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국악원 편
서림국악원 편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7.22 00:00
  • 호수 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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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민·사회단체를 말한다 <25>
“끼와 열정으로 문화 불모지 서천을 가꾼다”

   
우리도 엄연한 사회단체

 

우리 소리, 우리 가락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모여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누고, 작은 재주나마 어려운 이웃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이들이 있다. 끼와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김호자 원장과 김 원장이 우리식구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회원들이 모여 있는 서림국악원이다.


이들은 군내 가장 큰 행사인 모시문화제에서 노인정 행사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불러주는 곳이라면 대소를 가리지 않고 기꺼이 찾아가 그들의 재주와 끼를 주민들에게 선사해주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어왔다. 이제껏 단체가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제일 중요시했던 것은 이웃과의 나눔이었다고 한다. 이런 김 원장 덕에 국악원 회원들은 초등학교 아이들에서 노인대학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물론 우리 소리 우리가락을 가르치는 강습소로서의 역할은 기본이다. 이점 때문인지 이 단체 회원구성은 조금은 독특하다. 코흘리개 초등학교 학생에서부터 주부들 또 노인들이 모두 김 원장의 수강생이자 서림국악원 식구들인 셈이다. 전통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단체답게 사사의 과정은 기본적인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서림국악원의 이런 독특한 관계를 수강생과 강사간의 관계로 단순하게 해석해서 이 단체를 단순한 강습소쯤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이 단체는 15명의 정회원을 두고 있다. 물론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 원장의 역할과 비중이 큰 것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늘 함께하고 있는 동료이자 이 단체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주인들인 것이다.


김 원장은 이 관계를 “원래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괜히 우리 식구들(국악원 회원)까지 덤터기로 고생하고 있지요”라는 특유의 낙천적인 표현으로 말하고 있었다. 김 원장과 국악원 회원들은 이런 열정으로 문화 불모지처럼 돼버린 이 고장에서 할머니 무용단, 장애인 풍물패, 어린이 무용단 등을 만들어 내고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국악원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제외시켜 논다면 설명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서림국악원을 사설강습소 정도로 치부해서는 아니 될 이유이다.


국악원 회원들이 가장 큰 행사로 여기는 것은 서천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기벌포예술제 발표회다. 또한 이 발표회는 서림국악원이 외부로부터 약간의 보조비라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다. 그 나머지 이들이 바쁜 개인사를 젖혀 두고 이 행사 저 행사 불려 다니며 얻는 것이라고는 여비조로 받는 약간의 수고비 정도다, 그나마 수고비를 받을 수 있는 행사는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행사나 공연은 그냥 무료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마저도 김 원장과 회원들은 받은 수고비를 따로 모아 두었다가 외로운 노인, 장애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올해에는 장애인 풍물패를 만들면서 맺었던 지체장애인협회와는 아주 결연까지 맺었다고 한다.

 

소규모성 극복이 과제

 

이 많은 일들을 변변한 후원도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신명나게 감당해내고 있었던 김 원장과 국악원 회원들을 화나게 하는 일이 올해 초 발생했다. 바로 2005년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에서의 탈락이다. 기존 관변단체에 대한 편중지원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름마저 생소한 ㅇㅇ단체 등은 아무런 시비조차 없이 지원이 결정된 반면, 대부분의 문화단체는 심의에서 탈락했다.
더구나 서림국악원 등 국악 관련 4개 단체는 모조리 탈락했다. 성격이 학원인지 사회단체인지 애매모호하고 국악단체는 단체 간 구별이 모호하다는 것이 탈락의 이유였다. 주위의 별 도움 없이 오직 자신들의 열정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해 왔다고 자부해 왔던 서림국악원 회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심의위원 선정에서부터 주민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올해 보조금 심의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의 평가였다. 여기에 “자생력 있는 문화단체 양성”을 언급하지만 헛된 구호로만 그칠 뿐 문화단체를 행사 막간이나 때우는 존재로 밖에 여기지 않는 우리 지역 문화의 서글픈 현실도 한 몫 했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들을 바꿔내는 일은 매우 구체적인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일반의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소규모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특정 문화 활동가의 헌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문화의 대중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필히 해결돼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은 국악원 회원들이 한번쯤은 고민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이는 단순한 외형확대의 문제만은 결코 아니다. 규모 확대와 함께 단체 운영을 좀 더 객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취미생활과 자기만족적인 활동에 그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국악 관련단체들의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개별적인 활동이 중시되는 문화단체의 특성상 단체 간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국악 관련 단체들의 분산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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