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산 자락 아늑한 동네잔치 열리던날
천방산 자락 아늑한 동네잔치 열리던날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12.17 00:00
  • 호수 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80대 노인들뿐, 아이라고는 세살 박이 꼬마 하나
한국가스공사, 앵두마을에 1천만원 기부

▲ <사진/공금란 기자> 12월 중순치고 햇살이 따스해 마당에 펼쳐진 잔치판이 흥겨워 보인다. 요즘 언론에 주목받고 있는 시문중학교 관악부의 연주가 흥을 더하고 있다. 몇 해 전 천방산을 훑고 내려오는 화마에 조마조마 하던 마을 북산리에 흥겨운 마을잔치가 열렸다.14일 문산면 북산리(이장 송병우)와 한국가스공사의 도농교류 일사일촌(一社一村) 결연 조인식이 열리는 동네어귀에 천막이 세워졌다. 천막은 이번 결연 기념으로 가스공사가 일명 앵두마을로 소문난 북산리에 기증한 것이다.커다란 창고 안에는 초상집 마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화력 좋은 난로가 열을 뿜고 10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잔칫상이 배설돼 있다. 이런 날이면 언제나 수고스런 아낙들이 부지런을 피워 마련한 것이다. 마을 아낙들이래야 모두 쉰 넘고 환갑 넘었다. 유정기 부녀회장도 이미 할머니 소리를 듣는 나이다. 이렇듯 앵두마을 북산리는 젊은이 구경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자꾸 엄마 손을 벗어나려는 세 살 박이 꼬마가 마을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자치하고 있다.서천군 자체가 이미 고령사회로 노인인구가 20%를 넘어 섰다. 그 중에서도 농촌지역인 문산면은 30%에 달한다고 하니 천방산에 둘러싸인 앵두마을에선 환갑나이가 한창 일할 청년이다.그렇다고 손놓고 하늘만 바라보는 마을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마을 뒷산에 널려있는 앵두나무를 활용해 새로운 발돋움을 하고 있다.그게 바로 올 봄 처음 열린 앵두축제이고 이 때문에 앵두마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산골마을의 진수를 보여 주듯 마을 앞 다랑이 논둑엔 더덕이며 마 덩굴이 포근한 날씨 덕에 아직도 건재하다. ▲ <사진/공금란 기자>
어쩌면 이런 시골스럽고 산골의 진면목을 간직하고 있는 덕에 한국가스공사에서 기꺼이 북산리와 결연을 맺은 지도 모른다.

이런 마을에 모처럼 도회 손님이 찾고 군수나리며 공무원들이 찾았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국가스공사는 천막은 물론 회관에 커다란 텔레비전도 놓아주고 1천만원의 마을기금까지 기부했다.

가스공사와 앵두마을은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구매하며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또 가스공사 사람들이 북산리를 찾으면 고향의 부모처럼 맞을 것, 반대로 찾는 이들은 자식처럼 일손을 돕기로 했다. 이 마을 학생들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가스공사 견학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것 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 할 게다.

손으로 오는 손님도 끼 니를 거두는 게 산골인심인데 어찌 대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비싼 소고깃국에 한참 맛 오른 굴과 주꾸미, 이것도 모자라 돼지도 잡고 전도 부쳐냈다.
그리고 직접 수확한 표고버섯을 선물로 내놓았다.

공식행사를 마치고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을 나누고 술잔이 오가고 마냥 즐거운 날이다. 아낙들 역시 이런 날은 밖에서 찬물로 설거지를 해도 즐거운 모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