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죠”
“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죠”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7.22 00:00
  • 호수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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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강연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최씨 고집’.

지난 40여 년 동안 ‘우황청심원’에서 ‘비타500’까지 수많은 히트 상품을 제조해온 ‘광동제약’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고집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고지식하고 주관적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있는 반면 불굴의 정신으로 끝까지 도전해 마침내 뜻을 이룬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2001년 ‘마시는 비타민 음료’ 비타500 개발에 성공한 광동제약은 작년 10월 ‘부동의 신화’를 지켜왔던 박카스를 제치고 마침내 드링크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광동제약의 고집은 결국 긍정적 의미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거니와, 그 중심에는 항상 창업자인 최수부 회장이 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지금에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나의 인생은 그야말로 시련과 좌절과 모험의 연속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학교에서 ‘조센징’이라고 놀림을 받으며 나라 잃은 설움을 온몸으로 느꼈고, 울분을 참지 못해 일본인 선배 학생을 때려눕히는 바람에 결국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하고 말았다.

해방을 맞아 귀국한 뒤에는 12세 때부터 아홉 식구의 연명을 위해 나무장사, 생선장사, 야채장사, 돼지장사, 담배장사, 엿장수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지게→자전거→삼륜자동차로 장사의 도구는 발전해 갔지만 아홉 식구가 가난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얼마나 고생이 심했던지 군대에 입대하던 21세 때까지 키가 크지 않았는데, 실제로 157cm에 멈췄던 키는 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에야 172cm까지 클 수 있었다. ‘청년 최수부’가 군에서 제대한 뒤 선택한 것은 한방 제약회사 외판원이었다. 그는 경옥고를 들고 무작정 거리로 나섰던 그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사무실이 있던 청진동에서 출발해 종로4가를 거쳐 남대문시장까지 1천여 개의 상점을 빠짐 없이 돌았지만 성과는 전무했다. 석양이 지고 땅거미가 질 무렵 을지로 입구에서 종로 방향으로 접어드는 곳에 있던 한 양복점에 이르러서야 겨우 첫 판매를 기록했다.

그 경험은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그 후부터 상품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국회든 어디든 발벗고 찾아다녔다. 당시 그 일에 얼마나 몰두했으면 자면서도 경옥고 파는 꿈을 꿨을 정도였는데, 나는 나머지 직원의 급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당을 받았다. 웃음꽃이 피는 상점을 집중 공략해야 판매 효과가 크다는 것 등 영업의 묘미도 체득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영업사원 2년, 대리점 운영 1년의 ‘수련 과정’을 거친 뒤 독립해 1963년 10월 16일 광동제약을 창업했다. 약재를 제분 공장에 맡기고 일이 끝날 때까지 결코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고, 약재에 들어 있던 인삼을 빼돌려 이익을 내자는 일부 업자의 유혹도 이겨냈다. 칠순을 넘긴 요즘에도 웅담, 우황, 사향 등 약재를 직접 고른다.


“좋은 약재를 정성스럽게 고르는 일이야말로 소비자에 대한 최고의 예의이다.

나는 그것을 이미 외판원 시절 터득했는데, ‘정성을 다하는 것만큼 훌륭한 영업 기술은 없다’는 것이 나의 변함 없는 생각이다.

십전대보탕을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약재를 볼 수 있도록 투명한 비닐봉지로 포장하는 기술 방식을 도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일하자 하늘보다 먼저 소비자가 굳건한 신뢰를 보내주었고, IMF 당시 닥쳤던 부도 위기도 이겨낼 수 있었다.”


다음은 최 회장이 지난 45년 동안 제약업계에서 한 우물만 파면서 체득한 9가지 경영 철학이다.


(1)흔들리지 않는 초심: 최초의 결심을 잊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반드시 값진 열매를 맺는다. 하나의 물건을 파는 순간, 고객과의 관계는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다.


(2)당당한 태도와 배짱: 정중함과 비굴함은 다르다. 비굴한 자세로 일하지 마라.


(3)굳은 의지: 가난 때문에 그만둬야 했던 학업. 그러나 나는 시장에서 더 뜨거운 삶의 지식을 배웠다.


(4)신용: 장사꾼은 신용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달러 이자를 낼지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5)경청: 위로 올라갈수록 많이 들어라. CEO는 입은 하나이되, 귀는 열 개 백 개로 늘어나야 한다.


(6)긍정적인 시각: 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다. 위기를 성공의 길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느냐, 실패의 신호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7)발상의 전환: 마음속에 항상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품어라. 나는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미국인, 쌍화탕을 마시는 러시아인을 꿈꾼다.


(8)도전 정신: 기회는 제 발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제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9)끈기: 큰그릇은 늦게 완성되는 법.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끈기 있게 스스로를 채워가라.

<정지환 /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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