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2회)
술래잡기 (2회)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10.15 00:00
  • 호수 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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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 정 아
“아빠, 이게 다 뭐예요?”
“으응? 아빠 일.”
“가방 파는 거예요?”
“응. 아빠 친구 김유동 아저씨 알지? 그 아저씨가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해서……”
“그럼 아빠 차는요?”
“그걸 팔아서 저 트럭을 산거야. 이제 저 트럭이 아빠 사무실이고 집이고 그래.”
“집이라고요? 그럼 이제 아빠 집에 안 들어오실 거예요?”
“……”
“아빠?”

“상준아,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 아빠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니까 너도 그렇게 따라줬으면 좋겠다. 이제 이 집은 비워줘야 한단다. 그동안 아빠가 한 일이 잘못돼서 빚을 좀 많이 졌거든.”
“그럼 나도 트럭에서 자요?”
“그건 아니야. 넌 할머니 댁에 가 있을 거야.”
“시골이요?”
“응, 그렇지만 아주 당분간이야. 금방 다시 올라올 수 있을 거야.”
“아빠, 꼭 가야 돼요?”
“미안하다.”

아빠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습니다. 보지도 않는데 틀어 논 텔레비전에서 행복한 가족이 나옵니다.
엄만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가짜라고 했는데, 엄마 말이 틀린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짜고 텔레비전 세상이 진짜인 것 같습니다. 난 자꾸 모든 게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빤 날 전학시키기 위해 학교에 오셨고, 그동안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인사를 하라는 선생님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꿈같았지만 시간에 따라 몸이 움직여졌습니다.
그리고 이젠 기차를 타야합니다.

아빤 창가 쪽으로 앉으셨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내가 앉겠다고 우겼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계셨다면 “우리 상준이 철들었네.”하고 좋아하셨을 겁니다.
웅성대는 사람들 사이로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건 내 목소리였습니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많아졌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책상에 앉아있다가도 난 내가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합니다. 마음속으로만 하면 내가 듣지 못할 것 같아 소리 내어 말을 합니다.

“괜찮아. 경수를 생각해봐. 그 애 기분 이제야 알 것 같아.”
“넌 정말 괜찮은 거야. 약속이 있잖아. 선생님이 약속은 지켜지기 위해 있는 거랬어. 분명 엄만 돌아올 거야. 그리고 나도 돌아올 거야.”
경수는 2학기 때 전학 온 아이인데 시골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가 모두 돌아가셔서 시골 할머니네 집에서 자랐었는데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수원 고모네 집으로 살러 온 아이라고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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