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 앞바다 잃어버린 16년 어디에서 찾을까?
장항 앞바다 잃어버린 16년 어디에서 찾을까?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2.24 00:00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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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만큼 응고(凝固)된 산업단지에 대한 위정자들의 집착

‘이제는, 설마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 실체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장항국가산업단지에 대한 기대는 이처럼 의심어린 말들 속에 16년이 흘렀다. 오래 잠자고 있던 악령이라도 살아나듯 장항국가산업단지(이하 장항산단)는 선거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지난해 봄부터 16년 전 그 때처럼 위정자들의 고조된 거짓말과 주민들의 막연한 기대로 되돌아왔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책에 ‘절대 진리’라는 게 있다고 확신한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장항국가산업단지를 떠나 서천군 발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 한 번 쯤은 시도해봐야 되지 않을까 한다. <편집자주> ▲ 원 안은 장항국가산업단지조성을 위한 매립 예정구역
1.15년 세월 누구의 책임인가?

1989년 8월 10일 건교부고시 제467호 ‘국가공업단지 지정’. 이 때 면적은 470만평 규모로 확정 됐었다. 물론, 군장산업단지로 출발한 것이다. 군산도 서천도 모두 고무된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계획하고 군산과 서천 주민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 사업이 왜 1989년부터 공사가 재기된 2004년까지 15년 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는지 토지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참고해 본다.

“15년 동안 공사를 못한 이유가 자금문제가 아닌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인가?
- 그렇다?”

“현재까지 얼마나 투자됐나?
- 1,800억원이 어업보상금으로 나갔으므로, 지금까지 공사를 못한 것을 감안하면 5,000억원이 투자된 거나 다름없다.”

“그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환경영향평가는 사업개시 시점에서 하도록 명시돼 있어 법적으로 초기에 할 수 없는 여건 이었다”

“그렇다면 사업개시가 먼저였다는 것인데 왜 보상 직후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나? - 공사 개시 시점인 96~97년 IMF로 국가경제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답변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으로 못했다고 했는데 결국 IMF로 인한 재정문제였다는 말 아닌가? - 처음 질문을 잘못 이해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15년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유는 국가재정 악화라는 말이다.

2. 공사 재기와 환경영향평가

일정규모의 토목·건설사업을 시행하려면 환경부 소관의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법제화돼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11월 3일, 장항산단에 대한 최초의 ‘환경영향평가 초안 합의의견’이 나왔다.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이 예상되므로 사업규모 축소방안, 개야수로 보전대책, 항만기능 저하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2005년 5월 23일, 면적이 약 374만평으로 축소된 ‘환경영향평가 본안’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제출돼, 6월30일, 검토협의회가 개최됐다.

