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아버지의 소망
어느 할아버지의 소망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2.17 00:00
  • 호수 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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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청소년문예백일장 <산문 : 차상>
임유진 / 서천여자중학교 2학년
내가 어떤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건 바로 그때였다. 바람도 쓸쓸히 불고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이 산을 덮던 작년 가을 학교에서 2박 3일로 꽃동네를 가게 되었다.

그때 난 철없는 중 1짜리 소녀였다. 꽃동네는 꽃이 가득한 동네인 줄 알고 가방가득 간식거리를 싸와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고 있었는데 꽃동네에 도착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꽃동네는 몸이 아프고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봉사활동 하는 곳이었다.

친구들과 같이 보니 꽃동네에 관한 글과 사진이 벽에 붙어있고 꽃동네를 지은 신부의 동상이 서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구해주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위에 행려병자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행려병자들이 있었던 벤치에는 구더기가 득실득실하고 어떤 행려병자는 하수구 비슷한 곳에서 살고 있었다. 정말 끔찍했다.

그 후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각자 두 명씩 한방에 들어가 그곳에 있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 지은이와 방에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할아버지 여섯 분이 TV를 보며 앉아 계셨다.

우리들은 할아버지들에게 말을 걸어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렸다. 할아버지들도 즐거워 하셨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할아버지들 중에 두 명만 몸이 멀쩡하셨고 나머지 할아버지들은 몸이 불편해 보이셨다. 몸을 웅크리면서 걸어 다니고 말은 못하는지 이빨만 딱딱거리셨다.

어쩌다 말을 할 때면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셨다. 아마도 그곳은 행려병자들이 몸을 치료하고 사는 곳인 것 같았다. 지은이와 내가 할 말이 없어졌을 때쯤 철없던 나는 할아버지께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여기에 오시게 되었어요?”이 말을 하고 나는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아버지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있은 지 1시간쯤 할아버지께서 말을 하셨다.

“내게 니 아버지쯤 되는 아들이 있단다. 그 아들은 정말 착하단다.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몰라. 아들이 내게 눈 오는 날 데리러 온다고 했단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았어. 그렇지만 올해는 분명히 올 거란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아마 아들은 할아버지를 버리고 간 모양이었다. 나도 할아버지가 아들을 만나 이곳을 떠나시길 빌었다. 그 후 지금까지 꽃동네를 가보지 않아서 할아버지가 아들을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올해는 이렇게 눈이 많이 왔으니 할아버지의 소망이 이루어 졌을 꺼라 생각한다.

이렇게 눈 오는 날이면 난 꽃동네에서 만났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정말 할아버지의 아들이 왔다면 이제 할아버지를 버리지 말고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귀찮게 생각하고 버릴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나중에 후회 하지말구 잘해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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