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먼저 시작하면 … 4년 앞서 갈 수 있다”
“1년 먼저 시작하면 … 4년 앞서 갈 수 있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1.21 00:00
  • 호수 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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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쌀, 특별한 농부 한병우씨

▲ <사진/이후근 기자> 어스름한 저녁 서천 최고의 옥토를 자랑하는 삼산리 들판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조금은 특별한 농부 한병우(45)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방앗간을 찾았다. 그곳에는 삼산리 들판의 흙내음을 맡고 자라 농부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한씨와 그의 아내 이종례(37)씨가 쌀 도정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쌀 농사철이 한참 지난 한 겨울이지만 요즘 삼산리 농부 한병우씨는 바쁘기만 하다. 당일 주문체크하고 주문량에 맞춰 즉석방아를 찧어 오후 6시까지는 택배사로 보내야 한다.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시내 나갈 시간도 없다. 게다가 요즘에는 농업기술센타(소장 신백섭)에서 진행하는 새해영농설계교육에 모범사례로 소개되면서는 걸려오는 문의전화 받는 일이 바쁘기만 한 그의 일상에 하나 더 추가됐다. 인터넷으로 쌀을 팔기 시작하다 ‘농부와 천사’, 한씨가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팔고 있는 쌀 상표이름이다. ‘농부와 천사’는 한씨가 좋은 상표이름이 떠오를 때마다 수첩에 적어둔 이름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주위사람들의 의견을 구해 상표로 정했다.이 상표는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친 상태이다. 이외에도 한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인터넷 경매업체를 통해 자신이 생산한 2종류의 상표로 쌀을 판매하고 있다.한씨가 인터넷을 통해 쌀을 판매하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1년 먼저 시작하면 4년을 앞서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요즘에야 온갖 것들이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거래되지만 쌀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수 있다는 발상은 조금은 특별한 것이었다. 더구나 농협 같은 기업체나 단체도 아닌 개인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한씨가 특별나게 보이게 하는 이유이다.한씨는 당일 주문량을 즉석도정방식으로 매일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정미기를 설치하기 전에는 불편한 것도 많았다고 한다. 도장을 부탁하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 무엇보다도 당일 주문을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그래서 궁리해낸 것이 정미기 설치였다. 1억3천만원이 들어간 정미기는 즉석도정을 용이하게 해 그의 쌀 판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요즘에는 하루 주문량이 30~40건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즉석도정 방식으로 쌀을 생산하고 당일배송원칙을 지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 돼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경기미를 제치고 쌀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또한 상품배송 후에는 소비자에게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고 일주일 후에는 소비자 반응을 체크 하는 등 사후관리도 충실히 해오고 있는 점 등이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씨를 특별나게 보이게 하는 이유이다. ▲ <사진/이후근 기자>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심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판매가 활성화 된 요즘 한씨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공급물량이 소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한씨는 3만여평의 쌀농사를 지었지만 지금과 같은 판매추세라면 물량부족이 예산된다며 고민이란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일 수 도 있다. 이와 함께 한씨는 옥션고객들을 자신의 홈페이지로 유인해 활성화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씨는 일품벼를 일반농법과 농업기술센타의 지원·지도를 받은 쌀겨농법과 게르마늄 농법을 합한 친환경농사법으로 벼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고품질 쌀을 찾는 소비추세에 맞추기 위해 내년에는 일본산 품종인 고시까리를 심어 볼 작정이다. 이를 위해 나락 2가마니를 이미 확보해 둔 상태이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역시 한씨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이다.

요즘 삼산리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군내 후보지로 선정돼 마을주민들은 물론 한씨 또한 사업유치와 성공에 따른 기대로 한층 활기가 넘쳐 있다. 한씨도 삼산들판을 명미화단지로 가꾸어 볼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을에서 생산되는 쌀을 전량 판매할 생각이다. 늘 관성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노력하는 한씨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 농업·농민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나갈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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