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담양 대나무축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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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대나무축제를 가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5.20 00:00
  • 호수 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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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천 예산으로 관광객 90만, 1백억 수입 달성
옆에 있는 것,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자원

전라남도 담양의 ‘대나무축제’가 4월30일 개막해 5월6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열렸다. 작은 예산을 알차게 운영해 1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과 50배의 수익을 올렸다. 내년부터 문화관광부 지정축제가 확실시 되고 있는 유력한 지역축제로 꼽히고 있다. 단 한 번 구경한 것으로 완벽한 해법을 찾을 수도 없고, 또 ‘대나무축제’가 100%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날이 갈수록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하는 모시문화제의 해법을 단 한 가지라도 찾길 바랄뿐이다. <편집자 주> 과감한 도전 담양군의 수장은 최형식, 담양군수는 386세대라 일컫는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로 올해 49세의 청년 군수이다. 군수 이전에 4~6대 전라남도 도의원으로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군수는 민선 3기 군정목표를 ‘일등 담양’으로 삼고 핵심사업으로 ‘생태도시 건설’ ‘지역경제활성’ ‘농업경쟁력확보’를 표방하고 있다. 이번 대나무축제를 통해 담양군이 야심차게 선보인 곳이 ‘죽녹원’이란 곳이다. 축제장 주 무대와 행사장이 자리한 ‘관방제림’도 영산강 지류인 담양천 주위로 200여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숲이 있는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이 옆에 5만평의 대나무 숲을 조성하고 산책로를 따라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죽녹원 내에 축제 개막일인 4월 30일에는 ‘대나무 분재 및 생태전시관’을 열었다. ‘대나무축제’에서 첫 번째 만난 해법이 과감한 도전으로 축제장의 대형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모시문화제와 같은 시기에 열리며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함평의 ‘나비축제’, 청원의 ‘유채꽃 축제’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같은 대형화에도 함평이나, 청원이 거대 예산을 투자해 이뤄낸 것이라면 담양은 기존 자원을 활용해 2억5천만원으로 이뤄냈다는데 있다. 전 지역이 축제장 <▲ 기증자의 이름이 붙은 소망등>
축제장의 대형화를 달리 말하면 관내 전 지역을 축제장화 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함평나비축제가 거대 예산투자도 투자지만 함평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서 ‘함평천지는 꽃천지’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논이고 밭이고 보리나 마늘 등 작물이 식재된 곳을 제외하면 온통 자운영 밭이다.

시골마을 앞 버스 승강장도 나비로 장식하고 건축물들의 여백 또한 나비그림이나 장식물로 채웠다. 보이는 비탈, 모퉁이는 꽃잔디나 유채꽃이 만발해 가히 나비들이 날아 들만하고 사람들이 모여들만하게 전 지역을 축제장 화 했다. 함평이 꽃으로 전 지역을 축제장 화 했다면 담양은 관광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전 지역을 축제장 화했다.




한산모시문화제가 한산모시관 일원이라는 국소지역에서 치러지면서 각종 체험들이 전시형으로 나열 될 수밖에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 반면, 대나무 축제는 생활터전 자체가 축제장이고 체험장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에는 과감한 선택이 있었다.


담양에도 ‘한산모시관’ 규모와 비슷한 ‘대나무 박물관’이 시내를 중심으로 축제장 반대쪽에 있다. 축제장을 ‘대나무 박물관’이 아닌 물과 숲이 어우러진 ‘관방제림’에 유치하고 그 옆에 ‘죽녹원’을 조성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왕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들은 자연 ‘대나무 박물관’도 관람해 축제기간 동안 온 시내가 북새통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세계문화유산 심의 중인 ‘소쇄원’과 가사문학관이 합세했다.


