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에서 가장 비싼 '방울토마토'
가락시장에서 가장 비싼 '방울토마토'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4.28 00:00
  • 호수 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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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는 제2의 한일합방"이라는 김진섭 씨

   
24일 아침, 지난해와 올해 가락시장에서 가장 높은 방울토마토를 출하한다는 김진섭 씨 내외를 만났다.

김진섭 씨(44세)는 마산면 지산리 갈물마을에서 20년 가까이 시설원예와 한우를 키우는 농사꾼이다.

수박, 부추, 오이 농사를 지었고 지금은 10년째 방울토마토에 매달리고 있다. 진섭 씨네 방울토마토가 최고시세를 받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해는 10kg 한박스 공판가가 4만원을 넘었고 올해도 남들 보다 몇천원 더 받고 있다.

'말 못하쥬, 노하운디…'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그가 확실히 말하는 건, 'FTA가 몰려오면 다 죽는디, 속터지는 소리 하지 말아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 농산물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수십년 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가락동 시장에서 공판되는 물량의 20%가 이미 외국 농산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섭 씨가 퉁퉁거리는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눈에 이상이 생겨 인부들에게 토마토 따는 것을 맡겨 놓고 내외가 병원에 다녀오는 중이다.

'병원이 너무 멀어서 아이들이 병원에 갈 때마다 불편해 죽겠어요' 그의 아내 정명희 씨의 말이다. 서천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자면 승용차로도 오고가고 1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딸과 개구쟁이 쌍둥이 아들형제가 있다.

진섭 씨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농사경험이 있는 기자는 그의 하우스에서 몇 가지 특별한 것들 볼 수 있었다. 노란 끈끈이 판이 토마토 사이에 주기적으로 걸려있다. 또 '천적방사용 분배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각종 해충들을 농약을 쓰지 않고 처지하고 있는 것이다.

진섭 씨가 슬슬 말을 시작한다. '난 크기고 량이고 다 포기하고 오직 맛으로 승부하려구유' '한번 먹어본 소비자들이 박스에 쓰여 있는 전화로 주문을 해와 택배 판매가 많어유'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가격을 말하면 '왜 그렇게 비싸요'?한다고.

다음 말에서 그가 왜 맛을 추구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근디 강남 사람들은 안 그래유, 그저 유기농에다 맛이 좋으면 한박스에 10만원해도 까딱 안 한다니깐' 소위 차별화된 부자마케팅인가 보다.

말끝에 한마디 당부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서 전화가 와서는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대충 따라했다가 죽 쑨 사람들 많아유' 그러니 겉으로만 보고 따라할 생각 말라는 거다.

대화 도중 기자 눈에 음향시설이 눈에 띄었다. 식물도 좋은 소리를 들으면 품질이 좋아진다는 그 '그린음악' 농법을 쓰고 있나보다.

왜 음악이 안 나오느냐 물으니 명희씨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무 때나 트는 게 아니고 새벽 6시~8시까지 나오도록 자동으로 맞춰 놨어요'한다.  그 시간이 식물들이 기지개를 피는 시간이라고.

갑자기 진섭 씨가 이야기 주제를 돌린다. '그나저나 서천 선거판은 어떻게 돌아가유? 별짓 다 해도 선거 잘해야지 농사군들 용써도 소용 없는디' 다시 '정부가 미쳤나 봐유, 어떻게 미국이 하자고 해도 버팅겨야지 먼저 나서서 미국하고 FTA 체결할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안가유' 결국 사람 잘 뽑아놔야 나라살림도 잘 한다는 말일 것이다.

말 나온 김에 다하려는 지 '농사꾼들이 바보라께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선거 때만 되면 어뚱한 짓들을 하고 댕기고 왜들 그러나 몰러, 미국 하고 FTA 체결하면 그게 한일합방하고 똑 같아서 농사고 병원이고 학교고 다 넘겨주는 건디, 당체 그런 거 하겠다는 사람들을 왜 뽑아 주는지' FTA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써 나만의 농사법을 개발해 놨건만, 칠레고 미국에서 수입농산물이 밀려오면 삼남매 가르치며 살기가 더욱 버거울 게 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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