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겨울, 눈
슬픈 겨울, 눈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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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청소년문예백일장 <산문 : 차하>
김신화/서천여자중학교
오늘은 햇살이 따사롭다. 불과 일주일 전에 느꼈던 불안함은 햇살로 눈과 함께 녹아버린 지 오래이다.

나에겐 눈은 항상 반가움의 대상이었다. 눈이 오면 가족들과 모여서 여유로운 저녁도 들 수 있고, 가끔씩은 가족들의 단합을 위해 노래방을 가게 해주는 고마운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눈은 가족과의 단합보다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눈 때문인지 올해 내 겨울은 밝지 않다.

나는 콧잔등이 시큰할 정도로 추운겨울을 좋아했다. 어쩌면 이 지독한 폭설에도 나는 아직도 겨울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겨울은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계절이다.

어느새부턴가, 겨울의 추위는 나를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만들어주었고, 따스한 집안에 들어서면 이젠 됐다는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주웠다.

그리고 아빠께서 사 오시는 어묵 한 개에 즐거움을 느끼는 소박한 아이가 되었다. 이번 겨울역시 나에게 감사를 알려주고 갔지만 왠지 슬프다. 올해 내린 눈은 그야말로 폭설이었다.

이 고장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렇게 많은 눈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폭설에 축사들은 무방비로 무너졌고 주민들의 생계를 앗아갔다.

이번 폭설로 서천군은 99억 7천만원이라는 피해를 낳았다. 우리 할머니댁의 처마 끝도 무너져 할머니께서 치우느라 애를 먹으셨다고 한다. 집에 있는 사람도, 고속도로에 갇혀있던 사람도 모두 입술이 타던 하루였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폭설피해를 당해 난리인 와중에 다른 나라 걱정한다고 욕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파키스탄이라는 곳에 연민을 느낀다. 우리가 폭설이 내렸으니 그곳도 겨울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겐 기거할 수 있는 집과 자동차라도 있었지만 지진으로 집과 가족을 잃은 그들은 겨울의 엄습으로 두려움과 추위에 떨고 있다. 그곳은 실제로 얼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처음 파키스탄 지진에 대한 기사를 접한 것은 신문이었고, 점차 내 기억에서 지워져 나는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본 후 오히려 이곳보다는 먼 나라 파키스탄이 더욱 불쌍했다. 그들은 보장받지 못하지만 우리는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은가.

오늘 아침 집을 나서다 신문을 언뜻 보니 고속도로에 갇혔던 사람들이 소송을 건다고 한다. 나는 왠지 언짢았다. 물론 내가 고속도로에 갇혀보진 않았지만 세상엔 그들처럼 하루도 아닌 매일 찬 땅에서 누워있는 파키스탄 사람들을 그 자동차 안에서 생각해 보았을까?

불현듯 이런 질문이 나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 힘들 땐 자신보다 힘든 사람을 생각하라던 어른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입으로 모순이라 아우성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눈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싹텄다. 눈은 슬프다고. 어릴 적 철없을 시절 눈이 와서 좋아할 때 아빠가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그때 나는 왜 이리 신나기만 했는지 모르겠다. 눈이 슬프다는 것은 눈이 옴으로 인해 내가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밀려오는 슬픔이다.

그 프로그램 보고 가족들에게 넌지시 파키스탄 갈까? 라고 건넸지만 가족들은 내말을 중요시하지 않은 것 같다. 요번 겨울은 눈이 많이 와서 슬픈 겨울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발원드려 이런 피해가 난 것 같은 자책감인지도 모른다. 내가 친구에게 넌지시 말하던 내 소원은 너무 많은 피해를 입힌 것 같다.

나의 마음 소원은 다음 겨울은 이렇게 슬프지 않고 아름다운 겨울이 되기를, 그러고 내년에는 적당량의 눈만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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