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진짜 주인공들
이 땅의 진짜 주인공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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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하리마을 최식윤이장과 주민들
마을이장, 농민운동가 노익장에 ‘공적비’
전형적인 평야 풍경을 느끼게 하는 시원스레 펼쳐진 화양들. 그 뒤쪽에 산이라 할 것도 없는 낮은 구릉에 의지한 체 100여 채의 집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마을, ‘금당하리’. 23일 이 마을 300여 주민들은 넉넉한 마음을 가득 모아 잔치를 열었다.큰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길은 손님들이 타고 온 차들로 가득이다. 큰길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도착한 마을회관, 하얀 천막이 쳐진 마당에는 스피커가 내걸리고 연단이 마련된 풍경이 제법 큰 행사장이다. 마을 주민은 모두 나온 듯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고,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들도 자리를 잡고 앉아 행사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그 한쪽에서는 솥걸어 국 끓이고, 고기며 떡, 과일 등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손길로 바쁘게들 움직이고 있었다.“그 연세에 아직도 이장 일을 어떻게 보신 대요?”“그 양반 일 욕심은 아무도 못 말려유, 이 마을 젊은 사람 누구 못지않게 대단혀유”“여기 이장님이 뭘 그렇게 잘 하셨나요?”“우리 이장님이요? 우스갯소리도 잘 하시고, 일도 잘하시고, 암튼 다 잘 하시지유”
이장으로 지난 13년간 봉사해온 최식윤(69)씨에 대한 감사와 이웃의 정을 담은 공적비 제막식을 자축하기 위해 마련한 잔치이다.

건장한 체구에 영원한 청년 일 것만 같은 오늘의 주인공 ‘최식윤 이장님’은 칠순을 눈앞에 둔 나이건만 엄연한 ‘이장님’이다. 마을 주민들은 그런 이장님의 공적비를 세우기 위해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해 잔치를 벌렸다.

“마을 발전을 위해 애써온 그간의 노고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 공로가 세월이 흘러 잊혀 질까 두려워 뜻을 모아 공적비를 세운다”는 성백용 추진위원장의 말속에서 최식윤 씨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과 긍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축사에 나선 군수도 “일일이 마을 단위행사를 찾아다니자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식윤 이장님의 공적비 제막식만큼은 꼭 와보고 싶었다”며 이날의 행사를 준비한 주민들과 최식윤 씨에 대한 치사를 거듭했다.

때로는 이웃으로 때로는 마을지도자로 이웃과 마을을 위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지칠 줄 모르는 기관차처럼 달려왔다.

좀 더 편안한 주민들의 삶을 위해 사재를 털어 가로등을 세워 마을의 구석진 곳을 밝게 했다. 또 어느 때인가는 마을에서 지급하는 이장보수를 몽땅 헌납해 쾌적한 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서기도 했단다.

마을 이장을 맡아서는 관내 행정기관 등 요로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의 숙원사업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 많은 것들을 해결해 나갔다.

주차장과 마을회관의 신축사업을 유치하고 열악한 농업용수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관계기관에 호소 양수장설치를 이뤄 냈다. 또 주민들의 먹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상수도설치, 들판에 농막을 만드는 일, 비좁은 마을 안길 확·포장 사업 등 최식윤 이장은 마을과 주민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 마을은 군내에서도 잘 사는 마을로 소문나 있다. 이는 오직 우리 주민들이 땀으로 이룩해 놓은 결과이다. 세금도 정직하게 많이 내는 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군수님은 꼭 들어줘야 한다”며 주민의 대변자인 이장 역할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한편 최식윤 씨는 이 땅 농업·농민문제 해결의 주인임을 자각한 농사꾼 동지들과 농민회를 만드는데 함께해 서천군농민회를 건설해냈다.

농조의 부당한 수세징수에 맞서 수세납부거부운동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맹렬히 펼쳐나가 수세폐지라는 승리를 맛보기도 했다. 또 장항제련소의 공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보상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농민회를 처음 만들 때나 지금이나 든든한 후원자이자 어른으로서 곁에 계시는 것 자체로 우리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서천군농민회 한 임원은 그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좋은 잔치하는 거 알고 이렇게 날이 좋은가보다”
날씨 얘기 한마디도 덕담이 될 만큼 햇볕 좋았던 이날, 공적비의 주인공도 그 자리를 마련한 이웃들도, 모두 함께 음식과 술잔을 나누며 즐거워했다. 그곳에는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했던 이웃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공적비를 세워주는 마을사람들이나  최식윤 이장, 그들 모두는 열린 세상을 향한 진정한 주인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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