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이 낳은 극작가-박서림 선생
서천이 낳은 극작가-박서림 선생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10.22 00:00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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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중 곰솔의 고사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이가 둘 있다. 충북 추풍령에서 활동하는 시인 김정기 선생과 그가 문학의 선배로 존경한다는 극작가 박서림 선생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곰솔마을 신송리 장마루 출신으로  고향의 한 살 차이 선후배 문학인이자 우리나라 문단의 중추돌인 이들이 올 가을에 더욱 뜻 깊은 일로 서천을 찾는다.

오는 10월28일 김정기 선생이 선배 박서림 선생의 문학비를 장마루촌에 세운다. 흔하지 않은 일로 우리문단에서도 이일을 귀히 여기며 특히 서천은 석초 선생의 시비건립에 10년 공을 들인 과거가 있으므로 이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쉽게 와 닿을 것이다.

박서림 선생이 이 아름다운 일을 앞두고 지난 20일, 20년 만에 부인과 둘째아들 내외를 앞세우고 장마루촌을 찾았고 본지 인터뷰를 기꺼이 허락했다.

“과분한 일입니다” 김정기 선생이 사비를 털어 세우게 될 문학비에 대한 박서림 선생의 첫마디이다. “선조 때부터 아래윗집에 살면서 형님 동생으로 지낸 사이지요”

김정기 선생은 박서림 선생에 대해 “내가 문학적으로 그분의 도움을 크게 받았고 평소 존경하는 분입니다”고 고백했다. 반면 박서림 선생은 “내가 해준 것이 없는데…, 장마루촌의 이발사가 당선되고 1년 뒤에 시를 써가지고 왔기에 혹평을 해서 보낸 일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 혹평이 오늘의 김정기 시인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박서림 선생은 1930년, 신송리에서 나서 서천초등학교를 28회로 졸업한 후, 상경해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왔다. 1958년 「장마루촌의 이발사」로 KBS방송소설 현상공모에 당선 되면서 본격적인 극작가의 길로 접어들어 36년, 문학인생으로 치면 40년 길을 살았다.

이렇게 얘기해도 박서림 선생이 멀게 느껴진다면 7·80년대 라디오에서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1년은 365…”주제곡이 흘러나온 「즐거운 우리집」과 「아차부인 재치부인」을 떠올리면 무릎을 칠 것이다. 그리고 올 8월에 나온 「한여름밤의 고전 산책」까지.

요즘 박서림 선생은 극작 창작을 잠시 접고 새로운 재미에 빠져있다.
인터넷에 누리집(홈페이지, www.parkseolim.pe.kr)을 지어 놓고 이곳을 오래된 일기와 그동안 써온 극본들, 그리고 순간순간 극작가로써 격어야 했던 일들로 채우고 있다.

“내가 뭐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하구요”라며 기록하기 싫어하는 민족성을 안타까워하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서림 선생은 슬하에 아들 셋을 뒀다. 이 누리집은 통신사에 근무하는 장남이 만들어 준 것이고, 둘째는 수원에서 자영업, 막내는 중학교 국어 선생이다. 이런 가족들에 대한 글귀가 눈에 뜨인다.  “아내는 스타도 아닌 남편을 언제나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고 자식들은 저절로 자라 일가를 이뤘다” 이처럼 박서림 선생의 작품에는 가족, 이웃, 세상을 밝게하는 사람냄새가 난다.

“난 극작을 문학이라고 생각 안해요” 시로 시작했지만 잠시 외도한 느낌이 드는 걸까 요즘 다시 시를 쓰고 내년쯤에 시집을 내 놓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 또 하나의 재미가 주부들의 붓글씨를 가르치는 일이란다. “주부들의 역할이 참 중요해요, 일주일에 한번 주부들을 상대로 붓글씨를 가르치는 데 얼마나 열심인지, 보면 참 이쁩니다” 라며 특히나 40대 주부들이 바른 생각으로 바르게 자녀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잠시 술 이야기를 했다. 기자가 술 좀 하겠다며 애석하게도 10년 전에 술을 끊어서 권하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이내 부인이 거 든 말 한마디“그 때는 그렇게 바쁘다면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요”
“마감 대 놓고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데 술 안마시고 견딜 수가 없었지”
이제 고향에 자주 오시라는 말에 “가끔이라도 찾을 일이 생겼네요” 문학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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