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 10일 건교부고시 제467호 ‘국가공업단지 지정’. 이 때 면적은 470만평 규모로 확정 됐었다. 물론, 군장산업단지로 출발한 것이다. 군산도 서천도 모두 고무된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계획하고 군산과 서천 주민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 사업이 왜 1989년부터 공사가 재기된 2004년까지 15년 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는지 토지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관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참고해 본다.
“15년 동안 공사를 못한 이유가 자금문제가 아닌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인가? - 그렇다?”
“현재까지 얼마나
투자됐나? - 1,800억원이 어업보상금으로 나갔으므로, 지금까지 공사를 못한 것을 감안하면 5,000억원이 투자된 거나 다름없다.”
“그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환경영향평가는 사업개시 시점에서 하도록 명시돼 있어 법적으로 초기에 할
수 없는 여건 이었다”
“그렇다면 사업개시가 먼저였다는 것인데 왜 보상 직후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나? - 공사 개시 시점인 96~97년 IMF로 국가경제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답변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환경단체의 반대 때문으로 못했다고 했는데 결국 IMF로 인한 재정문제였다는 말 아닌가? - 처음 질문을 잘못 이해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15년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유는 국가재정 악화라는 말이다.
2. 공사 재기와
환경영향평가
일정규모의 토목·건설사업을 시행하려면 환경부 소관의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법제화돼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11월 3일, 장항산단에 대한 최초의 ‘환경영향평가 초안 합의의견’이 나왔다.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이 예상되므로 사업규모 축소방안, 개야수로 보전대책, 항만기능 저하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2005년 5월 23일, 면적이 약 374만평으로 축소된 ‘환경영향평가 본안’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제출돼, 6월30일, 검토협의회가 개최됐다.
여기에서 ‘사업지구에 대한 갯벌 보전 등에 대한 가치는 인정되나 사업 추진은 필요하므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충분한 보완을 전제로 추진하라’며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환경운동연합 여길욱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반발만 없다면 당장에라도 장항산단 사업을 접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라고 그동안 접촉한 정부관계자들과의 태도를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군 관계자 중에서도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주민여론이 문제”라고
고백한다. 이는 그동안 정치꾼들이 장항산단을 ‘사탕’ 삼아 입신양면에 이용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속내를 털어 놓는 일은 큰 부담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민들을 선동해온
위정자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여길욱 국장은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장항산단 사업을 최소한 ‘경제논리’도 아닌 ‘정치논리’로 진행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특히나 장항산단 구역 안에 누가 살게 되는지, 환경배출 업체 빼고, 임해산업이 될 수 없는 정밀 반도체, IT
산업도 빼고, 나머지 업체 중에 장항산단에 들어올 업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토지공사와 서천군이 입주업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부분이다.
6. 주민 선동이 아닌
동참을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진솔한 자기 의견을 표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니 꼭 거쳐야 했을 과정이었으나 생략한 채 ‘좋은 점’만 부각시켜 온 게 사실이다. 이제 솔직히 악영향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미 모델이 된 임해 도시들의 사례도 제대로 알려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장항산단으로 주민들을 선동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주민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큰 사업을 추진해야하며, ‘절대 대안 없다’며 참신한 제안들을 잘라버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천의 군정목표를 ‘어메니티’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장항산단 예정지내의 송림2구 어메니티 마을이다. 갯벌이 썩어 가치가
없다는 이 지역에서 지난해 ‘대합 축제’를 성공리에 개최했고, 올해는 종패를 뿌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 4월 21일 모래의 날
행사에 참여한 어린아이들이 장항 송림백사장에서 모래장난에 푹 빠져있다. <사진/공금란 기자>
장항산단에 투자된, 이미 흔적도 없는 돈 때문에 더 큰 것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새만금과 더불어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서해안의 갯벌이 위로는 서산 A·B 지구로, 아래로는 새만금으로 서천을 향해 좁혀오고 있다.
혹자는 “왜 다른 지역은 개발해서 잘 살고 있는데
서천이 환경을 책임져야하는가”라고 질문한다. 항구가 항구기능을 버린 부산의 현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우리지역에서만 보더라도, 어민들이
마음 놓고 배를 띄우는 서면의 경제가 제일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천특화시장을 찾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인근 도시민들이다. 이미 군산은 어항의 기능을 상실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행정복합도시가 가까이 온다, 도청도 가까이 온다. 모두 한 시간이면
서천에 도착하는 곳에 대 도시가 건설된다.
장항과 군산 주민들은 안다.
군산과, 장항이 언제 가장 흥했는지 잘 알고 있다. 장항은 항구이다. 이게 바로 대안의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