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없는 신 시장 창출이 블루오션”
“경쟁 없는 신 시장 창출이 블루오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7.29 00:00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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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강연
권영설 가치혁신연구소 소장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동료인 르네 마보안 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한 단행본 <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이 올해 경영계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푸른 바다’는 한반도에만 상륙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되고, 1백개 국가와 출간 계약을 맺으면서 ‘세계인의 경영서’로까지 불리게 된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내에 블루오션을 전파해온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위찬, 마보안 교수는 지난 1백20년 동안 지구상에 있었던 34개 업종에서 진행된 ‘전략적 움직임’을 집중 분석해 ‘성공DNA’를 추출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경쟁자와 싸워 이긴 것(레드오션)이 아니라 경쟁이 없는 새 시장을 창출(블루오션)했다’라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Winning without competing), 그것이 바로 블루오션이었던 것이다. 블루오션의 목표와 방법은 각각 ‘경쟁자 없는 거대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과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들은 사람들은 블루오션에 대해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루오션이 조직 외부에만 있거나 첨단산업 분야에만 있다고 맹신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권 소장은 캐나다에서 1984년 창립된 서커스 업체 ‘씨르크 뒤 솔레이으’(태양의 서커스)의 성공 이야기를 블루오션의 전형적 사례로 소개했다.


90개 국가 공연, 관람객 연인원 5천만명, 최근 10년간 22배 성장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 서커스 업체는 현재 캐나다 최대의 문화예술공연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2003년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만 7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억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는 관광객이 1년에 5백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백만명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씨르크 뒤 솔레이으’가 창립되던 20년 전 당시만 해도 서커스는 ‘사양산업’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최대 고객이었던 어린이들이 TV, 스포츠, 비디오게임 등에 현혹되면서 서커스에 등을 돌렸다.


가장 큰 볼거리였던 동물공연도 동물애호가그룹의 반대운동에 부딪치며 위축됐고, 설상가상으로 서커스 스타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고객이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서커스 산업은 서서히 침몰해 갔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기존의 업체들은 전통적인 방식을 조금씩 개조해가며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지도 높은 스타급 광대와 사자 조련사 확보 경쟁에 몰두하는가 하면 천막 극장을 버리고 현대식 공연장을 임대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서커스 사양화의 가속화라는 전혀 반대의 결과만 초래했다. 원가 부담은 대폭 증가한 반면에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감소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씨르크 뒤 솔레이으’가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기존의 모든 개념과 방식을 거부하고 고객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리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예전의 개념으로만 본다면 서커스의 주요 고객은 당연히 어린이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어른들, 특히 기업을 새로운 고객으로 규정했다. 고객을 새롭게 규정하자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는데, 사실 새로운 고객들은 연극, 발레, 오페라 등의 고급 공연 감상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새로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모색과 시도가 진행됐다. 서커스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과 스릴이라는 가치 위에 연극이 가지고 있는 가치인 지적 세련미와 예술적 풍부함이 가미됐다.


대신에 동물공연과 스타급 광대 스카우트를 하지 않자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서커스인가? 연극인가? 발레인가? 새로운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자 경쟁 없는 블루오션의 지평이 활짝 열렸다.


그러고 보면 비즈니스 발달사는 블루오션 개척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낸 뒤 새 상품, 새 서비스, 새 방법론으로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블루오션이다.


“그것이 상품이든 서비스든 결국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무너져간 기업들은 하나 같이 공급자 중심의 가치를 마치 고객이 원하는 가치인 것처럼 강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열쇠는 비고객(Non-customer)이 쥐고 있다. 비고객의 움직임에 새 수요와 거대시장의 씨앗이 있다.”


<정지환=여의도통신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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