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만으로 스스로를 세운 염옹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만으로 스스로를 세운 염옹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3.14 09:46
  • 호수 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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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공자님의 제자가 3천 명에 이르는데 그중에 육예에 통달한 제자만도 72명이나 되고 또 그중에 열 명의 현자가 있는데 후학은 이를 십철이라 부른다.

당 현종 때에 이르러 논어에 기록된 각 분야에 뛰어난 제자 열 명을 뽑았는데 공문십철사과라 했다. 이것에 대한 전거가 논어 선진편 11-2문장에 기록되어 있다. “공자님 말씀에 <자왈子曰> 나를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따르던 제자들이<종아어진채자從我於陳蔡者> 아무도 벼슬에 이르지 못했구나.<개불급문야皆不及門也> 덕행에는<덕행德行>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며<안연顏淵 민지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 언어에는<언어言語> 재아 자공이며<재아宰我 자공子貢>, 정사에는<정사政事> 염유 계로이며<염유冉有 계로季路>, 문학에는<문학文學> 자유 자하니라<자유子游 자하子夏>.

곧 공자님의 제자 열 명의 현자를 네 개의 과목으로 나눠서 각 분야의 최고를 선출한 것이다. 네 개의 과목이라는 것은 그 첫째가 덕행이요, 그 둘째가 언어요, 그 셋째가 정치요, 그 넷째가 문학인 것이다. 염백우와 염옹은 덕행이 뛰어났으며 염구는 정치에 뛰어난 인물이라는 말이다. 이 세 사람을 일러 공문염가삼걸孔門冉家三傑이라 한다. 공자님 제자 중에 염씨 집안의 뛰어난 세 명의 제자라는 말이다.

누구를 무론하고 사람이 크고 못 크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만남에 있는 것이다. 스승은 제자를 잘 만나야 하고 제자는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이러한 만남은 모두 유익한 만남이다. 염백우든 염옹이든 염구든 모두가 지금으로부터 장장 2500년 전 사람들이다. 평생 몰라도 될 사람들임에도 인류가 아직도 기억하고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스승을 잘 만나서 천하에 이름이 오른 탓이다. 여기서 스승은 공자님을 말한다.

사과四科라 하여 덕행, 언어, 정사, 문학,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눈 것은 선비에게 있어서 수신修身공부를 함에 성품의 순서를 말하는 것이다. 술수術手가 지을 앞서면 안 된다. 는 덕을 앞서면 안된다. 또 정치가 말을 앞서는 것도 곤란하다. 그러하기에 선비의 공부에 있어서 우선은 덕을 닦아야 한다. 덖을 닦은 연후에 말言語을 닦는다. 말에는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성현聖賢의 경전經典에 전거典據를 두고 말하되 정제된 언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말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시를 읽어야 한다. 논어 계씨편16-13문장에서 아버지 공자님께서 아들 백어에게 묻는다. 시를 배웠느냐<학시호學詩好> 그러자 아들 백어가 답한다. 아직 못배웠습니다<대왈미학對曰未學>. 아버지 공자님 말씀에 시를 배우지 않으면<불학시不學詩> 남들 앞에서 말을 할 수 없느니라<무이언無以言>.” 그리고 이렇게 부연한다. “시를 읽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벽을 마주하고 말하는 거와 같느니라.”

공자님은 일생에 아들에게 두 개를 말했는데 첫째는 시경을 읽었느냐이고 둘째는 예기 책을 읽었느냐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시경 책과 예기 책을 모두 읽었다고 논어책에는 기록한다.

이를 기준 삼아서 어려서부터 입안에 혓바늘이 돋도록 글을 읽고 쓰고 외우기를 반복하면서 공부한 이가 있는데 그가 바로 중궁 염옹이다. 염옹이라는 인물은 논어책 제 6권의 편명으로 기록될 정도로 훌륭한 제자이다. 논어 권6 옹야편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자왈子曰 옹야雍也 가사남면可使南面.” 풀어쓰면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 중궁 염옹은 군주가 될 만하다.” 여기서 남면南面이라는 글자는 임금이 되어 남면을 바라본다는 말로 임금이 앉는 자리의 방향을 말한다. 중궁 염옹은 집안은 비천했고 아버지는 악행만 저지르고 다니던 사람이다.

주자는 이렇게 기록한다. “중궁의 아비는 천했고<중궁부천仲弓父賤> 하는 짓마다 악했다<이행악而行惡>. 그럼에도 공자님은 이렇게 위로하신다. 아버지가 악하다 해서<언부지악言父之惡> 그 자식의 선함을 능히 폐할 수는 없나니<불능폐기자지선不能廢其子之善>, 중궁의 똑똑함이 이와 같거늘<如仲弓之賢> 마땅히 세상으로부터 쓰임받을 날이 있으리라<자당현용어세야自當見用於世也>.” 그렇다. 환경과 처지에 함몰되지 말고 오로지 공부하여 스스로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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