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들어간 책 갖는 게 소원”
“내 이름 들어간 책 갖는 게 소원”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5.12.30 00:00
  • 호수 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작가 꿈 키우는 장항고 구현경
할머니께 효성 지극, 예절대상 수상
   
누구나 혼자이면 외롭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길 줄 안다”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혼자 있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으리라. 장항고 2학년 구현경 양은 글을 쓰면서 혼자인 시간을 즐긴다.

가정형편상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말할 상대가 없어서 글을 쓰다 보니” 글 솜씨가 늘었고 꿈도 ‘방송작가’가 돼버렸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저자 박완서 씨처럼 “소설 같으면서 유년시절의 자전적인 얘기를 쓰고 싶어”한다. 특히 ‘가족’ 이야기를 그려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가를 꿈꾼다.

현경 양은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두 살 때부터 언니들과 함께 장항 할아버지댁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들과 다섯이던 식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들이 외지로 진학하면서 올해 아흔이신 할머니와 둘만 남았다.

그래서 집안일은 현경 양 독차지다. 요즘은 집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 물 녹이는 거”라고 한다. 집밖에 있는 화장실 수도가 얼기 때문이다.

여느 열여덟 여고생과 달리, 현경 양의 바람은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서 한 번도 가족들이 모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가족들이 일 년에 한 번도 모이기 힘들다.

명절을 혼자 보낼 때도 많다고 하니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클 법하다. 이런 환경을 만든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듯도 한데 “이해하는 편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런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현경 양의 강점이다.

현경 양을 ‘예절대상’에 추천한 신한철 교사는 “1학년 때 청소하는 걸 봤는데 청소 하나를 해도 정성들여 하더라”며 그 때부터 현경 양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 교사가 운영하는 ‘예절봉사단’ 활동에서도 현경 양이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할머니를 모시는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일 KBS 대전 방송국 주최 ‘대전충남 청소년 예절대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현경 양의 소원은 “‘구현경’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을 갖는 것”이다. ‘눈물을 알아야 웃음을 안다’는 말처럼 오늘의 어려움은 현경 양이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밑천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