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부쳐
■ 기고 /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부쳐
  • 문영 작가
  • 승인 2024.02.22 08:31
  • 호수 1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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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작가
문영 작가

시골에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귀하다고 한다. 시골에는 산모도, 아기도 귀하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세금도 낼 수 없어 연수를 거쳐 진료과목을 바꾸어 개업한다고 한다.

5년 전 도청소재지 도시로 이사 왔는데 쉽게 병원에 가지 못했다. 진료과도 다양하고 같은 과 병원이 몇 곳이나 되는 데다 병원 간판이 7, 8층 건물에 빼곡히 붙어있는데도 전에 살던 읍까지 가서 치과 치료도 받고, 건강검진까지 받는 것을 보고 아들은 별나다고 했다.

의대에 입학하여 잘 적응하면 의사가 될 것이다. 의사의 수입은 우리나라 직업군 중에서 최고 수준이니 자식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일은 의사만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직업인가 말이다. 그러니 직장에 잘 다니던 사람도 의대 입학을 꿈꾸며 수능을 준비하고, 수출 역군이던 공대 출신들도 사표를 던지고 의대 입학을 준비하느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의대 입학병을 앓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20년 가까이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대부분은 환영하였으나 의사들은 적극 반대하였다. 한꺼번에 2000명이나 늘린다 해서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 진료과 의사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만 한 집 건너 개업할 거라는 것에 나도 동감한다. 또 의사들은 외친다. 의사가 많아져서 수입이 줄게 되면 과잉진료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많아질 것이라며 반대한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나도 지금은 의사들의 의견에 많은 부분을 동의한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생각 하나로 접근한 의대 정원 2000명 늘리기는 정말 뜬금없다. 학교 현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어느 과 의사가 부족한지 실태를 파악한 뒤에 기반시설에 대한 예산 계획도 세워 발표를 했어야 한다. 정부의 시책 중에 먼 앞날을 생각하며 가장 오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 바로 교육사업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발표해버렸기에 심한 반대에 직면한 것이다. 졸속으로 세운 계획 때문에 앞으로 혼란을 겪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의사가 아무리 많아도 지금 같이 놓아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 많이 벌고 어렵지 않은 직종의 의사 면허 취득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사는 인간적 자질이 첫째다.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자신이 아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실력이 부족하면 인정하고 빠르게 조치하여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 있는 양심을 지닌 사람이면 되지 않겠는가?

실력이 부족한데도 자신 있다며 끌어안고 있는 의사가 있어서 필요 없는 진료로 의료수가를 올리려는 의사도 있을 것이다. 가난한 환자의 밑 빠진 주머니를 긁어내어 상상도 못할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의사가 넘쳐난다면 아무리 의사 수를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의사와 법조인만 우대하는 세상이고 그들은 권력과 돈으로 세상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병원 문을 닫아걸고, 아픈 환자들을 외면한 채 머리를 삭발하고 뒷골목의 패거리들처럼 주먹을 쥐고 소리를 지른다. 거기에 기름을 부어 불을 지핀 건 머리 좋은 법조인들이 차지한 정부다. 조석으로 변하는 정부 시책에 돈과 명예를 좇는 사람들은 갈팡질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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