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1회)
바리공주(1회)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3.31 00:00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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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남희, 그림/정미라

   
엄마! 엄마! 날 죽이지 마!
엄마! 엄마!
왜 날 미워하는 거야?
날 버리지 마, 살려줘, 엄마!
엄마! 엄마!

연서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그녀 외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원룸 안에서,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식은땀이 그녀의 이마에 맺혀 있었다.

손에 있던 끈적거리는 느낌을 지워 버리려는 듯, 그녀는 손을 비볐다. 또 악몽인가, 하면서, 땀에 젖은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욕실로 걸어가, 연서는 물을 틀었다. 컵에 물을 받고, 칫솔에 치약을 눌러 짰다. 칙컥칙컥 하면서 이를 닦았다. 나직이, 응애……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천장을 울리며 들려왔다. 연서는 잠시 양치질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옆집에는, 아기가 없다. 문득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몸을 움츠렸다. 잘못 들었겠지, 하면서, 이를 다시 닦는데, 다시 한 번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시하고 손놀림을 빨리했다. 응애 응애애,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톤을 높여가며 들려왔다. 악을 쓰는 것 같이 높아지는 소리와 함께, 연서의 손놀림도 발악하듯 빨라졌다. 연서는 칫솔을 뱉어냈다. 그리고, 거품투성이인 얼굴 그대로 변기 위에 고개를 숙였다. 시큼한 액이 넘어왔다. 어젯저녁의 메뉴가 소화액과 섞여서 터져 나왔다.

“언니!”
연서의 후배인 혜민이 뽀르르 다가왔다. 막 출근한 연서는 의아해하며 혜민을 쳐다보았다. 혜민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도 또야. 정말 징그러워 죽겠어.”
연서의 얼굴에 짜증이 역력히 나타났다. 혜민이 한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아줌마.”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여자는 임산부였다. 임신 팔 개월쯤 되어 보이는, 연서 또래의 이십대 후반 여자였다. 연서는 몸서리가 쳐졌다. 오늘 그것을 또 해야 하는 것이다.

연서는 산부인과 간호사였다. 그것도 간호대학 졸업하자마자 들어와 오 년 동안을 일한 제법 고참 소리를 듣는 간호사였다. 그녀는 아이를 받아 안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며, 정말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기쁘게 여겼다. 단 한 순간만 제외하고. 그 순간은, 인공 임신 중절 수술 때다. 그녀는 거의 으깨어진 아이를 흡입기로 꺼낼 때마다 몸서리가 쳐졌다.

그리고 환청처럼 응애 응애애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이었다. 빛을 보아 기쁜 아이가 아니고 고통에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귀를 막아도 아이는 귓가에서 자지러지며 울어댔다. 그럴 때마다 연서는 함께 울고 싶었다. 더욱이, 딸이란 이유로 팔 개월 넘어 버림받는 아이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혜민이 여전히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싫어.”
“어쩔 수 없잖아.”
연서가 대답했다. 그녀의 입술이 꼭 다물려졌다. 이번의 여자도 아이가 딸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에 지우는 것이 틀림없었다. 연서의 입술이 살짝 벌려졌다. 그 사이에서, 신음 같은 소리가 빠져 나왔다.
“바리공주…….”
그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은 바리공주나 마찬가지였다.

(계속)

 

연재를 시작하며

언제부터인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조곤조곤 백지 위에 감정의 찌꺼기들을 쏟아내곤 했었습니다. 상상한 것, 생각한 것, 기뻤던 것, 억울한 것들을 한데 버무려 하얀 종이 위에 쓰곤 했었지요. 그것이 점점 발전해서 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되어가고,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면 위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니 기쁩니다. 이 글을 싣도록 도와주신 뉴스서천 기자님들, 부모님, 친구들, 삽화가님 그리고 이 글을 봐주고 계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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