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1>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1>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3.10 00:00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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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서천 ‘대표 맛 찾기’

● 들어가는 말 = 지난 2월 1~4일, 서천군에서 진행한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에 합류했다. 오전 8시 20분, 군청 25인승 승합차에 기사까지 18명이 차에 올랐다. 명색이 지역언론인 자격으로 다녀왔으니 뭔가 내놓아야 했는데 한참동안 복잡한 심경에 있었다. 지난 2일 군에서 이에 대한 보고서를 낸 바에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공금으로 여행 한 ‘죄 값’을 치러야겠다. 개인적으로 조금씩 다르긴 해도 그 곳의 풍물과 자연, 또 별미를 맛보기 위한 것이 여행의 목적 중 하나다. 그렇다면 여행객들을 서천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맛’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맛’, 입맛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그래서 ‘맛’으로 소문난 다른 고장을 돌면서 서천의 ‘대표 맛 찾기’에 나섰다. 녹색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 민박운영,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한 것들을 만났지만 이번엔 ‘음식’ 이야기만 하겠다. 3박4일이란 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욕심을 낸 일정이었다는 것을 전제해야겠다. ▲ 전남 벌교 꼬막찜
● 순천 벌교 ‘꼬막’요리

2월 1일 전남 담양 죽녹원을 거쳐 순천 낙안읍성 인근의 ‘벌교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했다. 저녁은 보성의 대한다원 입구에서 녹차로 키웠다는 돼지 삼겹살 ‘녹돈(綠豚) 삼겹살’로 저녁 9시쯤 늦은 저녁을, 다음날엔 순천 언저리 식당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바지락탕 아침을 먹었다.

그러니까 첫날은 남도의 음식을 접한 것이다. 갯가 마을에는 갯벌에서 나오는 꼬막으로 찜, 전, 회를 만들어 낸 것이고 바지락은 아침 해장국으로 꼽힌 것이다.
차밭이 많은 마을에선  ‘기발한 생각’을 더해 녹차 잎을 먹인 ‘녹차돼지’를 특화 한 것이다.

▲ 강원도 평창 곤드레꽃나물밥 비빔과정 ● 강원도 ‘곤드레꽃나물밥’과 ‘황태찜’ 3일 이른 아침, 영하 17도, 설원 끝에 펼쳐진 수림대마을 ‘펜션 시골’에서 전날 저녁으로 먹으려던 별미 ‘곤드레꽃나물밥’을 아침으로 대신했다. 산에서 나는 ‘곤드레’라는 식물을 삶아 말린 나물로 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 김에 싸먹는 것이다. 서천김이었다면 맛을 더했을 것을…. 산골이니 산나물을 이용한 음식이 ‘별미’가 됐다.이후 재촉해 다다른 곳이 속초의 ‘석봉 도자기미술관’ 출향인 석봉 조무호 선생이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미시령을 넘어 백담사 입구의 한 식당에서 ‘황태찜’으로 시장기를 달랬다. 큰 접시에 4인분 씩, 최상품 황태 10마리에 3만원씩을 주고 구입해 집에 돌아와 2마리를 넣고 황태찜을 했더니 식당에서 먹은 향의 3배쯤 됐다. 결국 4인분에 황태 한 마리를 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라면 지나치게 비싸다. 때마침 열린 인제의 빙어축제장에 들렀는데 그 곳에서 빙어를 이용한 ‘튀김, 탕수어, 회, 무침, 젓갈 등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번 쯤은 별미로 먹어 볼만 하지만 일행들 대개는 ‘맛 체험장’ 밖, 직접 구어 파는 가래떡을 더 좋아했다. ● 음식을 파는 게 아니었다. ▲ 강원도 인제 빙어젓갈

마지막 저녁과 잠자리를 찾아 홍천의 ‘아로마 허브랜드’를 찾았다. 유력한 기업 경영인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종헌·이형숙 부부가 운영하는 ‘Book Cafe’에서 먹을 땐 즐거웠지만, 먹고 난 후 뒷골이 당기는 ‘등심 스테이크’로 저녁을 했다. 부인이 허브를 이용해 현장에서 구워내는 빵과 떡을 별미로 내놓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들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인생철학’을 책과 함께 팔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저녁 한 끼 값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값을 치러야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로마 허브향에 빠져 일행의 소비력이 왕성해졌고 그들 부부의 자서전을 사야만했다.

