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 (26회)
술래잡기 (26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4.15 00:00
  • 호수 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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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잤냐?”
영균이는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겸연쩍게 물었습니다.

“아,아니. 조금.”
“뭐야? 대답이.”
“응, 사실은 낮에 네가 엄마랑 같이 나가는 거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어. 솔직히 말하면 네가 떠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

“자식! 그래도 걱정은 됐나보지?”
영균이는 내 어깨를 가볍게 밀치며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엄마가 찾아온 거야?”
“응, 같이 가자고. 엄마 따라 서울로 가자고.”

“뭐어? 진짜야?”
“응.”
“그럼 떠나는 거야?”
“뭐라고 했을 것 같냐?”
“글쎄, 나라면……”

“너라면, 뭐? 따라간다고?”
“몰라. 아무튼 뭐라고 한거야?”
“안 간다고 했어. 그냥 이곳에서 산다고 했어.”

“왜?”
“왜겠냐? 그게 다 너 때문이지. 내가 떠나면 너 혼자 매일 울고 있을 거 아냐? 그리고 갈대가 다시 자라나면 우리 본부도 다시 지켜야 하고, 그리고 우리 할머니 매일 허리 아프신데 파스는 또 누가 붙여 주냐? 떠날 수가 없더라고.”

“정말 나랑 할머니 때문에 남는다고 한거야?”
“사실 엄마를 따라 낯선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 엄마만 내 엄마지 나머지는 모두 다 달라진 거잖아. 그리고 이젠 엄마도 완전히 내 엄마만도 아니고. 어린 아기가 있어. 두 살 이래. 그 앨 내 동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이상했어.”

“난 네가 엄마를 미워하는 줄 알았어. 널 찾아오지 않는 엄마가 밉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너는 엄마를 미워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맞아. 미웠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 엄마 얼굴을 보는데 그 미움이 싹 사라지는 거야. 옛날보다 더 늙어보이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고. 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며 자꾸 우는 엄마를 보니까 막 마음이 아파지기도 했어.

아무튼 난 너 때문에 못 떠났으니까 알아서 해? 날 형님으로 모신다든지 뭐, 그러란 말야.”
“뭐라고? 참나.”
같이 살자고 찾아온 엄마를 다시 돌려보내고 온 녀석은 이상하게도 행복해보였습니다. 아마 까맣게 잊고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아서인가봅니다.

“엄마랑 결혼한 아저씨는 사업을 하는데 외국에 자주 나가신대. 엄마가  방학 때는 꼭 오라고 했어. 내가 너랑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래.”
“너 사실은 엄마 안 미워했구나. 겉으로만 미워하는 척 한거지?”

“에이, 몰라. 미웠었어. 미웠는데 그냥 엄마를 본 순간…….”
“다행이야.”
“뭐가? 그냥. 뭐든지 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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