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3>
‘서천의 의롭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13>
‘서천의 의롭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4.29 00:00
  • 호수 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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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살기 좋은 지역, 돌아오고 싶은 고향 만들기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한 걸음

역대 정권의 개발과 성장위주의 경제개발정책은 농업·농촌의 붕괴를 가져왔다. 몇 년째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말은 이제 별로 특별하지도 않다. 거듭된 인구감소로 인한 농촌지역의 공동화와 노령화는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지경인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1차 산업 위주였던 지역경제기반 붕괴와 함께 지역공동체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 지역공동체는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은 물론 공동체를 유지하는 하나의 규범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역공동체의 해체는 곧 그것에 깃들어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질서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서천군의 무너진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고자 만들어진 단체가 ‘서천을 의롭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서의회, 회장 노상래)’이다. 구체적으로 서의회 결성 연원을 살펴보면 1996년 총선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천출신으로서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던 당시 김홍렬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던 지역 인사들의 모임이 초기 서의회의 주요 구성원이었다는 것이 서의회의 설명이다. 서의회는 선거운동 참여라는 적극적인 형태의 사회참여를 경험한 초기회원들이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개선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끝에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노상래 회장은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과거 서천군세가 도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로 서천은 사람 살만한 고장이었다”면서 “돌아오고 싶은 고향, 대규모 개발과 투자 등 물질적인 것 보다는 정신이 풍요로운 지역을 만들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창립 동기를 설명했다.


서의회 회원들이 단체를 결성하면서 추구했던 것은 비록 생활은 곤궁했지만 상부상조의 기풍이 흐르는 따뜻한 산업화 이전 공동체의 가치를 찾자는 것이었다. 산업화가 가져다 준 살벌한 이익사회를 인간미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서의회의 실천

초기 서의회 회원들은 단체의 구성과 운영을 총괄하는 원칙을 세우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런 논의와 고민들은 지역사회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고자 했던 서의회 회원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구성원 전부가 합의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렸지만 뜻있는 회원들은 계속 모임에 문제를 제기했다.


무수한 논의와 합의과정을 거쳐 하나하나 세워졌던 이 원칙들은 서의회를 지역 내 허다한 단체들 가운데서도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이는 서의회의 훌륭한 전통으로 남아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원칙 중 첫 번째는 정치성 배제였다. 초기구성원 대부분이 선거운동조직의 일원이었다는 남다른 인연도 있었지만 불편부당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지금도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 서의회의 설명이다. 어느 누구라도 단체를 선거운동에 이용하려 하는 것은 단체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단순한 친목단체를 지향하고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왕에 회원들이 가지고 있었던 경험들을 발전적으로 살리고 지역사회에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었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지방자치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군을 방문, 그들의 앞선 경험을 들어보는 선진지 견학을 매년 실시해 왔다. 전남 장성군, 경남 남해군 등 남보다 앞서 한 차원 높은 지방자치를 실천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는 등 모범적인 지역 가꾸기 사례를 둘러보기 위한 노력을 해마다 실천하고 있다.


세 번째는 우리 것을 찾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내 것,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우선해야 된다는 것에 결론이 모아졌다. 구체적인 실천사례로 올해 처음 서의회가 주관해 실시됐던 ‘월남 이상재 선생 백일장’이 대표적이다. 서의회는 앞으로도 이 사업을 더욱 심화시켜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열정, 도덕적 잠재력에 기대

서의회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점은 자발성에 기초한 회원들의 참여에 있다. 재정도 48명 회원들의 정기회비와 특별회비만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좀 더 규모 있는 사업을 하기위해서 사단법인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지만 이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서의회의 설명이다.


우리 지역에도 동우회 성격의 모임 또는 단체들이 여럿 존재한다.

공직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퇴직 후에도 일정한 역할을 지역사회에 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창립 목적이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다. 친목단체 이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것이 주민들 사이에 서의회가 좀 더 차별된 모습으로 비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메니티란 말 잘 모른다. 그냥 쉽게 생각하면 주민들이 살기 좋은 환경,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고향 만들기, 이런 것들이 어메니티가 아니겠는가”라는 김동윤 총무의 말처럼 지역공동체에 건강한 활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서의회를 기대해보자. 또 그들의 건강한 열정과 도덕적 잠재력은 충분히 그것을 가능케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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