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세상은 자네들 것이여~”
“앞으로의 세상은 자네들 것이여~”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9.03 00:00
  • 호수 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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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어우러진 송림마을 청년회장
   
일하는 청년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서른아홉이 무슨 청년이랴마는 농촌마을에서 청년 중에 청년이다.

그래서 정해은 씨는 당당히 서천군 장항읍 송림2구(이장 박기준·57) 청년회장이다. 그것도 토종청년이다. 군대 시절 빼고는 송림마을을 떠나본 일이 없는 까닭이다. 부모님과 농사일을 하며 송림마을에 뿌리를 깊숙이 박고 마을의 애경사를 도맡아 처리하는 일꾼 중의 상일꾼이다.

이런 해은 씨에게 마을 사람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8월31일에 있은 송림2구 이동군수실에서 군수표창을 몰아줬다. 해은 씨가 주목 받는 것은 단순히 군수표창이나 받아서가 아니다.

아는 이는 알겠지만 올 봄, 장항의 옛 명성 회복운동을 선포하며 모래축제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치러졌다. 이 사고를 친 사람들이 송림마을 사람들이고 해은 씨를 비롯한 청년회원들이다.

또 송림백사장에 가끔이라도 가본 일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느낄 수 있을 게다. 해송 숲은 물론 해안이 참으로 깨끗해 졌다는 것을 말이다. 대개의 어촌마을이 폐어구들로 어수선하기 마련이지만 송림마을은 다르다. 또 논농사며 밭농사를 하는 여느 마을에 나뒹구는 비닐조각이나 농약병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연막기를 구입해 해충방제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 해충도 없다.
그 뿐인가, 해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잔치를 벌이니 어른들이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청년회이고 해은 씨이다.

특히 연로한 주민이 많은 탓에 농사일하기가 만만치 않자 송림영농조합 법인을 설립했다. 박기준 이장, 정석구(54)개발위원장, 정해은 청년회장 등을 위시한 마을 주민 100여명이 똘똘 뭉쳐 출자해서 만든 영농조합이다.

이 영농조합에서 농기계와 인력을 동원해 연로한 어른들의 농사일을 척척 처리해 주고 있다. 하긴 여기까지도 농촌에서 농사일만 하든, 어촌에서 고기 잡는 일만 하든지 하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해은 씨의 직장은 서천화력발전소이다. 서천군으로 치면 남쪽 끝인 장항에서 북쪽 끝인 서면 마량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몸이다. 근무가 일일 삼교대라서 낮 시간에 마을일을 볼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해은 씨는 기자가 방문한 날도 마을에 초상이 나서 장지까지 다녀온 터라 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르신들 말씀이 앞으로의 미래는 자네들 것이여, 하시는데 그 말씀 맞잖아요”라며 마을 어른들이 청년회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에 책임감이 느껴진단다. 그러다 보니 미래의 자신들의 것, 나아가 후손들의 것인 마을을 가꾸고 자연을 가꾸는 일은 너무나 당연 하다는 것이다.

“군에서 말하는 어메니티가 자연친화적으로 기분 좋게 산다는 거잖아요. 군에서 어메니티 어메니티, 하기 전에 저희들은 벌써 하고 있었네요” 

이처럼 해은 씨가 마을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제대하면서 부터로 제일 먼저 청년회를 조직하는 일이었지만 근처 산업체에 다니는 이들이 많아 혹, 그들을 상대로 싸우는 조직이 될까 우려해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 여간 어렵지 않았단다.

1996년 송림2구 청년회가 만들어지고 줄곧 총무일을 맡아보다가 2001년에 청년회 4대회장 직을 맡아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이다.

송림마을은 서천군내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유부도가 행정구역 상 송림2구인데 이 유부도를 빼고도 154가구가 살고 있고 면적도 다른 마을의 몇 곱은 되는 꽤 넓은 마을이다. 게다가 습지, 바다, 농경지, 송림 등이 선재해 있어 보통 마을처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도 않다.

그래서 이 마을 이장님이 사용하는 확성기는 산꼭대기에 다섯 대나 설치돼 있다. 마을의 무엇 하나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을 성 싶다. 우리네 미덕은 누가 좋은 일 한다면 조금 보태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미덕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지도력이겠다. “이 친구 리더십이 원체 뛰어나유” 박기준 이장은 대담 내내 함께하면서 해은 씨와 청년회 칭찬에 입이 마른다. 리더십이란 것에 전제조건을 붙인다면 솔선수범이 아닐까 한다. 자신이 먼저 팔 걷어 부치고 일하는데 누가 따라오지 않을까.

바다에게서 넓은 도량을 배우고 곧게 자란 해송에서 기상을 배웠을 것이다. 송림마을이 주민화합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추진해 결국은 그네들이 원하는 장항의 옛 명성까지도 회복할 날이 멀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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