미있게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연극에 출연하면서 '전태일'이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연극 내용 중에 전봇대, 번데기 의상, 불새가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 연극을 통해 전태일이라는 분과 그분이 노동자들을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2012년에 태어난 저는 그런 시대를 살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학교에서 전태일님과 6~70년대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배우게 되면 이번 연극에서 연기했던 장면들(점심시간에 미싱사들이 남겨준 밥을 먹던 어린 시다들의 모습과 인간시장에서 자신을 뽑아달라며 애쓰던 모습)과 노래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전태일님의 정신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런 특별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본 공연 날 아침부터 종일 리허설 하면서 배우 언니, 오빠들이 연기하는 것도 보고 감독님께 혼나는 모습도 봤습니다. 저는 배우 언니, 오빠들이 정말 많은 연습을 통해 완성도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것을 직접 보며,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극단에서 연극 전태일 명예증서까지 챙겨주셔서 더 감사했습니다.

서림여중 14살 박예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전태일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시대 아이들이 평화시장이라는 곳에서 얼마나 힘든 노동을 했는지 공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해서 좋았고 다음에도 이런 경험이 있으면 하고 싶다.

배우 안은초(미싱사, 어머니 역) : 올해 서천 공연은 <2023년 연극 전태일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의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이미 각자 가슴속에 남다른 소회를 품고 있었고, 그러한 잔불이 관객들의 따듯한 화답에 옮겨 붙으며 다채로운 빛깔로 피어올랐다고 느낍니다. 무대 위 인물이 근로기준법 책을 찾아내자 환희에 젖은 탄성을 내지르고, 끝내 졸도할 듯 노동자의 권리를 부르짖는 전태일의 외침에 망설임 없이 지지의 박수를 보내주던 관객 분들의 단단한 온화함을 기억합니다. 너무 열정적이다 못해 사고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신출내기 배우인 제가 그런 노파심을 가질 정도로, 그날의 무대는 배우와 관객, 무대가 하나 되어 어떠한 생명을 가진 듯 꿈틀거렸습니다. 배우와 관객이 이렇게 거대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구나. 연극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섭고 멋진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을, 이번 서천 마지막 공연에서야 제 삶 속 깊은 곳에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천 공연은 멋진 관객들을 만나 좋은 기운을 주고받았고, 배우와 관객이 연극의 꽃을 활짝 피웠다고 느꼈습니다. 연극 전태일 공연을 보러 오신 서천 지역의 관객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허훈(작곡 및 편곡/ 연주) : 서천 사람들의 힘이 느껴진 공연이었습니다. 힘세고 대단한 자들이 만든 작품이 아닌 아주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뜻이 모여 이루어진 공연이라 더욱 행복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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