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발밑 키 작은 야생초에서 온다
봄은 발밑 키 작은 야생초에서 온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3.31 00:00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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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원예 연구회의 특별한 봄나들이

잠시 꽃샘추위가 멈춘 27일 오전 10시30분, 종천면 소재 ‘월명산 산야초 농장’에 하나둘 모여든다. 농업기술센터가 관장하는 ‘가정원예연구회(회장 유숙자)’회원들이 새봄을 맞아 올 첫 모임으로 야생초 분화를 배우기위해서이다.야생초(野生草), 한편 가녀린 느낌, 또 한편으로 강한 느낌이다. 어떤이들은 야생화는 그저 산과 들에 아무데나 나고 자라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이 절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에서는 자체를 감추는 것이 야생화이다.환경의 변화로 쉽게 볼 수 있었던 야생초들이 어느 순간 우리 곁을 떠난 것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할미꽃이 양지바른 무덤에서 사라졌고, 지천으로 피던 진달래도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그래서 별도로 꽃구경을 다녀야하는 세상이 됐다. 오늘, 집안에서 꽃구경을 함과 동시에 집안 분위기를 향긋하게 바꿔보겠다는 여인들이 모인 것이다. 회의 때문에 늦었다는 방주영 담당도 여느 때보다 밝은 모습이다.실제로 남자라곤 농장주인이자 얼마 전 결성된 ‘초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병태 씨와 그와 함께 야생초 사랑에 빠져 있는 양성경 씨 딱 둘 뿐이다. 20여 명 회원들이 모이자 농장주의 인사와 함께 ‘오늘의 강의’를 양성경 씨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한다. 양성경 씨는 야생화 사랑 15년차이다. 그의 강의가 시작된다.먼저, 맘에 드는 식물을 고르고, 그 식물에 맞는 화분을 고르는 일이다. 식물의 색깔, 키와 폭,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화분을 고른다. 더러는 화려한 것을, 더러는 그늘 속에서 자라는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을 택한다. ▲ 화분이 없다고요! PT병을 이용해보세요. 이렇게!
그 다음은 흙이다. 제일 좋은 것이 마사토(磨砂土)이다. 역시 식물의 크기에 따라 마사토 입자 크기도 결정된다. 조심스럽게 분에 올린 다음엔 그 식물을 어디에 둬야할지를 배운다.

식물도 사람처럼 더운 곳, 추운 곳, 그저 서늘한 곳, 건조하고 습하고…, 제 멋대로 맛대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너무 부지런해서, 어떤이는 너무 게을러서 식물을 죽이곤 한다. 그러나 식물을 기르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하면 그만이니까. 사랑하면 그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연구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려고 애쓰며 그에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꽃도 사람과 똑 같다.

집에 햇살이 안 드는 편이라면 양치식물류를, 햇살이 잘 든다면 매발톱 같이 화사한 꽃을 피우는 것, 화단이 있다면 금낭화처럼 강하고 분얼(포기나눔)이 잘되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아기엄마들이 육아교육 받듯 가정원예연구회원들은 꽃에 대해 배우고 고르는 재미와 화분에 심어 한 작품 만드는 재미를 만끽했다.

어디 그뿐이랴 그들의 집에서는 야생초가 신선한 내음으로 가족을 맞을 것이다. 이 봄이 가지전에 이름모를 풀한 폭 키워내 가을에 깨알 같은 씨앗을 받아야겠다. 행복이라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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