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3>
‘맛과 멋을 찾는 체험학습탐방’ 보고서 <3>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3.31 00:00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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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농촌 체험마을’ 생생하게 가꿔야

들어가는 말 지난주에 마감했어야할 탐방보고서가 늦어졌다. 독자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유구무언(有口無言) 송구할 따름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3박4일 간의 나들이를 작은 지면에 응축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늘은 탐방보고 마지막으로 ‘박재된 농촌’ 이야기를 해야겠다. 요즘 정책적으로 마구 몰아붙여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체험마을’ 이야기이다. 체험이라는 말은 눈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주체는 물론 관광객이다. 여기서 잠시 방심하면 체험마을과 주민들은 오직 관광객을 위한 체험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찾는 사람도, 맞이하는 사람도 모두 생생한 삶을 느끼는 체험마을을 도모하자는 뜻이다. 우리지역에도 체험마을이 여러 곳 있지만, 자주 찾고 익숙한 화산리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른 마을에 대해선 마을 이야기 등을 통해 소개하기로 하겠다. ● 태안군 ‘볏가리 마을’ ▲ 볏가리마을의 트랙터를 이용한 바다 나들이.
태안군 이원면 관리, 서면 마량리처럼 곶으로 이뤄진 땅으로 서해안 임에도 불구하고 동쪽에 바다를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 최우수 농촌체험마을 대상을 받은 곳이다. 체험마을 추진위원장 한원석 씨의 가히 희생적인 노력이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동참에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봄에는 고사리 뜯기, 야생화 관찰, 오리농군 보내기, 쏙잡기, 여름엔 해수욕, 감자·옥수수 구워 먹기, 마늘수확, 가을에는 농작물 수확, 망둥이 낚시, 박요리 체험이 이뤄진다. 겨울에는 이 마을의 꽃인 정월대보름 행사로 볏가릿대 세우기, 쥐불놀이가 있고 바다에서 는 굴 체험을 할 수 있다.

대개의 체험마을이 안고 있는 한산한 겨울을 이 마을에선 실속 있게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연중 프로그램으로 희망솟대 만들기, 염전·갯벌체험, 소원의 숲 산책, 동물농장이 있다.

참고로 ‘볏가릿대 세우기’는 오곡(五穀)종자를 음력 1월 14일에 창호지에 싸서 소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동아줄에 매달아 놓는 것을 말한다. 이 것을 다시 음력 2월 초하루에 풀어보아 싹이 튼 정도에 따라 한해 풍년을 가름하는 민속 행사이다. 이 마을은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와 오늘날 큰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훼손되지 않은 사구(砂丘)이다. 거기에 주민들의 하고자하는 열정과 있는 것을 자원화 해낸 도전정신이다. 그들의 발상의 전환은 트랙터를 이용한 바다 나들이에서 엿볼 수 있다. 386세대 이상의 사람들이 시골길의 우마차가 추억이라면 신세대들에게는 트랙터가 충분한 향수 거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 성공했다고 우리 마을에 없던 것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에 있는 것을 충실하게 자원화 했다는 것이다.

이는 탐방 일행들이 강원도 산골에서 ‘도로묵 탕’을 제공 받았을 때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다. 강원도 산골에서 강냉이밥이나 산채가 어울리기 때문이고 찾는 이들도 나름대로 그곳의 전통문화와 먹을거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기산면 이색체험마을

   
▲ 방세종위원장이 특산품을 소개하고있다.
우리 지역으로 돌아와서 첫 번째 찾은 마을이 기산면 화산리 이색체험마을(추진위원장 방세종)이다.

개인적으로 기특한 마을이란 생각을 한다. 볼거리라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체험마을 후발 주자로는 꽤나 잘나가고 있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태안군 볏가리마을에도 ‘가히 희생적인 일꾼’이 있었던 것처럼 이 마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그 곳에서 나는 ‘엄나무’라는 것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김재완 씨 집의 잘 가꿔진 정원과 온갖 가지 옹기를 볼거리로 제공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그 외에는 밭에서 나고 논에서 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체험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바다에 나가 조개를 캐 와서 저녁에 구워 먹거나 영화를 보게 한다. 한편으로 좋은 발상이지만, 누군가 이 것을 모방한다면 금방 차별성을 박탈당할 위험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마을을 가로 흐르는 개천이다. 함부로 하면 시궁창, 잘 가꾸면 송사리 노는 시냇물이 되는 것인데 자원화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또 하나 식상한 것은 마을 입구의 솟대이다. ‘관광’ 자가 붙은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다른 것은 없을까.  이 마을 사람들도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방 위원장이 개발하려는 엄나무 국수, 김재완 씨 집에서 개발하는 오디 와인, 주민들이 전격적으로 참여하는 민박, 또 이 마을 논두렁 밭두렁에서 나는 봄쑥까지 모두 자원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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