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의 두꺼비 선생님
하얀 눈의 두꺼비 선생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2.24 00:00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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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청소년문예백일장 <산문-차하>
정유진/장항고등학교

나는 이렇게 추워지는 겨울날이 되면 그때 그 슬픈 기억이 생각난다. 그날은 내 생애 가장 슬픈 날이 될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그런 슬픈 기억…

내가 졸업한 한산중학교는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사랑이 식을 줄 모르는 그런 따뜻한 학교였다.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3년을 보내며 나는 소중한 추억들을 지켜보고 계시는 두꺼비 선생님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과 나는 도서 동아리라는 인연으로 더욱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선생님의 두꺼비 같은 외모 덕분에 우리는 선생님을 두꺼비 선생님이라 불렀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선생님과 우리는 가까운 계곡에 놀러가 추억을 만들었고 도서실에 새 책이 들어 올 때면 방과 후에 남아 즐겁게 책 정리를 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이 되자 우리는 아이스링크에서 하얀 눈을 맞으며 마지막 추억을 함께 했다.

그때 우리는 선생님의 몸속에 암 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하얀 눈이 예쁘기도 했지만 너무 많이 내려 우리의 마지막 추억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 같았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그때 그 시간들이 내생애 최고의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그 시간들이 최고의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은 이제 다시는 같이 할 수 없기에 그런 것 같다. 우리들의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은 학교에 나오시지 않았다. 소문으로는 선생님께서 갑자기 아프시다고 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며칠 쉬시고 나오시겠지 했다.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는 날도 선생님은 많이 아프셨나보다. 그리고 졸업식 당일, 그 날도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다. 한산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교복, 선생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들 졸업식 날에도 보이지 않으시다니… 선생님이 야속했다.

그렇게 한산 중학교를 떠나고 고등학생이 된다는 기대감에 차있을 때 아주 슬픈 문자 한통을 받았다. 슬프기보다는 놀라웠다. 선생님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소식에 그저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한 달 전만해도 같이 추억을 만드셨던 분이다.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셔서 걱정이 됐지만 한달 전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으셨다.‘누가 장난치는 거겠지… 그렇지만 사람 목숨 갖고 장난 칠 수는 없는 거잖아.’속으로 생각했다.

친구들과 나는 눈으로 확인해야 믿겨질 것 같아 선생님의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그 날은 몹시나 춥고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장례식장 앞에 선생님의 이름 석자가 써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때 그 마지막 추억을 생각했다.

그 때도 이렇게 하얀 눈이 내렸는데… 그리고 선생님의 영정사진을 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은 사모님의 말씀에 한없이 멈출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서 아픈 몸으로 졸업식에 참석하려고 애썼다는 얘기에 한없이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 정도로 아프셨으면 우리에게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더 많은 추억 만들게… 이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잖아요…’장례식 장을 나오며 하얀 눈을 본 순간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도 그때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1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나에겐 영원할 두꺼비 선생님이 있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잊을 수 없는 영원한 두꺼비선생님.

‘선생님과 함께한 기억들이 더 많은데 왜 선생님만 생각하면 슬프기만 할까요. 뭐든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는데 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우리들의 영원한 두꺼비선생님, 선생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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