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5주년 특별기고
강남에 살지 못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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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살지 못한 죄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10.15 00:00
  • 호수 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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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주 철
<전교조 서천지회 사무국장·서천여고>
10월 8일 오후, 얼마 남지 않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우리 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한 시간의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와보니 교육부에서 고교등급제 관련 실태조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하고 있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들이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및 서류평가 과정에서 고등학교 간 차이를 일부 반영한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 동안 말로만 떠돌던 고교등급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고교등급제가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그 동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명문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학업에 정진해 온 지방 고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는 큰못이 박히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학생들은 지방에 사는 부유하지 못한 부모 밑에 태어나 국가시책(내고장 학교 다니기 등)에 호응하여 지방학교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에 가서 꿈을 이루겠노라고 온갖 어려움을 물리치고 공부해왔다.

그러나 지방학생이라는 이유로 입시에 낙방한 학생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이며, 강남에 살지 못한 죄, 지방에 살고 있는 죄, 시골고등학교에 다니게 한 죄로 자식의 장래를 망친 가난한 학부모들의 절망감은 어떻게 어루만져 줄 것인가? 

서천지역 고등학교에서 10여 년 넘게 근무하다 보니 대학에 진학 한 제자들이 제법 된다. 서천 지역 학생들의 수능 성적은 다른 지역의 학생들보다 떨어지지만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아 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많았다.

그 학생들에 의하면 지방 출신들 중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주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실재로 서울대 등에서 농어촌 특별전형 학생들의 학점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몇몇 대학교가 고교 등급제를 실시하여 부유층, 또는 도시 지역 학생들만 선발한다면 안 그래도 많은 중3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유학을 가고 있어 지역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우리 서천 지역의 미래는 더욱 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 문제가 학부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지역, 아니 나라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가 이른바 명문 대학이라는 곳에 입학만 하면 자동으로 졸업이 되고 졸업이 되면 다른 대학 출신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서 취업을 할 수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립대학부터 대학을 평준화시키고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여 입학만 하면 졸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진급이나 졸업이 어려운 대학으로 변모 시킨다면 중·고등학교의 모습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요, 대학교의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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