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꿈 키우는 장항고 구현경
할머니께 효성 지극, 예절대상 수상
할머니께 효성 지극, 예절대상 수상
가정형편상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말할 상대가 없어서 글을 쓰다 보니” 글 솜씨가 늘었고 꿈도 ‘방송작가’가 돼버렸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저자 박완서 씨처럼 “소설 같으면서 유년시절의 자전적인 얘기를 쓰고 싶어”한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그려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가를 꿈꾼다.
현경 양은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두 살 때부터 언니들과 함께 장항 할아버지댁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들과 다섯이던 식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들이 외지로 진학하면서 올해 아흔이신 할머니와 둘만 남았다.
그래서 집안일은 현경 양 독차지다. 요즘은 집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 물 녹이는 거”라고 한다. 집밖에 있는 화장실 수도가 얼기 때문이다.
여느 열여덟 여고생과 달리, 현경 양의 바람은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서 한 번도 가족들이 모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가족들이 일 년에 한 번도 모이기 힘들다.
명절을 혼자 보낼 때도 많다고 하니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클 법하다. 이런 환경을 만든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듯도 한데 “이해하는 편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현경 양의 강점이다.
현경 양을 ‘예절대상’에 추천한 신한철 교사는 “1학년 때 청소하는 걸 봤는데 청소 하나를 해도 정성들여 하더라”며 그 때부터 현경 양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 교사가 운영하는 ‘예절봉사단’ 활동에서도 현경 양이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할머니를 모시는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일 KBS 대전 방송국 주최 ‘대전충남 청소년 예절대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현경 양의 소원은 “‘구현경’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을 갖는 것”이다. ‘눈물을 알아야 웃음을 안다’는 말처럼 오늘의 어려움은 현경 양이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밑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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