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해 특별기획
쌀의해 특별기획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11.05 00:00
  • 호수 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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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쌀 이다!
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내부 경쟁력강화

▲ <사진/공금란 기자> 2004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쌀의 해이다. 우리 민족의 주식이며 우리 서천산업의 근간 역시 쌀이다. 때 맞춰 우리나라는 유래 없이 쌀농사가 대풍이어서 ha당 벼 수확량이 600kg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엔 500kg만 넘어도 다수확 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과히 모든 농민이 다수확상 수상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쌀은 더 이상 다수확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농업 최후의 보루인 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챙겨보고자 한다. <편집자주>지피지기(知彼知己)“서천 쌀 조탸” “장사꾼들이 경기미로 둔갑시켜 판다는 군” 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 언제나 하는 말들이다. 서천 쌀이 호남지역 쌀보다 좋긴 좋으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쟁해야 할 쌀은 호남미가 아닌 경기미, 나아가 미국산 칼로스이다.그동안 눈속임해서 한탕하려는 사람들이 서천 쌀 중에 좋은 것을 골라 ‘경기미’ 딱지를 붙여 판다는 풍문이 헛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좋은 쌀 ‘경기미’ 딱지 붙이고 남는 것 ‘서천쌀’ 딱지 붙여 놨으니 백날 ‘서천 쌀 좋다’한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난달 29~31일 서울 서초 농협하나로클럽 광장(말은 광장이라고 했지만 뒷골목에 지나지 않았다)에서 충남도 각 시·군의 대표 쌀들이 선을 보였다. 타 지역 쌀에 비해 서천 쌀값이 낮게 거래되고 있었다. 그 원인을 분석하는 일이 서천 쌀의 질을 높여 인정받고 좋은 값을 받는 길이다.먼저 충청도 이남과 이북의 토질은 차이가 있다. 서천을 경계로 북쪽은 질참흙, 남쪽은 사질양토를 이루고 있다. 또 토질관리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오래전부터 충남 이남은 임야가 적어 볏짚을 화재로 사용해온 양이 이북보다 많았다. 이는 토질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기질 비료의 사용량이 부족해 수확량은 많아도 미질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 한 가지 충남이북은 그렇다 할 만한 평야가 없을 만큼 인구수에 비해 논이 적은 것이 오늘날 기술집약적 농법으로 전환하는 일이 쉽다. 게다가 수도권과 가까워 직거래가 일찍부터 성행했고 이런 이유로 고객의 입맛에 맞는 고품질 쌀에 대한 인식이 오래전부터 형성됐다. 수확량이 떨어지지만 추청(아키바레)을 경작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미가 으뜸’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그 인식은 오늘도 쉽게 변할 줄 모르고 있다. ▲ <사진/공금란 기자>
푸대접 받는 쌀

우리나라 주식의 외국 의존도가 73%에 달하고 있다. 우리 곡식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이 열명중 3명이 채 안 돼, 무리한 계산이겠으나 우리 국민 3천만명이 외국농산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수치상은 분명히 우리 쌀이 모자라 외국농산물을 주식을 대처하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쌀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정말 쌀이 남아돌기나 하는 것처럼 쌀이 푸대접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충남쌀축제에는 도내 각 지자체마다 500g~1kg 단위 소포장 쌀을 홍보용으로 나눠줬다. 서천도 ‘냉각쌀’ 등 1천포를 홍보물로 사용했다.

대개는 하나라도 더 받을 욕심으로 온 가족 별로 홍보용 쌀을 챙겼지만 개중에는 귀찮은 듯 외면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쌀이 푸대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5천년 역사 중 불과 30년 전만해도 쌀밥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듯 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 쌀 쟁여두고 비싼 달러 빚 얻어 남의 쌀 팔아먹는 격이다. 심지어는 쌀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조차 의례 ‘자장면이나 먹자’라는 말이 쉽게 나올 정도로 외식문화에서의 쌀은 더더욱 푸대접 받고 있다.

만일 현대차 사장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면 곱게 바라볼 수 있을 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나아가 쌀농사를 토대로 유지되는 서천경제의 현실을 볼 때 유독 한식당보다 칼국수 집이 잘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2005년도에는 쌀수입 개방?

