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벌거벗은 벚나무와 미국흰불나방
■ 기고 / 벌거벗은 벚나무와 미국흰불나방
  • 문영 작가
  • 승인 2023.12.08 11:48
  • 호수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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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작가
문영 작가

벚나무는 화사한 벚꽃으로 우리나라의 3, 4월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TV에서는 벚꽃 개화 시기 예보를 하고 벚꽃이 많이 피는 지역에서는 그 시기에 맞춰 축제를 한다.

벚나무는 가을에 빨갛고 노랗게 잎이 물들어 꽃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그런데 올가을은 색색으로 물든 벚나무 잎을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벚나무뿐만 아니라 뽕나무, 매화나무 등 과수 활엽수들은 일찌감치 잎이 다 떨어졌다. 어쩌다 몇 개 남은 잎도 대부분 잎맥만 남아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전주 군산의 옛 도로 역시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가을에 지나다 보니 아예 잎이 하나도 남지 않은 벚나무가 검은 고목처럼 서 있었다. 나무가 죽지는 않았을 테지만 내년 봄에 꽃이 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잎이 돋는다고 해도 또다시 혹독한 시련을 겪으리라.

활엽수의 잎을 깡그리 먹어 치우는 녀석들은 미국흰불나방의 유충이다. 몇 년 전 서천 살 때 녀석들과 전쟁을 치른 일이 있다. 내가 키우는 매실나무와 뽕나무에 기생하여 알을 낳고, 성장하여 잎을 먹고, 또 알을 낳고 또 잎을 먹고, 곤혹을 치렀다. 녀석들의 번식력과 먹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녀석들은 1년에 두 번 번식하며 8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성충이 나뭇잎 뒷면에 알을 낳으면 부화하여 실을 내뿜어 잎을 말아 은신처를 만들고 집단으로 나뭇잎을 갉아 먹기 시작한다. 더구나 올해는 여름이 길어 3번이나 알을 낳았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다른 새잎을 찾아 자리를 넓혀가며 가차 없이 먹어 치운다. 특히 과일나무의 잎을 좋아한다.

놈들의 생김새는 송충이 모양으로 털이 나 있고, 어릴 때는 연두색을 띠다가 차차 갈색으로 변해가는데 녀석들이 오부래기 모여서 먹이활동을 시작할 때 그 잎을 따서 처리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금만 지나면 완전히 성충이 되어 흩어져 먹어대기 시작하면 감당 못 한다.

미국흰불나방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본을 통해서 1958년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대대적인 방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흰불나방을 이길 수 없다. 사람에게도 알레르기성 피부병, 각막염 등을 일으킨다는 것도 문제지만 활엽수를 구해야 한다. 특히 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나무에 피해를 주어 자칫 사과도 배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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