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찬’이냐 ‘유근찬’이냐?
‘류근찬’이냐 ‘유근찬’이냐?
  • 김봉수 기자
  • 승인 2004.11.26 00:00
  • 호수 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 의원 유독 한자 명패 쓰는 사연
17대 국회 들어 국회 본회의장에 걸려 있는 국회의원들의 명패는 '한글'이 대세다. 16대 때까지 한자 명패를 쓰던 다선 의원들도 민주노동당이나 386세대 출신 젊은 의원들의 흐름에 동조해 한글 명패를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 류근찬(55·자민련)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의 명패뿐만 아니라 국회수첩 또는 다른 공식 문서에도 순 한문(柳根粲)으로 자신의 이름을 표기하고 있다. '한글 바로쓰기'에 앞장서고 있는 KBS 아나운서 출신이기도 한 류 의원이 이렇듯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만 표기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류 의원은 23일 여의도통신 기자와 만나 "성 표기에 두음법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94년 호적 예규가 제정되면서 줄곧 공문서 상에는 '유근찬'으로 기재돼 왔고 지난 9일엔 대법원이 '류'씨 성은 '유'로 표기해야 한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문서상 표기 방법이 바뀐다고 평생 써 오던 이름이 쉽게 바뀌겠냐, 비공식 석상에서는 '류'를 쓰면서 불가피하게 공식적으로 표기해야 할 때는 그냥 한자를 쓰고 만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이어 "종친회에 깊이 관여한 어른이 많은 집안 분위기상 앞으로도 바꾸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즉 국어 표기법과 호적법상 '유근찬'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고 주민등록증과 여권 등에 그렇게 기재돼 있지만, 평생 '류근찬'으로 표기해왔고 종친회 등 집안 어르신들도 '유'로 표기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기 때문에 그 중간 대안으로 공식적인 자리의 이름은 그냥 한자로 쓰고 있다는 게 류 의원의 설명이다.

류 의원은 또 이러한 이중적 성 표기로 인해 생겼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던 시절 성 표기법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앵커 유근찬'으로 내보냈다가 진주 류씨 문중에서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으며, 또 그것을 피해 한자로 이름을 내보냈더니 이번엔 시청자위원회 등이 거센 항의를 해 한동안은 아예 이름을 넣지 않고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에 입성하고 나서도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류'씨를 고수하고 있는 탓에 보좌진들이 류 의원과 관련된 뉴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도 '유'와 '류'를 번갈아 두 번씩 검색해봐야 하는 등 작은 불편도 있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