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 인물사 등극한 최성용 씨
한국현대 인물사 등극한 최성용 씨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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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사라도 알았으면~”
“워째 남은 구출해 오면서 아버지는 못 구해와?"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최성용(52·장항)씨가 제일 듣기 민망한 말이다. 올해 82세 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그렇기에 최성용 씨는 납북자 송환에 관련된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이제 그의 일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면서 2000년에 이재근 씨, 2002년에 진정필 씨, 2003년에 김병도 씨를 구출해 왔다. 이들은 70년대 초반에 어업활동을 하다 납북된 사람들이다.최 대표는 이들과 함께 꾸준한 납북자 송환운동을 펼치고 있고 차츰 각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됐다. 일본에 가서도, 지난해는 미국 의회에 가서도 증언했다. 다시 최성용 대표는 9월에 미국의회 인권단체인 Deference Form Foundation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하게 된다.“지난해 미의회에서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납북자관련 증언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에 백악관 사람들을 만나면 다시 한 번 호소해 볼 작정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 대표는 현재 보수주의 자들이 포진한 미국 정부가 얼마나 남북현실을 이해하고 노력해 줄지 걱정 되는가 보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유언처럼 아버지 찾으면 꼭 함께 묻어 달라고 하신단다. 어머니는 2002년에 납북된 아버지와 상봉을 꿈꾸고 이산가족상봉단에 합류했으나 생사확인 불가라는 북측의 통보를 받았다.최 대표는 1967년6월5일을 잊을 수 없다. ‘풍복호’ 선주였던 아버지 최원모(생존해있다면 90세) 씨가 납북된 날이다. 당시 최성용씨 나이 열다섯이다. “어느날 갑자기 평온하던 집안의 가장을 빼앗겼고 어머니는 그 때부터 생선 장사를 하시며 우리 형제들을 키웠습니다”그 시절 생활고도 생활고지만 북에서 남으로 왔든, 남에서 북으로 갔든 가족들은 ‘간첩’ ‘접선’이런 용어들이 따라다녔다. 언제나 감시대상으로 갖고 싶은 직업,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선택권도 없었다. 당연히 국가가 자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당한 일에 대한 아픔은 고스란히 가족들의 몫이었다. 지금은 시절이 좋아져서 가슴속에 덮어 두었던 이야기를 그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 최성용 씨가 구출한 납북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제발 생사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실정으로나 부친의 나이로 봐서 생존에 대한 기대는 실낱같다. 그렇다고 무조건 제사를 모실 수도 없는 일이다.

‘comebackhome.or.kr'최성용 씨가 대표로 있는 남북자가족모임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다. 휴전협정 이후인 1957년부터 87년 동진호 선원 납북까지, 국내외에서 북측에 의해 납북된 사람이 3천790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라게 된다. 분명 우리가 사는 작은 반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우린 잊고 살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납북자들 대개가 고령이지만 2001년 송환되지 않은 487명 중 150명의 생존을 확인 했다.
“참 미안하고 안됐습니다. 그들은 엄연히 대한민국에 자리 잡고 살고 있던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그들이 설자리가 없습니다”면서 얼마전 납북자 남편과 북에 살다가 백혈병으로 죽어가던 남편의 유언에 따라 두 딸과 탈북한 여인의 “차라리 북에서 죽이나 먹고 살걸” 남한의 냉혹한 현실에 흐느꼈던 일을 상기시킨다.

“우리도 이제 살만한 나라가 됐잖습니까? 먹고 살기 어려울 땐 외면했지만 이제라도 잃어버린 자국 국민들을 되찾아 와서 그들이 잃고 살았던 것을 돌려줘야지요” 최 대표는 울분의 말을 이어갔다.

“왜 일본은 납북자들에 관해 사과도 받고, 가족들이 돌아왔는데 같은 민족인 우리는 뭡니까?”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도록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 최 대표의 말끝에 생각난 누가복음 중에 나오는 예수의 말이다.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것이 뭘까? 남북분단으로 수십 년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사는 백성이 많은 나라. 노무현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마련해준 사무실에 남북자가족들이 둥지를 틀게 됐지만 그 이외엔 나라 덕을 별로 못 본 모양이다.
이제라도 잃어버린 가족, 우리의 이웃, 이 나라 백성들을 찾아 보듬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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