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
“지역도 살아나고 서울도 강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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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 살아나고 서울도 강해져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5.06 00:00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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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토의 균형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책이 서울과 수도권의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해선 곤란하다.

특히 서울의 국제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지구적 관점’을 분명하게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대다수 선진국은 지구적 도시연계망(GUN: Global Urban Networks) 속에서 수도의 몸집을 불리며 경쟁력과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정부와 여야의 합의 하에 추진되고 있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정책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부터 보냈다. 그렇다면 이 원장이 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 진행된 후속대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에서 1천만 이상의 인구가 모여 있는 거대도시(megalopolis)는 약 20개에 이르는데, 그 중에서도 12개의 도시가 아시아권에 위치해 있다. 일본의 도쿄 인구는 이미 3천3백만명을 넘어섰으며, 평지 위에 세워진 중국의 상하이도 도시 규모가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베세토(베이징-서울-토쿄) 라인의 일원으로서 나머지 두 도시와 협력하며 경쟁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기구의 아시아지부가 사무 공간으로 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서울의 도시 기능이 더 약화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경제의 오랜 침체도 도쿄의 도시 기능 정체 시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원장은 지구적 관점의 측면 이외에도 정책을 추진하며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몇 가지를 더 거론했다. 그가 설명한 경제·산업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정치·행정적 측면의 요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매년 14∼15만명의 인구가 수도권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과 지역의 소득 격차가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반드시 맞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는 1970년대 이후 그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전축(京田軸, 서울∼대전)의 성장잠재력이 어느 지역보다 우수한 상황에서 대전 북부권에 인접한 연기·공주에 인구 50만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도 균형발전이라는 애초의 취지와 충돌한다고 판단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역적으로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된 것도,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정치·행정적 분권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원장은 여기에다 최근 정치권에서 부상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 때문에 분산정책 효과의 시계(視界)가 짧아졌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행정중심 복합도시 정책을 추진하며 4가지 질문을 던져볼 것을 제안했다.

첫째,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에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작은 정책인가? 둘째, 장단기 비용과 효과 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으며 어떤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을 극히 침해하지는 않는가? 셋째, 어떤 정책과 결합될 때 그 효과를 배증시키고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넷째, 현재 결정된 위치가 가장 적절한가? 그러면서 그는 이런 ‘소견’을 밝혔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다른 기능을 포함하여 건설하는 경우에 그 자체만으로는 분산이나 균형의 효과는 아주 적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 부문 시설의 분산, 행정구역의 개편, 국토계획의 획기적 수정,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 일련의 정책을 활용할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분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던 대로 수도권의 경쟁력이나 효율성의 문제는 부담으로 안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균형발전의 개념을 단순히 중앙 대 지방, 양적 성장 대 질적 성장, 수도권 일극 집중 대 지역 다핵 분산 등과 같은 대립적 구도만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균형발전이라는 높은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좋으나 현실적 가능성과 수단 선택의 전문성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분권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원장의 주장은 귀에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 5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과 주제와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5월 4일: 한국 현대사를 말한다-역사를 움직이는 사람과 건설하는 사람(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5월 12일: 한국경제와 과학기술의 뉴패러다임(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5월 19일: 국가경제의 역동적 성장과 기업 기술혁신 지원정책(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5월 26일: 한국 노사관계의 현황과 과제(김대환 노동부 장관) (전화문의 02-2203-3500)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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