구매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접대 예절이 여행객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만든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들의 특별한 접대 예절이 강원도 홍천 산골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인 듯하다.

● 남해군 ‘생선회’

2일, 순천을 벗어나 곧장 경상남도 남해군의 ‘다랭이마을’로 달렸다. 남해는 사면이 바다로, 바다에서 나오는 각종 어패류가 대표 음식에 꼽힌다. 자연히 남해군에서 추천한 ‘남해군 수협 회 센터’에서 점심으로 광어와 우럭회를 먹었다.

영남의 일정은 남해 하나였는데 ‘다랭이 마을’이 소문난 곳이라서 일정에 넣긴 했다지만 이곳에서 실망했던 이야기는  약속대로 다음기회에 거론해야겠다. 4시간가량 이동해 강원도 영월에 들러야 했지만, 예정시간보다 늦어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한 저녁을 하고, 평창군 봉평을 지나 수림대 마을에 도착한 것이 밤 9시 무렵이었다.

● 서산 간월도 ‘굴밥’

4일 충청도 땅을 다시 밟았다. 서산의 간월도, 누가 뭐래도 ‘어리굴젓’이다. 지금은 어리굴젓뿐 아니라 굴밥이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간단히 술한잔 하겠다하면 굴구이도 내놓겠지만, 5000원짜리 굴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나 너무도 뻔 한 음식에, 뻔 한 접대 예절로 끌리는 부분이 매우 적다. 단지 부담 없는 가격에 한 번 쯤은 먹어도 좋을 음식이다. 대중화된 가격에 시장판 같은 식당의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사람들의 긴장을 풀도록 하는 지도 모르겠다.

   
▲ 서천 생선찜
● 맺는말 = ‘맛 있는 서천’

건강 지키기 기본은 ‘제철음식 섭취’와 ‘적당한 운동’이라고 한다.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것 중의 하나가 여행이다.

이번 여행단의 마지막 저녁 요기 장소는 서천의 ‘ㅎ식당’ 이었다. 펼쳐진 상을 보고 ‘서천이 제일 났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필자 역시 ‘서천 음식이 제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서천은 서해바다, 금강하구의 범람원, 개발이 덜된 덕에 누리는 청정 환경이 만들어내는 제철 음식들이 풍부하다. 이미 서천은 맛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유명한 음식이 뭐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못하는 이유가 많은 음식들이 타 지역에 나가면 ‘별미’가 될 소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금강하구 해물칼국수’, 여기에 해물·해초국밥 등을 개발, 서천쌀을 소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필수다. 장항 송림 ‘솔백숙’ 판교는 당연히 냉면과 보신탕으로 ‘여름음식 촌’과 전국 최고의 판교묵을 이용한 ‘겨울음식’ 개발이 따라주면 금상첨화겠다.

봉선지가 생태관광지로 개발되면 봉선지 주변과 개천을 따라 ‘민물고기 전문점’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겠다. 화양면을 중심으로는 곡창지대에서는 ‘들밥’ 대표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안동의 ‘헛재사밥’처럼 말이다.

이미 비인과 서면 갯마을 쪽의 철마다 달라지는 생선요리는 철따라 여행객을 모으고, 장항은 아구찜으로 명성이 나있다. 바로 ‘권역별 음식 특화’가 이뤄진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미 서천은 충분히 ‘맛있는 고장’이다. 이제 생동력 있는 ‘홍보’와 홍보 내용을 충족시켜 주는 ‘접대 예절’이 필요할 뿐이다. 사람들은 꼭 음식을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주인의 넉넉한 인심, 친절, 깔끔함을 함께 먹고 싶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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