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2>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2>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3.17 00:00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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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은 자연에서 사람에게 흐른다

 ■ 들어가는 말

지난 호 “맛있는 서천 ‘대표 맛 찾기’”에 이어 2월 1~4일까지 서천군에서 진행한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두 번째, ‘멋’에 대한 이야기 이다.

멋은 각기 다른 사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상태, 예컨대 사람과 옷, 산과 물의 조화와 같은 것을 말한다. 탐방 일행이 찾은 곳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건데 자연과 잘 섞여 사는 마을이라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이처럼 각기 다른 사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거나 이루고 있었던 곳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그것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또 머무르게 하는 무기가 된다. 일행 중에는 이권희 부군수가 있었는데 딴에는 멋지게 짓는 다고 지어 놓은 펜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국적 모를 건물”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복에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것 같은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잘 운영되고 있는 체험마을은 반드시 조화로운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남도에서 영동까지 찾았던 ‘잘나가는 마을’의 비법을 찾아보자.

■ 담양과 대나무 이번 탐방길에서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것 중의 하나가 ‘소쇄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연속에 폭 파묻힌 아담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조성된 별서정원이다. 정암 조광조가 죽자, 제자 양산보가 세상을 버리고 내려가 은신처를 마련했던 곳으로 역사적 의의가 담겨 있는 곳이다. 소쇄원을 들어가는 길목에도 대나무가 곳곳에 많다. 일행이 들렀던 곳은 담양군에서 방치된 대나무 숲을 인수해 조성한 ‘죽녹원(竹綠園)’이다. 한때 죽제품이 성시를 이룰 땐 장관을 이뤘던 곳이다. 사양길에 있는 대나무, 방치된 대밭 2만여평을 담양군이 사들여 조성한 숲이다. 오직 대나무 숲으로, 대숲 길을 따라 걷는 일이 고작이다. 여기서 끝이라면 푼돈 1천원의 입장료가 수익이 모아져 연 간 수억의 수익을 내겠는가? 여기엔 즐거운 상상이 있다. ‘죽마고우(竹馬故友)길’은 친구와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산책로, 11월 11일은 ‘쭉쭉 데이 = 죽죽(竹竹)day'처럼 보이지 않는 상품과 산책길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또 이것을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돈 만원이면 특이한,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도나 서해안을 여행하는 국내 관광객들은 특산품이든 기념품이든 3만원만 넘어가도 지갑을 스스로 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사양 산업에 들어선 한산모시를 생각해내야 한다. 한산모시를 상품으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일 이것이 서천군의 과제라면 답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 순천의 토부다원과 보성의 삼수마을
다원하면 대개 드라마나 화보에 자주 등장하는 보성의 대한다원을 생각할 터인데 순천시 상사면 도월리에 위치한 토부다원을 이야기 하자는 데는 그 의미가 있다. 먼저 보성의 대한다원은 역사가 깊고 규모도 매우 크다.

그러나 ‘멜로드라마’의 가벼움 같은 게 있다. 차밭의 역사를 보면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것들로 그 속에는 민중의 애환과 민족의 설움이 담겨 있을 텐데 시류에 편승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차밭은 차를 판매한다는 원칙하에 조성, 운영된다지만 ‘돈 냄새’ 짙은 것도 눈은 즐겁게 하되 마음은 즐겁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반면 순천의 토부(土夫)다원은, ‘쟁이(匠人)’의 정신으로 다원을 일궈낸 품새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차밭과 마을의 다랭이 논과의 어우러짐이 녹차의 향을 즐길 줄 알게 되는 나이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세상에 널린 게 녹차지만, “확실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친환경적 재배관리도 눈여겨 볼 대목이기 때문이다.

보성군 웅치면 봉산리 삼수마을은 민박체험마을이다. 농촌체험단일지라도 ‘너무 불편하면 곤란 하다’는 데서 출발해 가구당 250~1,000만원의 개보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빚이다. 사업성과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더 큰 빚이 되는 것이다. 이 마을의 체험거리는 배나무과수원이고 상품은 보통의 농산물과 배즙 정도이다. 하루 보고 제대로 파악했다면 주제넘은 일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농민들의 최후의 몸부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농부의 가장 큰 기쁨은 ‘수확의 기쁨’이요, 자식 같이 키워낸 농산물을 서운하다 싶게 내다팔고 돌아오는 길에 시원섭섭해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인데 이 마을은 농촌은 농촌이지만, 농업이 사라진 박제된 농촌의 느낌이 강해 진정한 농촌체험을 하기엔 너무 먼 길을 간 듯했다.