주민참여 돋보였다


‘대나무축제’에서 두 번째 만난 해법은 주민참여이다. 차량이 통제된 축제장 입구에서 주 무대까지의 동선이 3km에 달한다. 아무리 경관이 좋다한들 축제에 참여해 마냥 볼거리 없이 걸어 주 무대까지 간다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축제장 입구에서부터 담양천을 가로세로 나누며 매달린 ‘대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이 등에는 모두 주인이 있다. 등마다 ‘어디에 누구’라고 기증한 담양군민들의 이름표가 매달려 있다. 4천500개가 기증 됐고 간간이 부족한 부분은 청사초롱으로 보완했다. 저마다 등의 주인들이 각기 자기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씩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등은 밤마다 빛을 내고 또 물에 어려 총천연색의 야경을 선물했다.

또 담양군 내 299개 마을에서 50m씩 꼰 새끼를 모아 만든 어른 몸통만 하게 만든 줄로 재현한 ‘전통줄다리기’에는 12개 읍·면이 동서로 나눠 600여 명이 참여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봉사자들도 눈에 띄지 않게 곳곳에서 활약했다. 꼭 필요한 행사차량 외에 축제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없었다는 점도 배울만하다. 올 ‘모시문화제’에서는 민간인이 하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시커먼 양복을 입은 경비업체 사람들을 동원해 축제장 질서를 맡겼었다. 이 와중에도 공무원이나 친분을 내세워 별 이유 없이 비좁은 축제장까지 차량을 가지고 들어와 장시간 주차시켜 놓고 행사의 진행을 가로 막던 ‘모시문화제’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부분이다.


또 많은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나 봉사자 운영을 정액보조단체인 ‘서천군자원봉사센터’에 용역을 줌으로서 적잖은 예산을 썼음은 물론 자발적으로 참여한 봉사자들의 선의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런 행사운영은 그동안 적게나마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주민들의 발을 끊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체험, 참여, 초지일관 대나무 앞에서 말했듯 냉정하게 말해 ‘모시문화제’의 체험장은 전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축제장의 규모와 여건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대나무축제’는 어떠한가, 축제장의 규모와 여건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고 있다. ‘녹죽원’의 ‘죽림욕’ 담양천 위에 띄워진 ‘뗏목 체험’ 맑은 물속에서의 대 소쿠리 등을 이용한 ‘민물고기 잡기’ 걷기 힘든 넓은 축제장의 교통수단 ‘무궤도 열차 타기’가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단 한번 사용하고 버린다는 ‘죽통밥’과 저렴한 ‘대잎술'과 죽순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들이 입도 즐겁게 해준다. 


또 축제 기간에 열린 전국규모의 ‘대나무 악기연주’와 400팀 이상이 참여했다는 ‘대나무배 전국 죽검베기 검도대회’가 신명을 더했다.


이상 나열한 것들은 모두 대나무가 빠지지 않는다. 열차도 뗏목도 경연도 대나무가 소재이다. 새로운 것을 도입한 게 아니라 기존 자원을 충실히 활용한 것, 가장 향토적인 것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간이 운영하는 대나무 숯을 이용한 대형 사우나에는 하루 평균 7~800명, 휴일에는 1,500명이 찾아온단다.


역시 담양군과 민간자본이 만나 개발된 대나무 숯을 이용한 각종 먹을거리와 이미용 제품, 건축자재는 웰빙 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까이 있는 것, 흔한 것을 이용한 돈벌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맺는 말


담양군 인구는 서천군보다 1만명이 적다. 전남에서 자원이 가장 없는 고을, 영산강 상류다 보니 경작지도 넉넉지 않은 가난한 군이었다. 이런 담양군이 최형식 군수의 도전적 행정과 주민들의 참여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이번 축제를 평가한 문화관광부가 후한 점수를 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강한 추진력과 흡인력으로 롯데기공에서 향후 10년간 4천500억을 담양군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도 있다.


서천도 서천만의 자원이 충분히 있다. 군수를 비롯해 많은 공무원들이 해외에 나가 무엇을 보고 배워 왔는지 민선3기 1년을 남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군민들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담양 ‘대나무축제’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독불장군이 아닌 ‘주민과 함께’ 남의 성공 따라잡기가 아닌 ‘지역자원을 활용한 향토산업’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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