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딸기 억제재배로 희망을 일군다”
“겨울딸기 억제재배로 희망을 일군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1.07 00:00
  • 호수 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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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남도연맹 의장 최명식씨

‘국익을 위해 농업의 일정한 피해는 감내해야 한다’는 소위 국익론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 일부 언론들은 연일 ‘핸드폰 하나 파는 것이 농업 부문에 투자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며 농업의 포기로 인한 피해와 수출이익과의 단순비교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그 대가로 농업(민)의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 된 지금 이 땅 농촌에는 힘없는 노인들만이 겨우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양식꺼리라도 보탤 요량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농촌 일반의 현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그러나 이런 자국 농업의 포기를 전제로 하는 일부 자유무역(시장)경제론자들의 주장과 현상에 대해 ‘농업 포기 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이 땅 농업·농촌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주인공인 농민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지난해 이 땅 농민들은 최대 농업현안이었던 FTA 협상 반대투쟁을 시작으로 거의 하루도 쉴 날이 없을 정도로 연일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어야 했다.그러나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왔던 농민들에게는 농업의 포기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 생업은 생업대로 투쟁은 투쟁대로 이중고를 감당해냈던 이 땅 농민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의 현장을 일구어 오고 있다. 농민, 사람답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 농사꾼으로서 농민운동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온 지역의 한 농업인 부부가 최근 군내 최초로 딸기 억제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현장을 찾아 부부를 만나기 위해 지나 난 4일 마산면 관포리를 찾았다. 그러나 만나자마자 “딸기 얘기를 인제하면 어떡해요, 벌써 1차 출하가 끝났는데” 지난해 12월 15일에 출하가 다 끝났으니 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딸기는 기왕에도 많이 짓고 있었지만 좋은 가격으로 소득증대를 꾀할 목적으로 작목을 선택하던 중 10월에도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 새로운 재배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배워 보급하려고 시작했습니다”.우리 군은 물론 인근 부여지역에서도 자신이 제일 먼저 시도했노라고 최명식(56)씨는 말했다. 또한 딸기 주산지로 정평이 나있는 논산시의 경우도 12농가만이 이 방법으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고 했다.억제재배란 딸기의 생리적 작용 즉 꽃눈의 발육을 억제시켜 촉성재배품종의 수확기 이전에 수확을 목표로 재배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재배법은 촉성재배법과 함께 각종 채소, 꽃 등의 원예 분야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농민들이 이 재배법을 활용해 딸기를 재배하면 계절적으로 딸기생산이 불가능한 시기에 생산 공급시기를 조절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기대 할 수 있다.이어 대화는 그의 화려한(?) 농민운동 경력에 대한 질문과 농업현안 얘기로 이어졌다. 지난 80년대 초 기독교농민회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서천군농민회장 2회 역임, 충남도연맹의장 역임, 현 충남농민연대 상임의장 등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을 농민운동의 이력을 지닌 최명식씨도 그런 우직스러운 이 땅 농민들 가운데 한사람이었다.‘농촌사람도 사람답게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라는 자각을 한 그에게는 전두환 노태우 군부정권의 서슬파란 탄압도 별 무소용이었다. 경찰서 정보과 형사의 밀착감시 속에서도 그는 항상 농민투쟁의 현장에 있었다.그런 그에게도 생활과 농민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과 고민은 있게 마련이었던 것. 비록 옳은 일이라 믿었기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었지만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은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는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묵묵히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준 부인 황성순(51)씨가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노라고 고백했다.
딸기는 잠을 재워야 열매를 맺는다?

이어 최씨는 30년째 써오고 있다는 영농일기를 겸한 비망록을 펼쳐놓고 “심기 1년전 가을에 뿌리를 캐서 냉동보관 한 후 지난해 9월 15일 정식으로 심고, 10월 31일 첫 수확, 12월 15일까지 수확을 마친 후 2차 예냉을 거쳐 1월 15일 다시 심어 2월말에는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된다”는 등 억제재배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최씨가 지난해 재배에 성공한 딸기 품종은 휴면이 깊은 품종으로 알려진 ‘육보’로 자신의 80m 비닐하우스 1동에 육묘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농약 농법으로 재배했다. 처음 시도하는 재배법이었지만 오랜 기간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던 경험에 최씨 특유의 연구노력이 더해져 재배에 성공 할 수 있었고 250만원의 조수익까지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더구나 12월 중에는 가격이 좋아 2㎏ 1상자에 1만5천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새로운 방법으로 딸기 재배에 성공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 노력이 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연구는 물론 논산 딸기시험장의 최재현 작목팀장을 찾아 재배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까지도 최재현 작목팀장과는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기술자문 등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최씨는 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포함해 인근 딸기재배농가 14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월명산 목초액 딸기 작목반’ 전체에도 이를 보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열매 맺어 군내 시설하우스 농사의 메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마산면이 한 겨울 별미인 딸기로 다시 한 번 각광 받길 기대해 본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주고받는 덕담들로 훈훈한 정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연초 풍경이다. 새해에는 진정 ‘쌀나무도 알고 있는 슬기로운 머리’로 치열하게 삶의 현장을 지켜내고 있는 최씨 부부와 같은 농민들에게도 한 번 쯤은 희망을 가져볼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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