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9.10 00:00
  • 호수 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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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재 기

*문산면 출신 구재기 시인의 12번째 시집『살아갈 이유에 대하여』에 수록된 시이다. 이 시집은 시예술상 본상 수상작 <드러냄에 대하여> 등 69편이 수록된 8월 신간이다.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어둠이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다.

어둠 속에서 용기를 얻어
사랑을 고백하고 난 뒤
밝음 속에서 사랑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 헤매고
철썩거리는 파도에 몸을 던질 용기조차 떨치지 못하고
때로는 높은 절벽의 산에 올라
영영 피나무가 되어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겨운 일을 즐거이 맞을 수 있다는 것
가장 깊이 박혀있는 뿌리로 생각하는 일이란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사항하는 사람과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가슴 졸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이다.

가슴 졸여 영원한 하나의 삶으로
정착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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