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기획
천방산에 오르면 서천을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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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산에 오르면 서천을 사랑하게 된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4.01 00:00
  • 호수 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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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산, 참혹한 잿더미 위에 꽃은 피고
몇m지, 왜 천방산이지…내 나무 한그루 키워볼까??

“대단히 가파르고 아슬아슬한 능선에 타다 넘어진 나무들까지 있어 손이 꺼멓게 묻어드는 줄도 모르고 힘들게 봉림산 전위봉에 올라선다. 옷과 배낭을 털고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봉림산 올라서니 불에 탄 흔적에 잡목이 자라고 있어 전망은 좋다. 좌측의 흥림 저수지, 우측의 문산 저수지가 시원스럽다” ▲ <천방산 등산로><사진/공금란 기자>
어느 등산객의 천방산과 한 덩어리로 서 있는 봉림산 등반기 중 일부이다. 우리가 흔히 천방산이라고 부르는 산은 봉림산과 천방산 두 개의 산이 한 몸으로 서있는 것이다. 기자가 오른 봉우리도 봉림산이다. 해발 346m고지이다.

우리나라 산하를 산경표(山經表, 영조 때에 신경준이 편찬한 지리서,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도표로 정리한 책)에 의하면 장백정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13동맥으로 나눈다. 천방산은 태백산맥에서 속리산, 여기서 뻗어 나온 한남정맥의 금북정맥으로 볼 수 있겠다. (예산군의 천방산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라가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끌어들인 당나라의 소정방이 풍랑으로 기벌포에 상륙하지 못했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고승의 조언대로 하룻밤 사이 천개의 방으로 된 사찰을 지었다는데서 ‘천방산’이란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4월 서천의 밤을 깨운 천방산 화재사건이 있은 지도 5년이 지났다. 피해면적을 49ha 14만7천 평으로 추산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해가 갈수록 피해면적은 그 이상이다. 화재 당시는 푸르렀던 나무들도 화상으로 인해 점점 죽어 갔기 때문이다.

2005년 3월29일과 30일 아침, 출근길에 천방산에 올랐다.  문산면 신농리 마을을 가르는 계곡을 따라 나있는 임도로 중턱까지 차가 닿고 천방산에 오르는 계단식 등산로가 잘 정비 돼 있다.

이쪽은 문산면 북산리와 접한 지역과 달리 산불피해가 적은 곳이다.
▲ <노루귀(분홍)> ▲ <생강나무꽃>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은 하늘 말나리 같은 희귀 야생화들이 즐비했던 곳이다. 산을 아는 이가 등산로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다.

이 길을 갈 때는 발길을 조심해서 옮겨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맨 먼저 등산로 돌계단 틈에 분홍색 노루귀꽃 한 송이가 보인다. 임금에게 나가 듯 허리를 굽히니 낙엽사이, 돌 틈에 노루귀꽃이 깔려 있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 모두 있었다.

산에 오르기는 편하지만 등산로로 인해 많이 훼손돼 아쉬웠다.


▲ <생강나무꽃> 오르는 동안 노랗게 만개한 생강나무꽃도 만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화재의 참상이 드러난다.용하게 화재를 모면한 나무가 서있는 산등성은 숫총각의 듬성듬성 난 턱수염을 연상케 한다.이정표를 만난다. 여기까지만 올라서도 동서남북이 확 트여서 멀리 길산천과 맞닿는 금강이며 비인 앞바다가 보이고 발밑으로 흥림지와 등 뒤로 봉선지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그러나 이런 풍경을 즐기기에는 가슴이 쓰리다. 북산리로 흐르는 등성이는 아직도 화상 입은 흙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직 이른 봄이기에 억새풀마저 사그라진 탓에 더욱 황량하다.헬기 착륙장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천방산, 오른쪽으로 가면 봉림산이다. 출근길이기에 조금 만만해 보이는 봉림산으로 오른다. 봉림산 정상엔 재난방지를 위한 안테나철탑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아래 폐타이어로 만든 참호가 하나 있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화재의 악몽을 담고 있다. 지난해까지 6억원을 투입해 조림사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올 식목일을 전후해 2ha의 조림사업이 진행 중이다.

조림의 흔적이 그나마 보이는 곳은 판교면 등고리, 흥림지로 흐르는 능선이다.
사람의 손으로 줄맞춰 심은 키 작은 잣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외에 임도를 따라 복자기 단풍, 철쭉, 산벗나무들이 수만 그루 심겨졌지만 예전의 푸른 숲 찾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정상에서 바라본 천방산은 여기저기 타다 남은 나무들이 기둥처럼 서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
그 밑에서 뿌리를 보존했던 진달래며 개암나무들이 꽃망울을 짓고 있으니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내고장 명산 천방산, 서천에서 제일의 산이 상처 입은 지 벌써 5년인데 아직도 산불이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산불로 잃어버린 숲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년 세월이 걸린다는 말이 맞겠다.

2002년에는 인근 주민들의 헌수운동이다 뭐다 관심이 높았다. 문산면에서는 지난해부터 정월초하룻날 ‘천방산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지만 잃어버린 숲을 찾기 위한 모습은 미흡하기만 하다.

올 식목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내년 식목일에는 온 군민이 천방산에 나무 한그루 씩 심어 봄이 어떨까.

저마다 천방산에 '내 나무, 한그루 가꾸는 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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