여기에서 ‘사업지구에 대한 갯벌 보전 등에 대한 가치는 인정되나 사업 추진은 필요하므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충분한 보완을 전제로 추진하라’며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사진/공금란 기자> 주목할 만한 것은 KEI(환경정책평가연구원)는 “갯벌매립 뿐 아니나 대규모 토취장개발로 인한 생활환경 악화 예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등 해수부와 함께 “입지의 타당성 고려”라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때 참석한 기관은 서천군, KEI, 해양수산부, 금강유역환경청, 전문가 등이며 환경단체는 포함되지 않았다.다시 2005년 8월 17일, ‘환경영향평가 보완서’가 제출되고 한 달 뒤인 9월 22일 재보완 요청을 하게된다. KEI는 “주변 환경변화, 조류서식지 훼손 등 해양환경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규모의 추가 축소를 언급했다. 해양수산부도 “연안경관과 습지 매립으로 갯벌의 소멸, 서식생물의 절멸, 등 해양환경에 악영향이 있다고 평가, 개야수로 보전방안, 해수의 유동모델 결과 미흡 등을 들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런 경유를 거쳐 올 1월 24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재 보완서 검토에서부터 국토관리청, 금강유역환경청, 민간단체에서 각각 4명씩, 12명의 전문위원단 구성을 결정, 지난 2월2일, 금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검토협의회’가 열렸다. 이때부터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의 환경단체가 공식석상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어서, 그동안 ‘공사 제동이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중요한 것은 오는 3월 2~3일, 각 기관 단체에서 위촉된 전문위원 12명이 장항산단 예정지 현장을 방문, 정밀 실사 후, 군내 모처에서 협의회를 가질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는 기관과 단체는 완전히 배제하고 전문위원들만 참여하기로 해 이들의 결론에 초미의 관심이 쏠려있다. 앞에서 전제했듯, 환경영향평가서와 이에 대한 ‘만족’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사를 시작할 수 없도록 법제화 돼있다.3. 2004년 10월 15일, 군민 사기당한 날2004년 10월 15일, 한국토지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와 서천군은 “장항 산단이 2005년 9월에 착공 될 것이다”며 ‘환경영향평가서’를 들고 나와 군민회관 강당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 합의안이 2004년 11월 3일에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합의 되지도 않은 평가서 초안을 들고 나와 ‘팡파르’를 울린 셈이다. 중요한 것은 당시 행사 규모를 놓고 토공은 ‘조용하게’ 군은 ‘대대적으로’라는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왜, 군은 ‘대대적으로’ 장항산단의 2005년 9월 착공 선포와 함께 마치 월드컵 결승에나 진출한 듯, 군민들의 흥분을 돋웠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군의 장항산단 착공 홍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월 착공설을 다시 내놓는다. 이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보완’, ‘재보완’이 거듭되고 있는 시점에서 였다. 무엇이 서천군을 조급하게 스스로 ‘거짓말쟁이’가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일까?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토지공사나 군청관계자들은 어업보상이 이미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당시 보상은 ‘폐업보상’이 아닌 ‘손실보상’으로 3년치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미 3년이 흘렀고, 그 이후 장항산단이 건설되지 않은 10년 동안 삶의 터전을 잃은 어민들에 대한 추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시 1,800억원 가까이 장항주민에게 보상금으로 주어졌다. 현재, 장항소도읍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장항이 달라질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 사업비는 200억원이 조금 넘는다. 이 논리라면 10년 전 1,800억원이 뿌려졌다면 장항은 이미 달라졌어야 한다. 4. 주민간의 반목조장은 중단돼야 1989년 군장산업단지 건설 고시 당시, 군산은 이 사업이 완공되면 대우자동차 등 각종 공장들이 들어서고 따라서 인구가 70만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당연히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군산 쪽은 이미 완공됐고 대우자동차도 입주했다. 그러나 현재 군산시의 인구는 26만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군산의 위정자들은 ‘핵폐기장 유치’ 카드를 들고 나왔다. 15년 전 그 때처럼 군산시민들을 달콤한 상상 속으로 몰아갔고 시민들은 그 말을 믿고 높은 찬성률을 보인 바 있다. 현재 군산산단의 분양률은 24%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관계자는 “군산산단은 구형모델이라서 공단만 달랑 건설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장항산단은 학교, 병원, 생태호수 등 모든 문화 교육시설을 갖춘 복합산단으로 건설된다는 것이다. 서천은, 이제 진입로 공사의 첫 삽을 뜨면서 공단이 완공되면 10~20만 정도 인구가 늘 거라고 꿈에 부풀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위정자와 사업추진 주체 측에서 하는 증명되지 않은 추정이다. 지금부터 착공돼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해도 10년 후의 일이다. 군산의 경우처럼 완공되면 장항산단 완공시점을 2016년으로 볼 때 역시나, 10년 전의 구형이 된다는 결론이다. 지난 21일 군의회 간담회에서 장항산단 진행과정을 보고한 박종렬 경제진흥과장은 “장항은 하구둑 막는 바람에 어항 기능이 죽었다. 이제 장항산단 외에 대안이 없다”고 확언했다.“장항 갯벌은 이미 썩어서 갯벌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매립해서 공장을 세우는 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역시나 이 자리에서도 환경단체의 반대로 지연된다는 말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는 정부 산하기관에서 한 것이지 환경단체가 한 결과는 없는데도 모든 책임을 환경단체에 떠밀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주민들을 이간, 분열시키고 있는 것이다. 군산시가 핵폐기장 유치에 나서면서 하던 수법과 참으로 닮았다. 5. 이제 용기 있게 고백할 때 정말 대안이 없는지, 장항산단 아니면 서천경제 회생의 길은 없는지 반문해 봐야 할 시점이 됐다. 언뜻 보아도 서천군의 행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 위원들이 ‘입지를 고려하라’는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면, 장항산단보다 그냥 놔두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나소열 행정이 추구한 대로 일관되게 생태도시로 보전하고 가꿔 나간다면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장항산단을 이뤄내기 위해 치러야 할 산고가 많다면 한 번 쯤은 달리 생각해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사안이 중요한 것이니 만큼 또 거듭 짚어봐야 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을 이야기 하나, 새만금은 현재 2조 원이 넘게 투입된 상황에서도 ‘불가론’이 나오고 있다. 이 일만으로도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 서천군 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
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반발만 없다면 당장에라도 장항산단 사업을 접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라고 그동안 접촉한 정부관계자들과의 태도를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군 관계자 중에서도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주민여론이 문제”라고 고백한다. 이는 그동안 정치꾼들이 장항산단을 ‘사탕’ 삼아 입신양면에 이용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속내를 털어 놓는 일은 큰 부담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민들을 선동해온 위정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여길욱 국장은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장항산단 사업을 최소한 ‘경제논리’도 아닌 ‘정치논리’로 진행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장항산단 구역 안에 누가 살게 되는지, 환경배출 업체 빼고, 임해산업이 될 수 없는 정밀 반도체, IT 산업도 빼고, 나머지 업체 중에 장항산단에 들어올 업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토지공사와 서천군이 입주업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부분이다.