■ 남해군의 다랭이 마을 앞서 언급한 대로 자연과 사람의 조화는 아름답다. 그게 남해군의 다랭이 마을이 만들어낸 가파른 산자락의 촘촘한 다랭이 논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지형에 순응한 사람들의 생활상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풍경이 자원이 된 사례이다. 이 마을 중앙에는 거대한 남근석이 있다. 가정에는 가정대로 크고 작은 남근석들이 있다. 유난히 가파른 절벽에 위치한 마을, 풍랑이 심한 마을사람들의 슬픈 가정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너무 유명세를 탄 탓일까, 그냥 한번 스쳐지나가는 눈요기꺼리로 전락할 위험을 맞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절벽의 다랭이 논과 어울리지 않게 골목과 개울은 콘크리트로 떡칠돼 있었다. 기념사진 하나 찍고, 내키면 할머니가 운영하는 동동주 집에 들어가 입가심이나 하고 오면 고만이겠다. 더욱 확실한 것은 아파트촌 부녀회장 같은 마을 부녀회장의 사무적인 모습은 ‘대랭이’와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쩌면 확실히 관광지화 된 마을일 수도 있겠다. 그나마 남해에 가지 않는 정을 쏟으려고 애쓰게 한 것은 일행을 안내한 문화관광 해설사 덕분인 것을 남해군수님은 아실까?
■ 평창군 봉평면 유포리 수림대마을

가진 게 없으면 지형지물을 이용하라했던가, 강원도 산골 수림대마을은 강냉이밥만 내놔도 한 이틀쯤은 묵어가도 좋겠다 싶을 지형지물이 있다. 산과, 계곡, 특유의 사람 냄새가 그렇다.

이장과 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4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다. 삼수마을도 마찬가지긴 했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정책을 빨리 습득해 삶의 방식에 적용한다는 게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과제겠다.

대개의 마을이 그렇듯, 역시나 겨울은 농사도, 민박도 한가롭다. 겨울의 낭만객, 내면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겨울 마케팅을 펼친다면 어떨까, 평지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한 고드름과 이른 새벽 아리도록 청청한 냉기, 그리고 산골의 평온을 상품화하는 일은 불가능 한 것일까.

무엇보다 객들과 마음만 맞는다면 늦은 밤까지 내일걱정 안하고 술잔을 기울여 주는 인간미는 상품이 안 되는 것일까? 이 마을에서 먹은 한 끼의 밥맛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주로 산에서 나는 것들로 체험상품도 만들고, 특산품도 만들어내는 마을이다.

   
■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아로마허브랜드

참으로 묘한 일이다. 탐방 중에는 가장 즐겁게 마음이 흡족하게 보낸 곳 같은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덤터기를 쓴 느낌이 든다. 결국은 다시 가고 싶지도 다시 갈일도 없는 곳이지만, 하로마허브랜드 내의 북카페 사장 내외의 ‘처세술’은 성공하고 싶으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그들의 말대로 두세 번, 또 다른 사람을 동반해서 되찾는 이들은 그들의 지인들이 맞을 것이다. 반드시 그 사람들을 만나야 할 일이 없다면 굳이 그 먼데까지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맘만 먹으면 도심 어느 곳에서, 어지간한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카페이고, 빵이고, 아로마 제품들이다. 찜질방도 다녀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저 그렇단다.

그저 그런 것을 산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 특별하게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 사람들을 잠시 신선한 충격 속에 몰아넣는 기술이 이곳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 맺는 말
맺는 말이라고는 했지만, 이건 이번호의 맺는 말이다. 체험마을과 관련해서는 지면상 이번호에서 여기까지 언급하고 다음호에는 태안의 볏가리마을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우리지역의 체험마을을 비교하면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체험마을로 가는 길을 모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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