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지난 호 “맛있는 서천 ‘대표 맛 찾기’”에 이어 2월 1~4일까지 서천군에서 진행한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두 번째, ‘멋’에
대한 이야기 이다.
멋은 각기 다른 사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상태, 예컨대 사람과 옷, 산과 물의 조화와 같은 것을 말한다.
탐방 일행이 찾은 곳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건데 자연과 잘 섞여 사는 마을이라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이처럼 각기 다른 사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거나 이루고 있었던 곳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그것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또 머무르게 하는 무기가 된다. 일행 중에는 이권희 부군수가 있었는데 딴에는 멋지게 짓는 다고 지어 놓은
펜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국적 모를 건물”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한복에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것 같은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다. 잘 운영되고 있는 체험마을은 반드시 조화로운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남도에서 영동까지 찾았던 ‘잘나가는 마을’의 비법을
찾아보자.
그러나 ‘멜로드라마’의 가벼움 같은 게 있다. 차밭의
역사를 보면 일제 강점기에 조성된 것들로 그 속에는 민중의 애환과 민족의 설움이 담겨 있을 텐데 시류에 편승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차밭은 차를 판매한다는 원칙하에 조성, 운영된다지만 ‘돈 냄새’ 짙은 것도 눈은 즐겁게 하되 마음은
즐겁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반면 순천의 토부(土夫)다원은, ‘쟁이(匠人)’의 정신으로 다원을 일궈낸 품새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차밭과 마을의 다랭이 논과의 어우러짐이 녹차의 향을 즐길 줄 알게 되는 나이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세상에 널린 게
녹차지만, “확실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친환경적 재배관리도 눈여겨 볼 대목이기 때문이다.
보성군 웅치면 봉산리 삼수마을은
민박체험마을이다. 농촌체험단일지라도 ‘너무 불편하면 곤란 하다’는 데서 출발해 가구당 250~1,000만원의 개보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빚이다. 사업성과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더 큰 빚이 되는 것이다. 이 마을의 체험거리는 배나무과수원이고 상품은 보통의 농산물과
배즙 정도이다. 하루 보고 제대로 파악했다면 주제넘은 일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농민들의 최후의 몸부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농부의 가장 큰 기쁨은 ‘수확의 기쁨’이요, 자식 같이 키워낸 농산물을 서운하다 싶게 내다팔고 돌아오는 길에 시원섭섭해서 마시는
‘막걸리 한잔’인데 이 마을은 농촌은 농촌이지만, 농업이 사라진 박제된 농촌의 느낌이 강해 진정한 농촌체험을 하기엔 너무 먼 길을 간
듯했다.
가진 게 없으면 지형지물을 이용하라했던가, 강원도 산골 수림대마을은 강냉이밥만 내놔도 한 이틀쯤은 묵어가도 좋겠다 싶을 지형지물이 있다.
산과, 계곡, 특유의 사람 냄새가 그렇다.
이장과 체험마을 추진위원장은 4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다. 삼수마을도 마찬가지긴
했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정책을 빨리 습득해 삶의 방식에 적용한다는 게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과제겠다.
대개의 마을이
그렇듯, 역시나 겨울은 농사도, 민박도 한가롭다. 겨울의 낭만객, 내면의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겨울 마케팅을 펼친다면 어떨까, 평지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한 고드름과 이른 새벽 아리도록 청청한 냉기, 그리고 산골의 평온을 상품화하는 일은 불가능 한 것일까.
무엇보다
객들과 마음만 맞는다면 늦은 밤까지 내일걱정 안하고 술잔을 기울여 주는 인간미는 상품이 안 되는 것일까? 이 마을에서 먹은 한 끼의 밥맛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주로 산에서 나는 것들로 체험상품도 만들고, 특산품도 만들어내는 마을이다.
■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아로마허브랜드
참으로 묘한 일이다. 탐방 중에는 가장 즐겁게 마음이 흡족하게 보낸 곳 같은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뭔가 덤터기를 쓴 느낌이 든다. 결국은
다시 가고 싶지도 다시 갈일도 없는 곳이지만, 하로마허브랜드 내의 북카페 사장 내외의 ‘처세술’은 성공하고 싶으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그들의 말대로 두세 번, 또 다른 사람을 동반해서 되찾는 이들은 그들의 지인들이 맞을 것이다. 반드시 그 사람들을 만나야 할 일이
없다면 굳이 그 먼데까지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맘만 먹으면 도심 어느 곳에서, 어지간한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카페이고, 빵이고,
아로마 제품들이다. 찜질방도 다녀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저 그렇단다.
그저 그런 것을 산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 특별하게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 사람들을 잠시 신선한 충격 속에 몰아넣는 기술이 이곳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 맺는
말
맺는 말이라고는 했지만, 이건 이번호의 맺는
말이다. 체험마을과 관련해서는 지면상 이번호에서 여기까지 언급하고 다음호에는 태안의 볏가리마을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우리지역의 체험마을을
비교하면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체험마을로 가는 길을 모색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