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산천 굽이굽이 꽃구경 길
심심산천 굽이굽이 꽃구경 길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6.04.28 00:00
  • 호수 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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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리 산벚꽃 길 걷기대회' 일행이 되어

   
어제는 바람이 그렇게 몰아치더니 오늘은 심동마을 사람들의 심성을 닮았는지 따사로운 봄날 그 자체다.

곡식에 이로운 비가 내린다는 곡우 다음날인 4월 21일, 판교 심동리(이장 신동일) 산벚꽃 길 걷기대회가 열린 날은 근래 사나웠던 날씨와는 달리 유난히 평온했다. 덕분에 10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천에서 가장 깊고 조용한 판교면 심동마을에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30분 개회식이 끝나면서 지인들과 오순도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산 아래 만개한 벚꽃과 달리, 그리고 바다 건너온 벚꽃과는 달리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벚꽃 길을 따라 걷는 행사이다. 

올해 세 번째 열리는 대회로 서천군에서 가장 높은 장태산(366m)산을 굽이굽이 걸어 도는 대회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그저 자연과 호흡하며 여유롭게 2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장애인도, 노인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심지어는 뾰족구두를 신은 연인들도 쉽게 따라나선다.

조금 빨리 가거나 늦게 가다보면 이사람 저사람 만나며 인사할 수 있는 것도 이 대회만의 특징이다. 또 쓰레기를 주우며 겸사겸사 산에 오르는 노란 조끼의 대한적십자 봉사단원들도 만날 수 있다.

평소에 만나기 힘들었던 군수님도, 군의회 의장님도, 노인회장님도 생판 모르는 남들도 격이 친해 질 수 있다.

장태산 산벚꽃은 튀지 않게 다른 나무들과 어울러져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눈을 뜨는 떡갈나무 잎은 핏빛, 상수리나무는 연두 빛, 겨울을 난 소나무는 암록,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을산과는 다른 분위기의 깊은 맛을 낸다.

그래도 산길이라고 허덕대며 정점에 오르면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있다. 봉사단원들이 준비한 물 한 병과 떡 보따리이다. 이내 자리를 깔고 앉아 소풍 나온 듯 즐기는 사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풍경도 정겹기만 하다.

산이 넉넉해서인지 평소 인사조차 하지 않던 이들도 웃는 낯으로 인사을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보니 처음 출발할 때는 한 무리로 올라가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좀더 진한 사람끼리, 속도가 맞는 사람끼리 뜨문뜨문 무리지어 산을 내려온다.

어떤이는 시간 반 만에 내려오고 어떤이는 3시간도 걸린다. 1등으로 내려왔다고 상주는 것도, 꼴찌로 내려왔다고 해서 상을 안주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 출발한 심동마을 '산촌 휴양관'에 다다르면 푸짐한 점심상이 마련돼 있다. 그러니 1등도 꼴지도 모두 상을 받는 대회이다.

넉넉한 인심으로 푸짐하게, 청청한 산골 음식으로 맛깔스럽게 차려진 점심상에서 모두가 가족이 된다. 이게 '심동리 산벚꽃 길 걷기 대회'만이 갖는 특별한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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