6. 주민 선동이 아닌 동참을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진솔한 자기 의견을 표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니 꼭 거쳐야 했을 과정이었으나 생략한 채 ‘좋은 점’만 부각시켜 온 게 사실이다. 이제 솔직히 악영향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미 모델이 된 임해 도시들의 사례도 제대로 알려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장항산단으로 주민들을 선동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주민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큰 사업을 추진해야하며, ‘절대 대안 없다’며 참신한 제안들을 잘라버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천의 군정목표를 ‘어메니티’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장항산단 예정지내의 송림2구 어메니티 마을이다. 갯벌이 썩어 가치가 없다는 이 지역에서 지난해 ‘대합 축제’를 성공리에 개최했고, 올해는 종패를 뿌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 4월 21일 모래의 날 행사에 참여한 어린아이들이 장항 송림백사장에서 모래장난에 푹 빠져있다. <사진/공금란 기자>
장항산단에 투자된, 이미 흔적도 없는 돈 때문에 더 큰 것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새만금과 더불어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서해안의 갯벌이 위로는 서산 A·B 지구로, 아래로는 새만금으로 서천을 향해 좁혀오고 있다.

혹자는 “왜 다른 지역은 개발해서 잘 살고 있는데 서천이 환경을 책임져야하는가”라고 질문한다. 항구가 항구기능을 버린 부산의 현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우리지역에서만 보더라도, 어민들이 마음 놓고 배를 띄우는 서면의 경제가 제일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특화시장을 찾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인근 도시민들이다. 이미 군산은 어항의 기능을 상실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복합도시가 가까이 온다, 도청도 가까이 온다. 모두 한 시간이면 서천에 도착하는 곳에 대 도시가 건설된다.

장항과 군산 주민들은 안다. 군산과, 장항이 언제 가장 흥했는지 잘 알고 있다. 장항은 항구이다. 이게 바로 대안의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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