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맞춰가는 김일 할아버지
정보화시대 맞춰가는 김일 할아버지
  • 차은정 기자
  • 승인 2006.01.13 00:00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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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넘은 나이에 컴퓨터를 배운다
“두 번 누르는 게 어려워~”

   
▲ 김일 할아버지가 금성초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 있다. <사진/차은정 기자>
돋보기안경을 코끝에 걸쳐 쓰고 또박또박 자판을 누른다. ‘화면 한번’ 보고 ‘자판 한번’ 보고 선생님 말씀도 들어야 하고 바쁘다. 쉬는 시간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복습 중이다. “어르신, 쉬었다 하세요” 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안경을 벗는다. 일흔둘 할아버지지만 컴퓨터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김일 할아버지시다.

김일 할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금성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보화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세상을 살려면 컴퓨터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얼마 전 족보를 보려고 했는데 시디로 나와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때 마침 월산 노인회에 컴퓨터도 생겼고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한다니 “콤퓨타를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하는 각오로 정보화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 용어들이 낯설어 교사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진 못하지만 “요것 배우면 재미있겠어”라는 말에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기대가 남다르다. “요 재미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면 좋을 텐데 다들 배우려는 의욕이 적어”라며 벗들이 동참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때문에 고희가 넘어 컴퓨터 교육에 참여한 김 할아버지의 용기가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당연하겠다. 김 할아버지는 “앞으로 3년을 살든 5년을 살든 알아야 한다”며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할아버지에게 가장 어려운 건 “두 번 누르는 거”다. 몰라서 답답한 건 둘째 치고 손가락이 마음을 안 따라가니 속상한가 보다. 농사로 세월로 굳은 손 때문에 ‘따닥’하고 ‘두 번 누르기(더블클릭)’가 쉽지 않다. 그래도 컴퓨터를 쳐다만 보고 있을 때와 달리 컴퓨터가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는 중이다.

한석율 월산노인회 회장은 이장에게 컴퓨터 교육 소식을 듣고 김일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그래도 하나하나 잘 가르쳐주니까 좋아”라며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김일 할아버지 뒷자리에 앉아있던 이순예 씨는 김 할아버지가 같은 동네 할아버지라고 자랑한다. 이 할머니는 “콤퓨타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이 여기서 동창들을 만난 것”이라고 말한다.

또 “콤퓨타 고스답(고스톱) 치면 실력이 빨리 는다고 해서 해봤는데 나도 날 새는 줄 모른다”고 경험담을 늘어놓아 웃음바다를 만든다. 이외에도 금성초 정보화교육에는 주민 7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김일 할아버지는 교육이 끝나면 노인회에 있는 컴퓨터를 활용해 나름의 재미를 만끽할 예정이다. 지금은 노인회 컴퓨터를 “젊은 사람들 몇 명만 하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젊은이들을 향해 “나도 좀 하지”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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