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의 날 기획
지체장애인의 날 기획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4.11.13 00:00
  • 호수 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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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낮이 없는 새 땅을 위하여
군내 장애인 4천31명, 늘어나는 추세

어린아이들도 쉬게 넘어 다닐 수 있는 불과 몇 센티미터도 안 되는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을 작은 홈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편리를 위해 사회 곳곳에 설치된 시설물들은 그들에게는 장애물일 뿐이다. 버스 정거장, 지하계단, 대학입시장소, 공장의 작업대, 심지어 그 주인권리를 행사하는 투표장에서까지 사회는 장애인들을 생산한다.우리 고장에도 이런 장애를 느끼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지체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그들이 느끼는 갖가지 장애들을 살펴보고 함께 고민해보자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은 2004년 6월말 현재 1백53만여명에 이른다. 광역시에 해당하는 인구가 장애인인 셈이다. 주요 장애유형별로 살펴보면 지체장애인 84만7천명, 정신지체장애인 11만5천명, 시각장애인 16만1천명, 청각장애인 13만4천명 등이다.우리 군의 경우에도 지체장애인 2천2백35명, 시각장애인 449명, 청각장애인 404명 정신지체장애인 329명 등 모두 4천31명의 장애인이 군에 등록돼 있다. 이는 서천군 인구의 5.95%에 이르며 비인면의 인구 보다 많다는 얘기가 된다.또 2002년의 2천75명보다 무려 1천9백여명이 증가한 상태로 그 원인을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 담당은 “전반적인 노령인구의 증가와 새로운 장애유형 추가의 결과인 것”으로 풀이했다.이처럼 많은 장애인들이 이웃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군 장애인 관련 복지정책은 제자리를 지키고만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장애인복지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도 된다.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종합복지관 부지선정 문제와 같이 자신들에 대한 행정적 관심과 배려는 늘 뒷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계속되는 지역경제의 침체로 관내 기업체 등의 문을 두드려도 예전 같지 않고, 각종 단체에서 주관하는 ‘불우이웃 돕기’ 등 일회적인 지원마저 그 규모가 작아지고 있어 지역사회의 좀 더 많은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 <사진제공=지체장애인협회서천군지회>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지난 6월 경북 의성군은 군수 관사를 장애인 복지시설로 활용키로 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군수 관사를 4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장애인들의 재활 의료시설과 사무실로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현 군수의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에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됨을 고려한 현실적인 결정이었기에 관심을 모았었다.

서천군은 현재 종천면에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군·도비 각각 2억원씩 모두 4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기본설계를 마친 상태이며 내년에는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현 나소열 군수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 사업은 총 14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부지를 두고 장애인 단체들은 물리적 접근성을 이유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반대했지만, 군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차량운행의 문제점 등을 들어 노인복지타운 내 설치안을 강행했다. 때문에 장애인단체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군 안대로 결론이 나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도 장애인단체들은 행정의 효율성만을 강조한 밀어붙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심지어는 건립 된다 해도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내놓고 있어 언제라도 다시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이런 장애인종합복지관의 건립을 둘러싼 군 당국과 장애인단체들 사이의 갈등과정을 지켜볼 때 앞서 얘기한 의성군의 경우와는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군수 관사를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적극 활용했으며,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신규건립 보다는 적은 예산으로 현재 시설을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효율성을 극대화 시켰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을 이행하는 것에 있어 주민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해 나름의 현실적인 공약이행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에 관련된 정책입안이나 사업집행의 기본은 ‘장애인의 시각’으로 볼 수 있을 때 목표의 근사치에 접근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수요자 중심의 행정서비스 구현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장애인복지예산 실태와 취업의 어려움

올해 군 예산 중 장애인복지관련 예산은 모두 16억9천1백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예산항목을 살펴보면 장애인재활사업비 2천만원을 제외하면 필수적인 생계지원과 행사 때마다 지원되는 형식적이고 일시적인 행사보조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재활, 자립이라는 장애인복지정책의 최종목표와는 너무 동떨어진 감이 있다. 가정경제로 치자면 먹고살기에 급급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나 군수의 장애인 관련 공약의 이행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나 군수는 공약에서  ‘장애인 지원을 위한 장기종합계획 수립’을 군민들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의 실천에 관한 군의 공식적인 움직임이나 구체적인 발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민 일부에서는 “장애인정책과 공약에 관련된 사안을 복지관 건립으로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면서 “지극히 정치적인 감마저 든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인 취업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고용보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 관련 법률로서 정한 장애인 고용비율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군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법으로 정한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분담금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서천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장애인재활을 위한 공동작업장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고용을 알선해준 경우가 10명정도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지체장애인협회 한 관계자는 “장애정도가 경한 장애인들은 당장이라도 일을 할 수 있지만 기업들이 편의시설 설치와 산재 위험에 대한 오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군과 군내 기업체, 장애인단체들이 참가한 간담회·토론회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지역의 4천여명의 장애인중 대부분은 정당한 취업의 기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월 8만원의 장애수당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일방적 시혜의 대상을 넘어

장애인관련 정책과 예산은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면 논의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장애인의 삶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건이 성숙되는 동안 어떤 장애인들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삶의 끈을 놓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또한 선거 때마다 찾아와서 선심을 베풀듯이 하고는 사진이나 찍어 자신의 선거운동에 이용하고는 나 몰라라 할 성질의 사안도 절대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현대적인 법 가치에 의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일방적 시혜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또한 장애인들은 집 밖으로 나가 마음껏 학교도 다니고, 직업도 가질 권리가 있다. 근거 없는 편견이나 거부감은 또 하나의 턱이다. 이제 장애인 스스로도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형무형의 온갖 턱을 없애 줄 것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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