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남이랍니다”
“시골 장남이랍니다”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6.01.06 00:00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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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은 내 힘으로 마련 한다
최종훈 - 칼바람 가르며 피자배달
   
‘피자배달’을 위해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서천을 누비는 청년이 있었다. 일명 ‘시골 장남’ 최종훈.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지 6개월이 됐지만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저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한산, 비인, 춘장대, 부여까지 오토바이 타고 안 누빈 곳이 없다. 그런데도 여태 모은 돈으론 등록금이 어림없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대학입학을 앞뒀으니 오죽하랴.

종훈 군은 ‘돈’에 대해 철저하다. 아버지는 시초에서 농사를 짓고 어머니는 택배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느 집이 그렇듯 넉넉지 않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4살 때부터 다녔던 교회도 발길을 끊었다. 이유는 “헌금 내는 게 아까워서”다. 교회를 다닌다고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종훈 군 말인 즉 “비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어린 나이에 너무 ‘돈돈’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종훈 군은 “사람을 보는 것 자체가 좋은” 순수청년이다. 요즘 문제되고 있는 신세대들의 무분별한 소비와는 대조적이다. 다만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너무 일찍 깨달았을 뿐이다.

종훈 군이 겪은 서천은 “돈 많으면 살기 좋고 돈 없으면 살기 힘든 곳”이다. 그림 같은 자연 경관을 곁에 두고도 돈 버느라 즐길 여유가 없고, 그렇게 번 돈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씩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봐도 울컥 하고 눈물이 치솟을 때가 있을 정도란다.

이렇게 사람을 사랑하는 스무살 청년의 꿈은 ‘자동차정비업체 사장’이다. 일찌감치 경문대 자동차정비학과에 수시합격한 뒤 독학으로 자동차정비사 공부를 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아서 ‘자동차정비사’를 꿈꿨다.

공업고등학교로 진학 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펜대 잡기를 희망”하셨다. 그렇다고 아들의 꿈을 반대하진 않으신다. 그저 어려운 시절 배움이 짧아 농사짓고 살 수밖에 없었던 당신보다 아들은 더 편하게 살기 바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훈 군은 “시골 장남이잖아요. 돈 벌려면 전문대학 가서 빨리 취직해야죠. 군대도 가야하는데 4년제 나와서 언제 취직하겠어요?” 한다. ‘시골 장남’의 듬직함이 묻어나오는 말이다.

친구들 중에는 가족여행을 스키장으로 가거나 아버지 덕에 벌써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혹시 부럽진 않을까. 종훈 군이 밝게 웃으며 말한다. “부럽진 않아요. 자기가 번 돈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순전히 부모님 덕이잖아요”라고.

최종훈 군은 땀 흘려 버는 돈과 사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실천하면서 알게 된 진리는 평생 가져가는 법. 미래의 ‘최 사장’을 흐뭇하게 그려봐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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