우리나라는 2004년 205만2천 톤의 쌀을 수입했고 10월말 현재 충남도내에는 수입쌀은 총 9천807톤, 서천에는 1천458톤이 보관돼 있다.<표,수입쌀 충남지역보관 현황 참조>

이른바 MMA(Miminum Market Access), 최소시장접근방식에 의해 수입된 쌀(실제로는 원료인 벼를 수입되는 것이나 현실적으로 쌀이라는 표현이 보편화돼 있어 쌀로 표기한다)이다.

최소시장 접근방식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쌀개방을 10년간 유예 받는 조건으로 약속된 내용이다. 여기서 최소시장접근 방식, 즉 MMA가 채택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1988~1990년의 국내 쌀 소비량을 기준으로 첫해인 1995년에 국내소비량의 1%를 시작으로 매년 0.25%씩 수입량을 체증해 1999년엔 국내소비량의 2%를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2000년부터는 매년 0.5%를 체증 2004년엔 국내 쌀 소비량의 4%에 달하는 벼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도록 한 것이다. 이 계약이 끝나는 올해 다시 쌀협상에 임해야 하는 시점이 도달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10년 전에 매듭짓지 못한 쌀협상을 올해 다시 시작한 것으로 ‘쌀 재협상’이란 말을 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공식적으로 들여오는 벼의 량이다. 그러나 가공품 수입은 규제가 없어 교묘하게 쌀을 수입하는 예가 많다. 벼를 현미로 가공해서 들여온다든지 가루로 들여와 가공업체에 판매하는 것까지 합치면 그 양은 엄청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억울하지만 10년 동안 우리는 꾸준히 쌀을 수입해 왔고 한편으로는 10년간은 쌀시장 개방을 준비할 기회를 얻었다. 10년 동안 준비해서 올 협상에 임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준비는커녕 여전히 미국에 이끌려 가면서 쌀 수입개방을 당연시 하고 있어 농민들까지 ‘2005년부터는 쌀이 완전개방 된다’고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단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로 정책적 대안 제시보다는 쌀 수입개방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시 말하건데 쌀은 2005년에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 올해 재협상을 하는 것이다. 이 재협상에서 우리 쌀을 지켜보자고 현재 농민 80여명이 일본에 원정까지 가서 FTA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대형 벼포대 하나 값 7천원, 농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거져 얻거나 가격이 싼 각종 화학 물질 포대가 벼를 담는데 사용되고 있다. <사진/공금란 기자>
‘서천쌀’ 만들기

현재 국내 시장에서 서천쌀은 있어도 없다. 최근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품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품에 대한 인지도도 떨어지고 있다. 설령 2005년도에 쌀 시장이 개방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서천쌀’을 반듯하게 내 놓아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군이나 농민들이 받아들이고 있어 요즘 지역 혹은 개인별로 쌀을 상품화 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서천쌀의 이름들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지 전달도 미약하다.

‘오리쌀’이나 ‘게르마륨쌀’ 같은 것은 재배의 특성을 제시한 것으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감쾌청’과 ‘논빼미쌀’은 보편화 된 말이 아니어서 도시 소비시장 대중성 확보 차원에서 재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 된다.

예를 들어 논산의 ‘청풍명월’ 은 보편화된 말이며 ‘황산벌’은 지역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당진의 ‘해나루’는 왜목 마을의 전국적인 명성에 힘입어 인지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뜸부기 쌀’ ‘반딧불이’ 등은 청정 이미지를 부각 시키고 있다.

이미 개발된 상표야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쉽게 다가오고 인식되는 상표개발이 요구된다. 이렇게 개발된 상표를 군 당국은 개일별 단체별 홍보보다는 한데 묶어 관리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몇몇 개인의 이익을 돕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서천농업 경쟁력 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농가들은 수확률이 떨어지더라도 추청 같은 양질품종 전환과 특성화된 쌀을 만들기 위한 재배방식, 관리가 보다 철저해야 한다. 무농약 재배를 약속하고 밤에 몰래 농약을 하는 일, 벼를 담는 포대가격이 비싸다고 화공약품을 담았던 포대를 함부로 사용하는 일, 조금 비싸게 준다고 경기미 등으로 악용되거나 외부의 저질 쌀이 ‘서천쌀’ 명찰을 다는 일은 막아야겠다.

서천의 경제에 농업이 미치는 영향은 30%내외(군 통계 없어 박형순 군수 재임 시 농민회의 대화 내용으로 추산), 인구는 40%가량 된다. 때문에 농업과 농민의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쌀이 곧 서천의 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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