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어도 키가 쑥쑥
밥만 먹어도 키가 쑥쑥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9.17 00:00
  • 호수 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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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농민경제도 쑥쑥~
비인 친환경쌀작목반 ‘얼씨구 좋~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불안심리가 작용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고 난리다. 그러나 농업경제는 앞이 빤히 내다보인다. 풍전등화 그 자체로 수입개방 풍파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농민들의 몸부림이 치열하다.

‘10kg에 4만원, 7kg에 3만원 좀 비싼데…’보통 쌀값의 두 배이다. 비인친환경쌀작목반에서 생산되는 쌀은 이처럼 비싸다. 요즘의 경제분위기로 보면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비싼 살이 경제가 어렵다는 난리통에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적 지위가 확실히 나뉘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작목반을 처음 일으킨 이는 김충현(50)씨로 지난해 기능성 쌀을 도입하면서 일곱 농가를 엮어서 출발했다. 그리고 올해 22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작목반을 이끄는 작목반장이다.

지난해 1만평 규모에서 올해는 5만평, 내년에는 30만평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된 쌀은 전량 비인농협에서 수매한다. 이에 대한 비인농협 송수종 조합장의 포부도 대단하다. 캐릭터를 개발했고 60kg 벼 한가마에 13만5천원선, 벼값이 일반 쌀값을 기꺼이 치를 작정이다.

14일, 한산모시회관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서천군농업경영인가족단합대회에서 이들을 만났다. 현 농업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참여율이 예년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쳤고 아예 참가를 포기한 읍·면지회도 있다.

참여한 이들의 입에서도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빚쟁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꼴이라 창피하다”는 말도 서슴없이 나온다.

지금 우리 농민들의 모습은 몸부림에 가깝다. 여의도에서 아스팔트 농사를 짓든, 여기저기 뛰면서 새로운 기술내지는 품목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제 목숨처럼 가꿔온 누런 벼들이 정부의 농정에 대한 항의의 희생물이 되어 땅속으로 묻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인친환경쌀작목반 반원들은 행사에 전원 참석했다. 흔히 말하는 ‘밥보다 고추장이 많은 행사장’에서 자신들의 쌀을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행사장에 현수막을 내 걸고, 피켓을 들고 나왔다. 위축된 분위기라고 자꾸 주저주저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 작목반원 중에는 별의 별 농사를 다 지어보고, 실패의 쓴 막걸리도 마셔본 사람들도 있다.
지난 주 기자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설교가 행해졌다. 20년 가까이 예배당에 다녀봤지만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농민이 아닌 사람에게도 농업위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위기의 농업 속에서 행해지는 농정은 가소롭기까지 하다. 친환경작목반원들도 자신들이 노력하면 할 만큼 우리나라 농정의 한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름 지은 기능성 쌀‘플러스 키’의 종자를 구하기 위해 영남 농업시험장을 수도 없이 다니고 기술을 습득해 왔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 위해 쌀겨농법을 하면서 애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쌀겨가 형성한 막을 뚫고 나오는 잡초들 때문에 제초작업을 일일이 해야 한다.

일손을 덜어주는 제초기계가 나와 있지만 안 그래도 빚을 짊어진 데다 고가의 기계를 장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욱이 기계를 장만했다가 본전을 못 뺀 경험을 가진 이들은 돈이 있다한들 선뜻 기계를 장만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이런 때 군에서 조금 거들어 주면 확 필 거 같은데 눈요기 꺼리에만 돈을 쓰니 딱한 일”이라며 서천군 농정에 은근히 일침을 가한다. 한 작목반원은 “이제 오기가 납니다. 어디 한번 두고 보라지요” 정부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일어설 수 있다는 배짱이 생긴 모양이다.

비인친환경쌀작목반이 이렇게 배짱이 두둑해 진 이유는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는 데서도 기인한다. 안타깝게도 친환경쌀 재배규칙을 어긴 두 농가가 작목반에서 제명됐다. “우리가 소비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대가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데 규칙을 어긴 것은 묵인될 수 없다” 단호했다.

이들은 앞으로 더 좋은 품종 20kg쯤을 도입해 수년에 거쳐 증식한 다음 작목반원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다행히 고유형질이 4~5회 재배까지는 유지되기 때문에 자체증식이 가능한 것이다. 이 일을 매년 반복해야 우량품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이 같은 노력의 대가로 비인친환경쌀작목반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풍년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이 땅에 농민이라고 이름 지어진 사람들이 가장 비천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생각을 농민들 스스로 하게 되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도 단호히 말 하건데 누가 뭐래도 ‘農者天下之大本 ’이다. 비인친환경쌀작목반원들은 이 말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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