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소리 음악회’ 첫 출발
386주부들 소녀시절 분위기에 매료
386주부들 소녀시절 분위기에 매료
이 행사는 지난 봄 서천을 찾은 가수 이미배 씨가 신성리 갈대밭을 비롯한 서천의 꾸밈없는 아름다움에 반해서 서천사람들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마련됐다. 때문에 이미배 씨는 행사 후 “내년에 또 뵙겠다”는 기자의 말에 “무슨 그리 서운한 말을 하느냐”며 서천이 마치 고향 같아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겠노라고 했다.
신성리 갈대밭을 찾은 어떤이들은 편의시설이 너무 없다고 투정이지만 갈대밭이야 말로 ‘자연을 방치한다’는 생각으로 있는 그대로 유지해야 제맛이 나지 않을까.
▲ <사진/공금란 기자> | ||
갈대, 이 단어 하나만으로 설레는 게 여자가 아닐까. 그래서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의 남자주인공이 연인의 배신을 갈대에 비유한 ‘여자의 마음’이란 아리아가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갈대는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흔들릴 뿐 꺾이지는 않는다. 리골레토의 여주인공이 연인을 위해 죽음의 길을 대신 나섰듯, 겉보기에는 흔들리는 것같이 보였지만 결코 지조를 버리지 않는 여인처럼 삭풍 맞고 선 갈대들도 그랬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또 잎이 부대끼며 나는 초자연 음, 이 쯤 되면 갈대의 노래만으로도 분위기에 빠져 들기 마련이다. 한술 더 떠 울려 퍼지는 고미현 씨의 색소폰 연주, 김순호 씨의 플롯 연주, 그리고 라틴음악에 빠지지 않는 원시욱 씨의 콩가 연주까지 색다른 멋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이미배 씨의 노래 풍이 가을과 어울리지 않는가. 자신의 노래보다 샹송을 번안해서 부른 노래가 유독 많고 우리에게 ‘눈이 나리네’로 알려진 그녀이다. 실제로 마지막 곡으로 부른 ‘눈이 나리네’가 끝나는 순간 하늘은 금세 눈을 쏟을 듯 내려 앉아 있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가족, 연인 그리고 마음 통하는 벗들과 신성리를 찾은 이들은 마냥 행복해 했다.
판교에서 왔다는 40대 주부들은 일찍부터 통나무 의자에 자리를 하고 그 추운 날씨 속에서 꼼짝 않고 분위기와 음악 속에 빠져 들었다. 그들 중 한 주부는 음악회가 끝난 뒤 “덕분에 참 좋았어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원하던 갈대밭 음악회의 문을 열었으니 이젠 다른 지역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해마다 갈대밭에서 감미로운 음악회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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