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힘으로 법까지 바꾸나” VS “재산권, 평등권 침해 안돼”
“삼성 힘으로 법까지 바꾸나” VS “재산권, 평등권 침해 안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7.29 00:00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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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중계 ] 국회서 열린 삼성공화국 맞장토론

2005년 7월 현재 삼성그룹 14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107조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475조원)의 22.5%에 이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토로할 만큼 우리 사회에서 삼성은 자신의 경제적 가치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삼성의 무한 성장 뒤에는 노동자들을 상시적으로 사찰하는 무노조 경영, 총수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주식 편법 취득 등 ‘총수 일가의 세습왕조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달 삼성은 현재 30%인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내년 4월부터 5% 줄여 최종적으로 15%까지 줄이기로 하는 공정거래법 11조에 대해 헌법에 명시된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소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사 의결권 제한, 삼성그룹 위헌 제소에 관한 정책토론회’에는 삼성의 위헌 제소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핵심은 이렇다. 삼성 등 재벌기업의 왜곡된 기업 지배구조를 바뀌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은 불가피하다는 것과 현행 공정거래법은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즉 “삼성의 힘으로 법까지 바꾸려 한다”는 주장과 “공정거래법은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공화국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 경제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조직의 차원을 넘어 경제환경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경제권력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다.” 결국 “(법이라는) 외부 환경을 왜곡하려 하지 말고 삼성의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삼성그룹 9개 금융계열사의 총자산(117조 6,000억원)은 삼성그룹 전체 총자산(209조1,000천억)의 56.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계열금융기관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제11조와 동일계열 금융기관의 다른 회사 주식소유를 제한한 금산법 제24조에 직접적 연관을 갖고 있는 것은 삼성 그룹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금산법은 금융계열사(생보사, 증권사 등)가 고객의 돈으로 재벌 총수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한도 이상으로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복잡한 삼성그룹의 출자구조를 단순화 하면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씨는 비상장 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이며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최고의 상종가를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삼성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지난 1998년 말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전·현직 임원들로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9,000원에 인수했다가 1999년 이를 주당 70만원에 사재 출연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 교수는 “9,000원짜리 주식이 단 1년만에 70만원으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근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장치”라며 “금융계열사를 핵심 고리로 하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는 이 근본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감독기구와 사법기구의 법집행의 엄정성 확립 ▲기업집단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 도입 ▲사이비 민족주의 극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과잉 제한하고 기업 경영권으로 나타나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외국계 자본은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의결권의 15%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경영권 위협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외국자본의 의결권이 확대돼 외국자본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할 경우 방어비용이 크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 집단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규제된 당연한 권리이고 외국자본에는 이런 제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외국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 지분의 7.215%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제한당할 경우 외국계 기업이 삼성전자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강 교수는 “기업 경영권의 핵심은 기업경영과 관련된 회사의 헌법인 정관변경권과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한 의결권 행사를 위한 가능성을 축소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은 경영권의 핵심 내용이 되는 의결권의 본질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한 “이는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위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그룹의 헌법소원 제기는 국민의 기본권 행사”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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